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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집된 교회②] 천지창조 다음 어려운 개척교회
전도·기도 열심히 해도 '응답 없는' 현실
  • 이용필 기자 (feel2@newsnjoy.or.kr)
  • 승인 2018.07.02 21:58

작은 교회가 겪는 어려움은 생각보다 많았다. 특히 '교인 정체'에 따른 재정난은 심각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상가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은 가파르고 좁았다. 한낮의 뜨거운 햇빛은 지상에서만 맴돌 뿐 지하까지 뻗치지 못했다. 깊이 내려갈수록 퀴퀴한 냄새가 올라왔다. 빛바랜 철제문의 손잡이를 당기자 어두운 세상이 펼쳐졌다. 동시에 습한 기운이 밀려왔다.

20평 남짓한 예배당은 어둡고, 습하고, 고요했다. 박 아무개 목사는 2개월 전 상가 지하에 교회를 개척했다. 저렴한 임대료가 마음에 들었다. 지상도 고려했지만, 상대적으로 20만 원이나 싼 지하를 포기할 수 없었다.

예배당은 24시간 개방한다. 예배당에 찾아올 이들을 위해 생수와 믹스 커피, 대추차 등을 마련했다. 아이들 보라고 만화책과 무협지 수백 권도 구비해 놓았다. 예배당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박 목사는 "지하라서 사람들이 잘 안 온다. 지상에 있었을 때는 노인들이 많이 왔다. 노인들도 무릎이 아프니까, (지하) 예배당을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목사들은 임대료가 저렴한 광명 A 마을에 교회를 개척했다. 이미 많은 교회가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본인은 본인대로 받은 사명이 있으니 상관하지 않았다. 박 목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맛집 골목에 식당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래야 장사가 잘된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많을수록 좋다"고 했다.

"맛집"처럼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그의 말은 왠지 곱게 들리지 않았다. 정말 교회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걸까. A 마을에 있는 교회 목사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현실은 딴판이었다. 소위 '잘되는' 교회는 보기 어려웠다. 목사들의 삶은 가난하고, 열악했다.

교인 수 정체, 빈곤으로 이어져
부흥에 웃고, 교인 감소에 울고
"생존하는 게 비전일 수도"

마을에 있는 상가 지하 예배당. 주민들은 어둡고 습한 지하 교회를 멀리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21세기교회연구소(정재영 소장)와 한국교회탐구센터(송인규 소장)가 발표한 '2017 소형 교회 리포트'에 따르면, 소형 교회 목회자는 '교인 수 정체'를 목회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교인 수는 목회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A 마을 상가 교회 목회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타 지역에서 목회하던 이 아무개 목사는 10년 전 A 마을에 정착했다. 20명 정도 다니던 교회를 담임하고 있을 때, 운 좋게도 합병 제의가 들어왔다. 합병과 함께 A 마을로 오게 됐다. 당시 교인 수는 100명을 넘어섰다. 이 목사는 "마치 세상을 다 가진 듯이 기뻤고 행복했다.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고 회상했다.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교인들 간 분쟁이 일어났다. 수습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분쟁은 2년 넘게 이어졌고, 교인 수는 20명으로 줄었다. 합병하기 전 규모로 돌아간 것이다. 이 목사는 "교회 성장은 하나님이 가장 기뻐하시는 일이라고 믿었다. 한 번 굴곡을 겪으니 모든 걸 내려놓고 싶었다"고 말했다.

교회 일에 치중하다 보니, 동네에 여러 교회가 들어선 것도 몰랐다. 바로 옆 상가에 같은 교단 교회가 들어선 것도 얼마 전에야 알았다. 이 목사는 "신도시에 입주하기에는 제한이 있고, 세가 많이 안 드니까 다른 목사들도 이 지역을 찾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마을에 교회가 27개, 그중 24개가 상가 교회이지만, 정작 지역 주민은 상가 교회에 잘 나가지 않는다. 목사들은 "주민들은 대부분 큰 교회로 간다. 상가 교회는 고려 대상이 아닌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2년 전 이곳에 교회를 개척한 김 아무개 목사도 비슷한 이야기를 꺼냈다. 김 목사는 중형 교회 부목사로 있었는데, 담임목사가 바뀌면서 어쩔 수 없이 교회를 나와야 했다.

김 목사가 시무하는 교회는 상가 3층에 있다. 지하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교인 수는 가족을 제외하고 2명밖에 되지 않았다. 다음 세대에 관심이 많아 지역 아이들을 대상으로 열심히 전도했는데,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셌다. 학부모들은 스스로 사고할 줄 모르는 아이들을 포교하는 게 정상이냐고 따졌다.

교회는 많고 전도의 문까지 막히니 답답할 따름이다. 김 목사는 "처음에 왔을 때 나 역시 교회가 왜 이리 많을까 생각이 들었다. 전도를 하더라도 큰 교회에 가려고 하지, (상가) 교회에는 오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후원을 받아 사역을 이어 가고 있는데, 후원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상가 교회 목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전도와 기도에 매진했지만, 한계점이 있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상가 교회 목사들은 위축돼 있었다. 열정과 패기는 잘 느껴지지 않았다. 상가 2층에서 목회하는 또 다른 김 목사도 대형 교회 출신이다. 부목사로 지내던 어느 날 교회를 떠나야 한다는 판단이 들었고, 그 길로 교회를 개척했다.

어렵게 모은 수천만 원을 개척 자금으로 모두 사용했다. 개척할 때만 해도 자신감이 넘쳤다. 6개월이면 50명, 1년이면 100명 정도 모일 걸로 예상했다. 건강한 교회를 유지하려면 교인 수는 100~200명이 적당하다고 나름의 기준도 세웠다. 3년 넘게 기도하고 최선을 다해 전도했지만 교인은 20~30명에 머물렀다.

김 목사는 "더는 늘지가 않더라. 어렵게 전도를 해도 결국 큰 교회로 갔다.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사람들은 상가나 지하 교회로 오려 하지 않는다. 결국 자기 건물을 가진 교회만이 경쟁력을 지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그나마 자기 처지는 나은 편이라고 했다. 적은 액수지만 사례비를 받는다고 했다. 그는 "어쩌면 '생존'하는 게 비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목사로서 끝까지 살아남는 게 소명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평균 사례비 52.5만 원
평균 교인 수 20.9명 미만 
교회 개척했다고 욕먹기도 
"카페 골목에 카페 많다고 망하지 않아"

"천지창조 다음으로 어려운 게 교회 개척이다." A 마을에서 만난 한 목사가 말했다. 목사들의 사정을 듣다 보니 무슨 뜻인지 바로 감이 왔다. 교회 개척이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이런 말이 나왔을까.

<뉴스앤조이>가 취재한 상가 교회 목회자 10명 중 사례비를 받고 있는 목사는 4명뿐이었다. 아예 사례비를 받지 못하는 목사는 3명, 책정은 돼 있지만 사례를 못 받는 목사도 1명 있었다. 나머지 2명은 구체적인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다. 평균 사례비는 52.5만 원대, 평균 교인 수는 20.9명이었다.

2년 전 상가 지하에 개척한 한 여성 목사는 사례를 받지 않는다. 교인은 10명 정도 되는데, 전도사 사례비와 운영비를 제외하면 남는 게 없다고 했다. 그는 "학교 강의와 부흥회 등을 통해 사례비를 대체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고단한 게 사실이지만, 내게 주어진 사명 즉 세계 선교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비교적 많은 교인이 출석하는 교회의 한 목사는 뜻밖의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부임한 지 7년 된 그는 "사례비는 먹고살 정도로 받고 있다. 교회가 너무 커지면 안 된다. 70명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상가 교회는 열악한 재정뿐만 아니라 주변의 따가운 시선도 견뎌야 했다. 사역 10년 차인 또 다른 박 목사는 2010년 A 마을로 교회를 이전했다. 교회를 옮겼을 때 욕을 많이 먹었다. 큰 교회 바로 옆 상가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교회가 이렇게 많은데 또 내면 어떡하느냐"고 불만을 제기했다.

박 목사는 한편으로 억울한 생각도 들었다. 교회가 장사하는 데도 아니고, 교패가 있는 집을 대상으로 전도한 적도 없기 때문이다. 박 목사는 "단지 임대료가 싸서 온 건데 큰 교회 옆에 개척했다는 이유만으로 정죄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고 말했다.

재정 형편이 어려워 개척 초기에는 다른 일도 병행했다. 사례비는 100만 원으로 책정돼 있지만 받은 적이 없다. 박 목사는 이런 현실에 연연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자유롭게 살고자 한다. 솔직히 큰 교회에 청빙 지원서를 내기도 한다. (가능성을) 다 열어 놓고 있다"고 말했다.

큰 교회가 옆에 있든 작은 교회가 옆에 있든 목회자들은 은근히 경쟁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20년 넘게 마을에서 목회해 온 장 아무개 목사는 "안 그럴 것 같지만 교회도 경쟁을 하게 된다. 옆 교회가 잘되는 걸 반기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장 목사는 "서울 방배동 카페 골목에 카페가 많다고 해서 망하는 거 아니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다만 사람을 변화시켜야 하는데, 일부 목사는 교회를 먹고살기 위한 호구지책으로 이용하지 않나 싶다. 교회가 그러면 안 된다. 우리 교회만 와야 한다는 마음이 없어져야 한다"고 했다.

밀집된 교회 목사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상황을 나아지게 만들 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주요 교단 교세 통계를 보면, 교인은 갈수록 주는 반면 목사는 늘고 있다. '교회 골목'은 A 마을 외에도 더 있을 것이고 앞으로도 더 생겨날 것이다. 다음 기사에서는 교회 골목이 생긴 구조적·개인적 이유를 찾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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