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목회'는 지역사회와의 연대를 강조한다. 정성진 목사는 "교회가 담을 허물고 지역 공동체로 발돋움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난민 문제는 종교적으로 접근하면 추해진다. 성경에 나그네를 섬기라고 나와 있으니, 받아 줘야 한다. 그들이 살 수 있게 도와줘야지 배척하면 하나님이 기뻐하지 않을 거다. (기독교인이) 괜한 반대 목소리 내서 예수님 욕먹이지 않았으면 한다."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사회적 목회' 컨퍼런스 취재를 위해 만난 정성진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는 목회자로서 사회 전반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그는 '나그네'를 언급하면서 제주에 들어온 예멘인 이야기를 꺼냈다. 사회적으로 난민 관련 가짜 뉴스가 번지고 있고 교회에서 난민은 금기어처럼 돼 버렸지만, 정 목사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종교를 떠나 그들이 필요로 하는 걸 해결해 주고 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와야 할 대상은 난민만이 아니다. 고아, 미혼모,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살펴야 한다고 했다. 정성진 목사는 "교회가 담을 허물고 약자 및 지역사회와 함께해야 한다. 성장이 멈춰 버린 시대, 연대와 공동체 의식으로 교회가 헤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성진 목사는 7월 9~10일, 성락성결교회(지형은 목사)에서 열리는 '사회적 목회 컨퍼런스' 강사로 나선다. 굿미션네트워크와 목회사회학연구소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에서는 손봉호 교수(고신대 석좌), 김동호 목사(높은뜻연합선교회), 박원호 총장(실천신대), 이일하 목사(굿미션네트워크), 지형은 목사 등이 강연한다. 기독교 윤리, 사회적 영성, 마을 목회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이야기 나눈다.

사회적 목회란, 교회가 지역사회와 함께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을 뜻한다. 교회가 담장을 허물고 사회와 서로 도우면서 발맞춰 나아가는 것이다. 내년 조기 은퇴하는 정 목사도 일찍이 사회적 약자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다짐했다. 부모 없는 아이들을 돌보고, 힘겹게 목회 활동을 이어 가는 작은 교회 목회자들을 계속해서 살피겠다고 했다.

정성진 목사를 6월 27일 거룩한빛광성교회에서 만났다. 그가 생각하는 사회적 목회란 무엇이고 컨퍼런스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나오는지 자세히 들어 보았다.

지극히 작은 자 섬기는 '사회적 목회'
한국교회, 담 허물고 지역사회와 함께해야
"동성애 '맞불 집회', 옹졸한 집단으로 전락"

- 7월 9~10일 '사회적 목회 컨퍼런스'가 열린다. 사회적 기업은 많이 들어 봤지만, '사회적 목회'는 낯설다. 사회적 목회는 무슨 의미인지, 어떤 맥락에서 나오게 됐는지 궁금하다.

라틴어로 '사회'는 '소시우스'(socius)인데, '공동의', '연대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다시 말해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이루자는 게 사회적 목회다. 교회와 사회, 부자와 빈자 등을 구별하거나 나누지 않고 함께 살자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적 목회를 이해하면 적절할 것 같다.

사회적 목회는 개인과 집단 이기주의를 넘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 구약성경에 대표적 약자로 고아와 과부, 나그네가 나오지 않는가. 오늘날 상황에 비춰 보면 고아, 미혼모, 노인, 장애인, 다문화 가정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신약성경에서는 주리고, 목마르고, 헐벗고, 병들고, 옥에 갇힌 작은 자, 나그네 등 지극히 작은 자들을 약자로 규정한다.

정 목사는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난민을 배척하지 않고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 요즘 제주도 예멘 난민 신청자에 대한 말이 많다. '나그네'에 해당하는 예멘인을 도와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고, 반대로 이슬람을 믿는 그들을 내쫓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단 그들이 필요로 하는 걸 먼저 해결해 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들이 '난민'이라면, 살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이슬람 국가 중 가난한 나라가 적지 않다 보니, 먹고살기 위해 다른 나라를 찾는 사람도 많다. 그들을 사랑으로 대해야지, 죽이려 하면 되겠는가. 성경에 나그네를 섬기라고 나와 있듯이, 받아 줘야 한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도 난민이었다. 우리 민족도 고난을 경험했는데, 배척해서야 되겠는가. 그들을 배척한다면 하나님이 기뻐하지 않으실 거다. 기독교인들이 괜한 반대 목소리를 내서 예수님 욕먹이지 말자.

그리고 우리나라가 기독교 왕국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우리나라는 지금도 불교와 유교 바탕 위에 서 있는 나라다. 그 위에서 천주교와 개신교가 평화를 누리고 있다. 이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최선을 다해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건 동의하지만, 난민 문제를 종교적으로만 접근하면 추해진다고 본다.

- 이번 행사 주제는 '사회적 목회 컨퍼런스: 교회가 세상을 섬길 때'이다. 바꿔 말하면 지금 교회가 세상을 제대로 섬기지 못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 초기 교회는 사도행전에 나오는 교회처럼 세상을 섬기고 함께했다. 선교사 도움을 받아 고아원·학교·병원 등을 세우고 섬겼다. 시기적으로 1960년대까지는 세상을 향해 열려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 성장 시대를 맞이하면서 교회관이 뒤틀렸다. 교회에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 보니, 목사들이 교육하고 심방하느라 바빠졌다. 자연스럽게 교회는 세상과 담을 쌓기 시작했다. 이게 지금까지 이어졌다. 교회와 세상은 서로 담을 쌓고 분리됐다.

교회는 자기 왕국을 세우는 데 급급했다. 목사들은 힘을 가지고 교단 정치를 하고, 총회장 선거에 출마했다. 그것도 모자라 연합 기관을 세우고 대표회장이 되기 위해 다퉜다. 세상과 담을 쌓고 평생의 놀이터를 만든 셈이다. 그 결과, 교회 문은 닫혔고 세상은 등을 돌렸다.

- 한국교회는 기본적으로 돌봄·섬김을 강조하지만, 특정 문제 앞에서는 배타적‧공격적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사립학교법 개정, 동성애, 종교인 과세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다 보니 "교회가 더 세상적이고 이기적이다"는 비판도 받았다.

각 사안에 대한 대처 방식이나 분별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가령 2005년 사립학교법을 개정할 당시 독소 조항이 없었던 건 아니다. 다만 나도 사립학교를 운영하는 당사자로서, 만일 그때 사학법을 개정하지 않았다면 비리가 만연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종교인 과세는 당연히 해야 한다. 수입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는 게 원칙 아닌가. 목회자도 의무를 져야 한다.

동성애 문제는 결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성경은 동성애를 죄악이라고 규정했지만, 세상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 가치가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여기에 십자군 전쟁 방식처럼 대응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가치관을 포기할 수 없다는 취지를 충분히 설명한 다음 차근차근 대응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처럼 맞불 집회를 해 버리니까, 기독교가 아주 편협하고 옹졸한 집단이 돼 버렸다.

동성애자를 죄인 취급하는 반동성애 집회도 반대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교육·인식 방향 전환 필요
신학교, '청빈'과 '수도자적 영성' 가르쳐야
목회자 이중직, 더는 논할 사안 아냐
생존이 우선

- 작은 교회 목사들은 열악한 삶을 살고 있다. 한때 도서관 교회, 카페 교회, 공부방 교회 등이 유행을 타고, 대안으로 소개됐지만 근본 해결책이 되지 못한 것 같다.

목회자 수급 문제는 10년 정도 있으면 자연스럽게 정리될 거라고 본다. 신학교가 배출하는 목회자 수가 급감하고 있다. 문제는 지금이다. 목회자들이 갈 자리가 없다. 성장 시대의 산물인데, 5년 정도 지속될 것 같다.

근본적으로 신학 교육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신학생들에게 청빈, 수도자적 영성, 자발적 가난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작은 목회를 성공적으로 하려면 소그룹을 다루는 방법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교단은 이런 목회자들에 대한 지원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목회도 세상처럼 유행을 타는데, 오래가지 못한다. 지금의 유형을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다. 카페, 어린이 놀이방, 도서관 교회 등을 하는 '소통형 목회'. 지역 아동 센터, 노인 돌봄 교회 등 '복지형 목회'. 목회자가 지역 리더를 맡거나, 정부 사업을 수탁받아 운영하는 '지역사회형 목회'.

좋은 의도를 가지고 다양한 목회가 진행 중인데, 문제도 있다. 목회자의 경제 상황이 어렵다 보니 이런 사역들이 먹고살기 위한 호구지책으로 변질된 것이다. 때로는 목회자들이 이권을 차지하기 위해 사회복지 기관장들과 충돌하는 걸 볼 때도 있다.

- 목회자 이중직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경제 형편이 어려워도 끝까지 목회만 고수하는 목사도 있고, 다른 노동을 하며 경제생활과 목회를 동시에 하는 목사도 있다. 맞고 틀리고를 떠나 어떻게 접근하는 게 바람직할까.

목회자 이중직은 더 이상 논의 대상이 아니다. 형편이 어려운 목사는 대리운전, 택배 등을 하고, 목사 아내는 과외를 하거나 마트와 식당 등에서 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시대인 만큼 이제는 이중직을 장려해야 한다. 목사들도 직업교육을 받아야 한다. 예수님은 목수였고, 바울은 텐트메이커였다. 신학 외 다른 전공을 공부한 목사의 경우 기존 전공을 살릴 필요도 있다. 생존은 맞고 틀리고 문제가 아니다. 인식을 전환해야 할 때다.

- 목사님이 그렇게 말하면 "대형 교회 목사가 현실도 모르면서 쉽게 말한다", "대형 교회 목사라서 저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겠다.

내가 잘나서 큰 교회 목사가 된 게 아니다. 거저 은혜로 된 거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단 한 번도 대형 교회를 지향한 적 없다. 23년간 목회하면서 '총동원'과 같은 군사적 용어를 사용한 전도 집회도 하지 않았다.

작은 교회 목회자 입장에서는 상실감을 가지고 (나를) 비난할 수 있다고 본다. 욕은 언제나 먹는 것이고, 나는 그동안 목회에서 배운 것을 통해 좀 더 바른 방향을 제시할 뿐이다.

고양시·파주시에 있는 작은 교회 살리기 운동을 10년 전부터 해 왔다. 교회 157개를 형제 교회로 삼고 전도팀·양육팀·예배팀을 보내고 있다. 재정도 지원하고 있다. 할 수 있는 선에서 작은 교회를 돕고 있다. 어렵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우리 교회도 20교회를 분립했는데, 큰 교회에서 분립해도 작은 교회는 유지되기가 어렵더라.

내년에 조기 은퇴하는 정성진 목사는, 부모 없는 아이들과 작은 교회 목회자들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이번 포럼에서는 △기독교 윤리 △사회적 영성 △사회적 경제 △하나님나라 △마을 목회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다. 누구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는가.

교회 크기를 떠나 많은 목회자가 와서 들었으면 한다. 대형 교회 목사들도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왔으면 한다. 독점에서 나눔과 섬김으로 인식을 전환하길 바란다. 어차피 10년 뒤면 한국교회는 줄어든다. 미리미리 나눔에 대한 인식을 가졌으면 한다. 중형 교회 목사는 성장에서 성숙을 추구해야 한다. 소형 교회 목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미션을 발견해야 하고, 신학생은 진로를 모색해야 한다.

- 목회 선배로서 후배 목회자나 신학생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신학생에게는 '가난할 자신이 있느냐'고 질문하고 싶다. 앞서 말했지만, 나는 운이 좋게 대형 교회 목사가 됐다. 하지만 갈수록 교회는 어려워질 것이다. 청빈한 삶을 영위하고, 가난해도 괜찮다면 목회를 하라고 말하고 싶다. 참고로 지난 20년간 우리 노회에서 자립한 교회가 1개밖에 되지 않았다. 이상만 가지고 목회에 뛰어들면 안 된다.

후배 목회자들에게는 '독재하지 말고, 조금 덜 챙겨라'고 조언하고 싶다. 교인들과 소통하고, 돈에 욕심 내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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