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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서 18년 사역한 선교사 돌연 체포, 왜?
불법 무기 소지 혐의…가족·교단, 석방 촉구 기자회견
  • 이용필 기자 (feel2@newsnjoy.or.kr)
  • 승인 2018.06.23 13:47

필리핀 백영모 선교사의 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경찰청 앞에서 열었다. 기성 교단 관계자들은, 한국 경찰이 나서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호소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필리핀에서 18년간 선교 중인 백영모 목사가 5월 30일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 불법 무기류를 소지한 혐의로 체포된 백 목사는 지금까지 필리핀 마닐라 안티폴로 경찰서에 구금돼 있다. 가족과 소속 교단 측은 백 목사가 누명을 썼다며 도움을 요청하고 나섰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윤성원 총회장) 소속 백영모 목사는 필리핀 빈민가에서 급식 사역과 교회 개척, 목회자 양성 등을 해 왔다. 선교 경험이 풍부해 교단 선교부에서 중직을 맡기도 했다.

백 목사는 딸이 다니는 학교 앞에서 잠복 중이던 경찰에 체포했다. 무슨 이유로 연행하느냐고 항의했지만, 경찰은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연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목사는 구금된 뒤에야 자신의 혐의를 알게 됐다.

필리핀 경찰은 지난해 12월, 기성 교단이 운영하는 한우리선교법인(HEM)을 압수 수색한 적 있다. 방송국 기자까지 대동한 경찰은 HEM 건물에서 권총과 다수의 총탄, 수류탄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무기류 등에 대한 등록 허가를 받지 않은 것과 관련해 현지인 HEM 행정관과 백 목사에게 출두 명령서를 보냈다.

그러나 서류는 HEM이 아니라 바로 인근에 위치한 필리핀국제학교(PIC)로 잘못 전달됐다. 심지어 법원 소환장마저 PIC로 전달됐다. PIC는 과거 기성 교단 선교사로 활동한 권 아무개 씨가 운영하는 곳이다. 재산권·운영권을 놓고 기성 교단과 법적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백영모 목사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른 상태에서 체포됐다. 사건이 터진 직후 기성 교단은 발 빠르게 대응했다. 현지에 선교국 직원을 긴급 파송해 조사하고 변호사를 선임했다. 기성 교단은 △백 목사는 HEM 직원이 아니다 △법원 소환장과 출두 명령서가 잘못 배달돼 소명 기회를 상실했다 △백 목사는 불법 총기물을 본 적 없고 소지도 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담은 청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그러나 백 목사는 24일 넘게 구금 중이다.

필리핀 당국이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자, 기성 교단은 한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도움을 요청했다. 윤성원 총회장은 6월 22일 기자회견에서 "백 선교사는 필리핀의 문화와 전통, 법질서를 존중하고 지금까지 잘 지켜 왔다. 필리핀에 해악을 끼칠 범법 행위를 할 사람이 아니다. 백 선교사가 하루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필리핀 경찰은 백영모 선교사가 등록되지 않은 불법 무기류를 소지한 것으로 봤다. GMA 영상 갈무리

기자회견에는 백영모 목사 아내 A도 참석했다. 도움을 청하기 위해 필리핀에서 건너온 A는 "정부와 경찰은 외교적, 정치적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하루속히 남편이 석방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했다.

이번 일과 관련해 일부 언론은 '셋업(Setup) 범죄'를 언급하기도 했다. 경찰이나 제3자가 경찰과 내통해, 총기류 등을 집 같은 곳에 몰래 둔 다음 신고·적발하는 것을 말한다. 석방을 조건으로 금품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는 기자에게 "경찰이나 제3자로부터 석방을 빌미로 금품을 요구받은 적은 없다. 필리핀에서 셋업 범죄가 많다 보니 (추정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 남편은 총기류를 소지한 적 없고, 지금까지 이와 유사한 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A는 한국에 오기 직전 백 목사를 면회하고 왔다고 했다. 그는 "남편이 구금된 이후 살이 많이 빠졌고, 피부병까지 생겼다. 처음에는 억울해했지만, 지금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담담히 기다리고 있다. 자신을 걱정해 주는 가족과 교단에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성 교단 측은 "사람을 살리는 일에 집중해 줬으면 한다. 백영모 선교사가 무사히 풀려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말했다.

필리핀 현지 선교사들도 백영모 목사 사건에 관심을 쏟고 있다. 20년간 활동 중인 한 선교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선교사가 총기류를 소지하거나 특정 장소에 보관할 이유가 전혀 없다. 개인적으로 경찰이 너무 나가지 않았나 싶다. 셋업 범죄라기보다, 서류가 잘못 전달되면서 불상사가 일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교사는 "이번 일을 계기로 필리핀 선교사들도 대책팀을 꾸렸다. 백영모 선교사가 무사히 풀려날 수 있도록 적극 돕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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