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정신실 작가가 <뉴스앤조이> 연재 필진으로 합류했다. 정 작가는 <오우~ 연애>·<와우 결혼>·<커피 한잔과 함께하는 에니어그램>(죠이선교회), <나의 성소 싱크대 앞>·<토닥토닥 성장 일기>(죠이북스), <연애의 태도>(두란노) 등의 저서를 펴냈다. 연애·결혼·육아 등 친숙한 주제로 읽는 이를 위로하는 따뜻한 글들을 써 왔다. 이 모든 것은 '일상의 영성'이라는 키워드로 엮인다.

정신실 작가는 6월 12일, 연재를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자신을 '심정적 가나안 교인'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에서 잘 믿으려고 몸부림치며 고민하는 교인들 가운데서도, 영적으로 마음 둘 곳 없는 심정적 가나안 교인이 적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신실 작가가 연재할 글은 이들이 겪는 '영적 사춘기'를 다룬다.

정 작가는 연재를 통해 자신의 삶과 교회의 현실에 괴리를 느끼면서, 그렇게 느끼는 자신이 '뭔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고민하는 이들에게 '잘 가고 있다'고 격려하고 싶다고 밝혔다.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글을 쓰는 작가의 길로 접어들게 됐는지, 연재에서 어떤 내용을 다룰 것인지 나눈 대화를 정리했다.

정신실 작가는 7월부터 격주 간격으로 <뉴스앤조이> 독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글쓰기를 비롯해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글쓰기와 강의, 집단 상담 등을 하고 있다. '작가'로 가장 많이 불린다. 그렇게 불리는 게 부끄럽다. 하지만 글을 계속 쓰고 있으니까 작가라고 불리는 게 가장 편하기도 하다. 본업은 음악 치료다. 석사로 음악 치료를 공부하고, 현장에서 음악 심리 치료를 해 왔다. 음악 치료를 하면서 심리와 영성 공부도 이어 왔다.

하나님 닮은 존재로서 오늘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에니어그램 소그룹도 하고 있다. 음악 치료 하면서 10년 넘게 공부했는데, 느낀 점이 있다. 보통, 사람들 마음을 측정하고자 하는 학문을 '심리학'이라고 하지 않나. 심리학은 마음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영성과 맞닿는다고 본다. 어떻게 보면 모든 것이 다 영성과 연결된다. 그런 점에서, 집단적 영성의 여정을 인도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영성심리 안내자'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세속 심리학이 마음으로 들어가는 첫 단추를 제공해 주지만, 결코 닿을 수 없는 곳이 우리 존재 안에 있다. 심리학과 영성 사이에 다리를 놓아, 우리 일상을 어떻게 영적으로 살아 내느냐가 내 관심사이고 죽을 때까지 놓지 않고 공부하고 싶은 것이다. 내가 쓰는 글이나 내가 하는 강의, 심지어 연애 강의라고 해도 영성과 관련돼 있다. 영성은 사람의 삶이고 우리의 모든 사랑은 하나님 사랑의 아류이니까.

- 작가로서 글을 계속해서 써 왔다. 글을 쓰기 시작한 계기가 있나.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손으로 일기를 쓰고 있다. 뭘 생각하고 써 온 것은 아닌데, 지금은 나의 가장 큰 자산이자 힘이다. 중학교 1학년 때 목사였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게 어마어마한 부조리로 다가왔다.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장례식에서 아버지 친구분이 말씀하셨다. "울지 마라. 아버지 천국 가셨다. 좋은 곳 가셨는데 왜 우냐." 그것을 부조리하다고 느꼈던 모양이다. 사실은 교회에서 많이 하는 말이기도 한데, 아버지의 죽음이 나한테 가장 큰 부조리로 다가와서 이 의문을 풀어 보려고 일기를 쓰게 된 것 같다.

'나를 지키는 글쓰기'라고 정의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생계를 책임지고 정서를 지탱해 주는 존재가 아버지였다. 목사이기도 하셨으니까 영적인 지반이기도 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그게 흔들리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당시 어린 나에게는 그랬던 것 같다. 기댈 언덕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어렸을 때 쓴 일기들이야 유치할 수 있지만, 나중에 심리 치료 공부를 하면서 그렇게 써 왔던 일기가 치유를 위한 과정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블로그도 운영해 왔다. 블로그 글쓰기에서 내가 잡고 있는 키워드가 '경험'이다. 경험이 녹아 있지 않은 글은 내가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때그때의 내 이슈, 내 안에 있는 조각들과 고민들이 하나하나의 글로 모아지는 것이다. 나를, 내 몸을 통과한 경험들을 써 내게 되더라.

최근 기독교반성폭력센터에서 목회자 성폭력 생존자들과 치유하는 글쓰기를 진행하면서, 글쓰기에 힘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고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한 사람이 자기 존엄을 지킬 수 있는 큰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들과 작업을 하면서 나도 치유받고 있다.

- 이번 연재에서 다루고자 하는 내용은 무엇인가.

영성에 관한 얘기다. 영성은 결국 일상을 어떻게 사느냐에 대한 것이다. 우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다. '영적 사춘기'라는 주제로 여러 가지를 다루려고 한다. 기도하는 것, 열심히 교회에서 봉사하는 것이 어쩌면 종교 중독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종교 중독은 영적 학대와 닿아 있다. 목회자 성폭력 피해자뿐만 아니라 많은 기독교인이 영적으로 학대를 당하면서 자랐다고 본다. 한국에서 지금, 의식이 깨어 있다고 하는 교인들이 집단적으로 영적 사춘기를 겪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케어가 필요한 작은 교회 목회자들에 대한 이야기와 목회자 아내 '사모'들에 대한 이야기도 다뤄 볼까 한다. 자기 정체성이 120% 사모인 분들이 있다. 사실 어떻게 보면, 교회에 대한 회의로 치면 이분들이 일반 교인보다 더할 수도 있다. 남편과 자신을 동일시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내면화가 된 분이 대부분이다. 진짜 자기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몸이 아프거나 우울증에 걸리는 사모들이 있다. 진짜 감정을 느끼고 표출하는 순간 갈 곳이 없어진다. 자기감정을 드러냈을 때 자신의 삶과 신앙과 모든 것이 파산될 것 같은 두려움 속에서, 자신이 느껴야 할 교회에 대한 회의조차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아픈 분이 많다.

나는 지금 한국 개신교에서 잘 믿으려고 고민하는 교인들은 대체로 심정적으로 가나안 교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모두가 교회를 좋아서 다니는 것 같지는 않다. 어쩔 수 없이 다니는 사람도 많고, 교회를 떠나서도 교회를 찾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고 생각한다. 영적으로 마음 둘 곳이 없다는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한 10여 년간 방황했다. 개신교에 소망이 없다고 느껴져서 영적 사춘기를 겪었던 시절이 있었다. 교회를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하필 그때가 남편이 목회를 시작하던 시점과 맞물렸다. 늦게 신학을 공부한 남편이 목회를 시작하면서 동시에 신앙에 대한 회의가 왔다. 신앙 자체, 하나님에 대한 회의라기보다는 교회에 대한 회의였다.

그때 에니어그램연구소를 통해 가톨릭 영성을 만났다. 1년에 1번씩 가톨릭 피정을 가는 것과 예수회에서 영성 공부를 하는 것을 통해, 방황하는 가운데 한 걸음씩 나아갔다. 참 힘든 시간이었다. 다행인 것은 남편이 수용적이었다는 사실이다. 개신교 목회자로서 다 동의가 되지 않았을 텐데, 내가 피정 가고 공부하는 것을 이해하고 지지해 줬다. 알고 보면 '가톨릭 영성'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잊고 몰랐던 오랜 기독교 영성의 전통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목회자 아내로서 일을 내려놓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청년 사역을 하면서 청년들과 만났던 시간들이 버티는 힘이 됐던 것 같다. 청년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결국 연애와 진로 이야기지만 실은 가장 깊은 곳에서는 자기답게 살고 싶은데 그것이 하나님의 바람과 상충하지는 않는가를 놓고 고민하는 것이다. 그런 청년들에게 "아냐, 그렇지 않아. 가장 너답게 사는 것이 그게 하나님이 너를 이 땅에 보내신 이유야"라고 말해 줬는데, 그게 나한테 하는 말이 된 것 같다. 버티는 힘이었다. 하나님이 우리를 이 땅에 보낸 목적은 참나무는 참나무로 가장 아름답게 참나무가 되고, 나리꽃은 나리꽃이 되고, 나는 나 되고, 청년들은 청년들 되는 것이 아니겠나.

그런데 10여 년간의 그 세월로 끝이 아니더라. 신앙 여정은 사실 순례자의 여정이다. 그럼에도 특수성은 있다고 본다. 계속 의문을 가지고 걸어가면서 '내가 가야 할 길이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늘 끝인 것 같지만, 끝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라는 스캇 펙의 말처럼, 방황하고 있지만 우리가 가야 할 '한 걸음의 여정'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걸어온 한 걸음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 나 자신을 비롯한 개개인의 아픔을 드러내고 함께 고민하는 글을 쓰고 싶다.

감히 위로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정서적 가나안 교인으로, '내가 뭔가 잘못되지는 않았을까' 싶은 분들에게 '아니다. 우리 고민하면서 잘 가고 있다'고 격려하고 보이지 않는 연대를 이루고 싶은 생각이 있다.

- 앞으로 계획은.

이번에 연재하는 내용들을 주제로 장기적으로 글을 쓰고 싶다. 영적인 존재로서 오늘 여기서 살아가면서 내 삶을 포기하지 않는 것에 대한 글, 하늘과 맞닿은 존재로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지난한 고민이 묻어나는 글 등을 엮고 싶다.

무엇보다 일상을 잘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일상에서 가장 가까이 만나는 사람들이나, 겪게 되는 일들과 평화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고 생각한다. 그게 글로도 나오는 듯하다. 일상을 잘 살면서 그것을 글로 써 내는 작업을 해 나갈 것이다. 종교 중독을 비롯해 연재에서 다루는 내용이 모두 사모이기도 했던 내 어머니의 삶이기도 하다. 기회가 된다면 어머니와 나의 신앙 여정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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