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이홍정 총무) 인권센터(박승렬 소장)가 6월 21일, "예멘 난민에 대한 인권을 보장하라"는 성명을 냈다.

교회협 인권센터는 제주도로 온 예멘 난민들이 3년간 지속된 내전을 피해 한국까지 도망쳐 온 사람들이라며 이들을 박대하거나 혐오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예멘 난민을 '테러리스트', '가짜 난민' 등으로 매도하는 현상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법무부에 촉구했다. 또 난민들의 취업과 체류, 추방에 대한 권한을 가진 법무부가 더 인도주의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인권센터는 기독교인들에게 성경 가르침대로 난민들을 맞아 주자고 했다. "너희와 함께 사는 외국인 나그네를 너희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레위기 19장 34절 말씀을 인용해, 나그네 된 예멘인들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세상의 보이지 않는 어지러운 모순 속에 우리 모두가 난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한국인들 또한 나그네였던 6·25 전쟁 당시를 잊지 말자고 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

정부는 난민에 대한 인권을 보장하라!

"너희와 함께 사는 외국인 나그네를 너희의 본토인처럼 여기고 그를 너희의 몸과 같이 사랑하여라. 너희도 애굽 땅에 살 때에는 외국인 나그네 신세였다(레 19:34)."

모든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고귀한 자녀이다. 그들의 인권은 차별 없이 존중받아야 한다. 우리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제주도 내 예멘 난민 상황의 아픔에 동참하며, 나그네 된 자들의 인권을 위해 함께해 나갈 것을 밝힌다.

1.
지금 제주에는 500여 명의 예멘 난민들이 있다. 그중 아동을 포함한 가족 단위도 다수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난민 신청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혐오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일자리를 뺏으러 온 가짜 난민", "테러 집단" 등 전형적인 혐오의 방식으로 차별이 양산되고 있다. 차별은 중지되어야 한다. 난민에 대한 혐오를 일삼는 이들은 특히 안전 문제와 난민들을 연결지어, 마치 저들이 범죄를 일으키는 잠재적 테러리스트인 양 호도하고 있다. 법무부는 난민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유포하고, 범죄자로 매도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난민들의 취업 허가, 체류 지휘, 출도 제한 등 모든 권한을 가진 법무부가 더 적극적인 인도주의적 조처를 취해야 한다.

2.
현재 예멘은 3년째 내전이 진행 중이며 어린이를 포함, 최소 약 6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전쟁에 의해 희생된 상태다. 이유도 알지 못하는 복잡한 전쟁의 광기 속에 저들은 삶 자체를 잃어버렸다. 이 참혹한 현실 속에서 생존을 위해 도망쳐 나온 이들이 바로 예멘 난민들이다. 우리는 혐오 발언과 차별이 아니라, 왜 그들이 이 낯선 땅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는지부터 알아야 할 것이다. 한국전쟁 이후 유엔은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을 채택하였고, 한국은 1992년 가입하여 올해로 25년, 난민법을 시행한 지 5년이 되었다. 한국전쟁 직후 그때의 우리와 현재 예멘의 상황은 다를 것이 없다. 우리가 겪었던 절박함과 고통이 오늘 저들에게 있는 것이다. 우리가 나그네 되었던 때를 잊어선 안 된다.

3.
정부는 하루속히 제주도 내 예멘 난민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현재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하는 수준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난민들의 인권이 제대로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따른 국제적 보호로써 실천적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난민들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와 차별 언어를 유포시키는 이들에 대해 엄중한 경고와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전쟁범죄를 피해 살기 위해 도망쳐 나온 난민들이 또 다른 2차 피해에 노출되어선 안 된다.

4.
성서는 오늘도 우리에게 '너의 이웃은 누구인가' 묻고 있다. 나그네 된 이들과 함께 그들의 고통을 나누며 상생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 바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할 일이다. 세상의 보이지 않는 어지러운 모순 속에 우리 모두가 난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본 센터는 제주도 내 예멘 난민들의 인권이 보장되고 저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함께 기도의 행진을 이어 나갈 것이다.

2018년 6월 21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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