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최근 서촌 궁중족발 김우식 사장이 건물주를 폭행해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김 사장은 20년간 서촌에서 터를 잡고 장사했다. 그동안 자신만의 영업 노하우를 계발하고 단골을 만들며 궁중족발을 소문난 맛집으로 키웠다.

이제 노력에 보상받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을 때, 건물주가 바뀌면서 비극이 시작됐다. 새 건물주는 임대료를 기존보다 4배 인상했다. 김 사장은 임대료 폭등에 항의하며 건물을 점거하고 버텼지만, 12차례 강제집행 끝에 가게에서 쫓겨났다. 게다가 그동안 힘이 되어 준 연대자들을 모욕하는 건물주의 발언을 순간 참지 못해 그를 폭행한 것이다.

건물주의 욕심이 빚은 서촌 궁중족발 비극은 국가 경제의 비극으로 이어진다. 경제 활성을 위해 산업에 흘러가야 할 금융자본이 부동산 시장에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가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가계 부채를 증가하며 결국에는 장기적인 경기 침체를 낳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6월 19일 <헨리 조지와 지대 개혁>(김윤상 등 9명 지음, 경북대학교출판부) 출간 기념 토론회에서, 한국 사회 부동산 문제가 임계점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궁중족발 사례가 도시 곳곳에 잠복해 있다. 현상만 짚고 넘어가는 건 이제 멈춰야 한다.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고 불로소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미국 경제학자 헨리 조지의 '지공주의'를 내세웠다. 이들은 모든 토지 소유주에게 세금을 적용하는 '국토 보유세'를 도입해 토지 불균형·양극화를 막고, 북한에도 '공공토지임대제'를 적용해 벌써부터 조짐을 보이는 국내·외 투기 세력의 유입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대표는 궁중족발 사례가 한국 사회 곳곳에 잠복해 있다며 이를 막을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시장경제 활성화하는 지공주의

국토 보유세 도입으로
부동산 불균형·양극화 해결 기대

토지 배당으로 기본 소득 실현

<헨리 조지와 지대 개혁> 대표 저자 김윤상 교수(경북대)는 기조 발제를 통해 지공주의의 의미를 설명했다. 지난해 추미애 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헨리 조지의 토지공개념을 언급했을 때, 몇몇 야당 의원이 시장주의에 반하는 이념이라며 비판한 바 있다. 김 교수는 많은 사람이 헨리 조지를 자세히 모르기 때문에 생긴 오해라며, 지공주의가 현재 자본주의보다 시장에 친화적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조세제도는 지대와 임금, 이자에 세금을 부과하는 반면, 지공주의는 지대에만 세금을 부과한다. 김 교수는 지공주의가 불로소득을 환수하고 개인이 노력해서 얻은 소득은 과세하지 않기 때문에, 노동을 촉진하고 시장경제를 활성화하는 순기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누구나 개인이 노력한 만큼 돈을 벌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지공주의의 목표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불로소득에서 발생한 세수로 복지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윤상 교수는 지공주의가 시장경제를 활성화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헨리조지포럼 공동대표들은 헨리 조지 사상과 오늘날 부동산 문제를 다룬 책 <헨리 조지와 지대 개혁>을 썼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국토 보유세'는 이러한 지공주의를 바탕으로 해서 만들어진 조세제도다. 국내 모든 토지 소유자에게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한다. 세율은 토지 보유액에 따라 누진 적용한다. 예를 들어, 토지 보유액이 1억 원 이하인 경우에는 세율이 0.1%이고, 100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2.5%를 적용한다.

발제자로 나선 강남훈 교수(한신대)는 국토 보유세는 과거 참여정부가 시행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의 한계를 극복한다고 했다. 종부세는 토지 외에도 건물에 세금을 부과해, 개발을 위축하고 지공주의 취지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과세 대상도 일부 상위 계층으로 한정해 조세 평등 원칙에 어긋났다. 반면, 국토 보유세는 토지에만 세금을 책정하고, 모든 소유주에게 세금을 걷는다.

국토 보유세는 현금 자산이 부족한 토지 소유주를 위해 납부 방식을 다각화했다. 토지를 상속·양도·매매할 때 한꺼번에 납부하거나, 세금 대신 토지를 정부에 매도할 수도 있으며, 세금에 따라 토지 지분을 정부와 공유하는 방법도 있다.

국토 보유세가 갖는 또 다른 특징은 '토지 배당'이다. 토지 배당은 국토 보유세로 얻은 세금을 모든 국민에게 1/n씩 분배하는 것이다. 강남훈 교수는 "현재 국토 보유세를 시행할 경우 2018년 기준으로 약 15.5조 원의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계산하면, 국민 한 사람당 매년 평균 30만 원의 기본 소득이 발생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개인당 토지 배당금은 소득에 따라 달라진다. 강남훈 교수는, 2018년 가계 동향 조사를 기준으로 계산한 결과, 상위 계층 5%를 제외한 모든 국민이 매월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하위 계층 20%는 기본 소득으로 매월 128만 원을 받게 된다.

강 교수는 "국토 보유세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면서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하고 불평등을 축소할 수 있는 세금이다. 부동산 투기를 막아 효율적인 토지 사용을 촉진하는 동시에, 토지 배당으로 조세 저항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훈 교수는 국토 보유세를 도입할 경우 부동산 불균형·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조성찬 박사는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을 상대로 투기 바람이 불고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남북 화해 모드 → 북한에 투기 바람

싱가포르식 공공 토지 임대제 도입 필요

저렴한 값에 장기간 임대할 수 있어

농촌·도시에 확대 적용, 토지연조제 전환

올해 4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에 투기 바람이 불었다. 조성찬 센터장(토지+자유연구소)은 "경기 파주 땅값이 연초보다 30% 급등했고, 북한 신의주 건너편 중국 단둥은 아파트 가격이 57% 올랐다"고 했다. 조 센터장은 "남북이 화해 국면을 맞이하면서 북한에는 벌써 부동산 투기가 전개되고 있다. 북한이 투기 부작용을 방지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헨리 조지의 '공공토지임대제'를 제안했다. 개인이 토지의 사용권을 갖지만, 처분·수익권은 공공이 갖는 제도다. 헨리 조지는 그의 저서 <진보와 빈곤>에서 "토지의 사적 소유권을 철폐하고 토지의 공유를 선언한 후 토지 개량물에 대한 사적 권리를 완전히 보호한다는 조건하에 각 필지를 최고 가격 청약자에게 임대한다면, 정의의 법칙도 만족하고 경제성도 충족할 수 있다"고 했다.

해외에서는 헨리 조지 영향을 받고 공공토지임대제를 시행하는 국가가 있다. 호주는 신도시 '캔버라'를 조성할 때 공공토지임대제를 적용해, 개인이 99년간 토지를 임대할 수 있게 하고(갱신 가능), 매년 임대료를 당시 토지 가치에 따라 납부하게 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장소 싱가포르는 국토 85%를 국유지로 확보해 공공토지임대제를 실시하고 있다. 개인이 저렴한 가격으로 장기간(최대 99년) 토지를 이용할 수 있다.

북한은 경제 특구(4개)와 경제 개발구(22구) 등 일부 지역에만 공공토지임대제를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임대 기간은 50년이고 갱신 가능하다. 토지 사용자는 토지 이용권을 갱신할 때마다 임대료를 지급하고(토지출양제), 추가로 해마다 토지 사용료를 납부해야 한다(토지연조제).

조성찬 센터장은 북한이 일부 지역에만 시행하고 있는 공공토지임대제를 도시·농촌 등 전역으로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북한이 법에서 보장하고 있지 않은 '토지 사용권'을 토지법·토지임대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했다. 토지출양제와 토지연조제를 병행하는 방식은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부작용이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토지연조제를 시행하는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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