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인 남침례회 총회가 올해 45세 J.D. 그리어 목사를 총회장으로 선출했다. 그리어 목사 홈페이지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미국 최대 규모 교단 남침례회(Southern Baptist Convention) 총회가 끝났다. '메신저'(Messenger)라 명명된 총대 9600여 명이 참석한 총회에서는, 그동안 남침례회가 보여 준 전통적인 모습과 대비되는 여러 장면이 나왔다.

먼저 남침례회를 이끌 총회장에 J.D. 그리어 목사(J.D. Greer)가 당선됐다. 그리어 목사는 올해 45세로 남침례회 역사상 최연소 총회장이다. 그리어 목사는 현재 출석 교인 1만 명 이상인 서밋교회를 담임하고 있다. 교단의 보수적인 신학자들은 그리어 목사가 자유주의신학에 물들어 있다고 비판해 왔다. 그리어 목사가 교회에서 여성의 역할, 교단 내 목사들에 대해 이전 총회장들과는 달리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 왔기 때문이다.

그리어 목사는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목회자 성폭력'을 가리켜 "범죄"라고 비판했다. 그는 "성폭력과 여성 학대는 부도덕한 일이 아닌 불법적인 일이라는 것을 총회 구성원들이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총회는 시작 전부터 일반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교단 유력 인사였던 페이지 패터슨 전 사우스웨스턴침례신학교 총장이 부적절한 발언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그 이전에는 초교파 대형 교회에 몸담고 있던 앤디 세비지 목사가 20년 전 남침례회 교회에 몸담고 있을 때 미성년에게 성폭력을 가한 사실이 드러나 사임했다. 언론은 남침례회 총회가 교회발 미투 운동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지 주목했다.

총회에서는 여성 학대와 여성의 역할에 대해 언급했다. 총회 산하 윤리종교자유위원회(The Ethics and Religious Liberty Commision‧ERLC) 러셀 무어(Russell Moore) 위원장은 남침례회 소속 남성 목회자들의 학대와 부적절한 행동이 세속 사회를 뒤흔들었다며 이를 "끔찍한 폭로"라고 했다. 무어 위원장은 라이프웨이리서치와 함께 교회 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학대 규모를 조사하겠다고 했다.

미투 운동에 응답하는 것은 교단에서 여성의 지위 향상과 직결한다. 남침례회는 오랫동안 남녀는 상호 보완적 존재이기에, 서로의 역할이 다르다는 '상호보완론'(complementarianism)을 고수해 왔다. 이번 총회에서는 다양한 경로로 '상호보완론'을 재고하고, 여성도 총회장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부 총대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정치적으로 보수 색채가 강한 남침례회에서도 조금씩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이번 총회에서 마이크 펜스(Mike Pence) 부통령이 연설하는 시간이 있었다. 펜스 부통령은 "나를 짧게 소개하자면, 나는 그리스도인이고 보수적이며 공화당원이다. 이 순서대로다"고 말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전 같았으면 펜스 부통령이 미국에서 가장 큰 교단 중 하나인 남침례회 총회에 참여한 것이 반발을 사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총회에 펜스 부통령이 연사로 나선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총대는 이를 막기 위해 시간표를 바꾸자는 제안을 투표에 부쳤다. 이는 결국 부결됐지만, 제안자 개럿 켈(Garrett Kell) 목사는 트위터에 "펜스 부통령은 신자일지 모르나 정치와 사역을 뒤섞어 통합과 사랑, 복음의 전진에 역행하고 있다"고 썼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