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총신대학교에서 강의하는 목사가 수업 중 "남자는 여성을 만난 지 30분 만에 섹스할 수 있다. 더 이상 진도 나가지 않도록 여학생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발언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총신대 대나무숲 페이스북에는 6월 13일 저녁, 교회음악과에서 구약을 가르치는 강사 이 아무개 목사를 규탄하는 글이 올라왔다. 교회음악과 교양 필수 과목 '구약의 세계관과 인성' 수업에서, 이 목사가 수업 중 여성 혐오 발언을 일삼았다는 내용이었다.

<뉴스앤조이>는 이 목사의 발언이 담긴 녹음 파일을 입수했다. 그는 남자와 여자는 본성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여성들이 더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자들은 성적 욕구가 아주 (크다). 만난 지 30분 만에 바로 섹스가 가능한 게 남자다. 절대 잊지 마. 여학생은 상대방이 자신에게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지만, 더 이상 진도 나가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도 여러분의 주의가 필요해. 신체적인 접촉 같은 거 주의해야 한다. 남자는 짐승같이 바로 성행위가 가능하지만 여자들은 그렇지 않다. 남자들은 사랑하지 않아도 섹스가 가능하다. 본성이 그렇다는 거 알고 명심해야 한다."

남학생들에게는 "여자들은 사랑하는 감정이 있어야 몸이 열린다"고 말했다.

"여자들은 어떠냐. 남자들에게 매력을 느끼잖아. 그러면 (그 다음에는) 사랑하는 감정이 생겨야 해, 여자들은. 남학생들 잘 들어. (여자는) 사랑하는 감정이 있어야 몸이 열려. 그런 게 없으면, 결혼한 부인이라 할지라도 남편이 부인에게 자신의 욕구를 만족하려 하다 보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이 부분 잘 조절하는 게 지혜고 현명한 사람이 되는 거다. 이건 성경에 나와 있지 않지만, 실제적인 가족 상담과 성 상담, 부부 상담 바탕으로 알려 주는 것이다."

이 목사는 영화배우 고 최은희 씨 인터뷰를 언급하며, 아내는 남편을 위해 꾸며야 한다고 말했다.

"이분은 결혼하고 나서 한 번도 화장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남편(신상옥 감독)에게 보여 주지 않았다. 먼저 일어나서 화장하고 남편에게 아침 첫 모습을 보여 줬다는 거다. 남편 앞에서 매력적으로 보이려고 했기 때문에 신상옥 감독이 평생 같이 살았다. 여자 친구(학생)들은 결혼 생활 하면서 명심해야 할 거 중 하나가, 여러분 인생을, 갖고 있는 매력을 계속적으로 가꿔야 할 필요가 있다. 남자들이 원하기 때문이다."

이 목사는 '한국적 정서'에 대해서도 말했다. 창세기에 나오는 야곱의 딸 디나 이야기를 하며 "디나는 세겜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했는데, 그 성폭행을 한 남자는 디나에게 청혼했다. 한국적 정서였다면 딸의 아버지가 그러자고 했겠지만, 디나의 형제들은 세겜의 종족들을 몰살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한국인 할머니가 옆집 남자아이의 성기를 장난삼아 만진 행위도 소개하며 "한국에서는 그냥 어른들이 할 수 있는 건데, 서양 사람들은 그게 아주 민감한 부분"이라고 했다.

총신대에서 구약을 가르치는 목사가 성차별적 발언으로 학생들에게 지탄을 받고 있다. 발언 당사자는 맥락을 고려했을 때 그런 취지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문제를 제기한 학생들은 "여자는 남자의 성생활을 위해 있는 도구가 아니며, 남편의 섹스를 위해 결혼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우리는 그 성욕을 맞추어 주기 위해 섹스를 해야 할 의무도 없다"고 반발했다. 남학생들에게도 "남자를 그저 섹스밖에 모르는 짐승으로 표현하며, 남자에게는 사랑보다 섹스가 먼저인 양 말한 데 대해 남학생들도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당시 수업을 들었던 한 학생은 이 목사가 수업 초반 '결혼과 사랑'을 주제로 강의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전 수업에서도 종종 문제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한 적이 있지만, 그저 '가부장적 사고려니' 하고 넘겼다. 그러나 이번 같은 경우는 도를 지나쳤고 수위가 명백하고 상당한 성희롱이다. 같이 수업을 들은 학생들도 듣기 거북해하고 분노한 상태"라고 했다.

이 목사 "남자의 성욕은 일반적 평가
여자에게만 주의하라는 것 아냐
혼전 순결은 남녀 모두 지켜야"

<뉴스앤조이>는 당사자 이 아무개 목사 입장을 듣기 위해 6월 14일 전화를 걸었다. 이 목사는 당황스러워하면서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구약에 나타난 사랑과 결혼이 수업 주제였다. 요즘 결혼한 사람들의 욕구가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하려 했던 것이다. 성차별적 발언이었다고 하면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남자는 만난 지 30분 만에 섹스가 가능하다"는 발언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지 묻자, 이 목사는 미국 크리스천 가정 상담가 윌라드 할리가 쓴 <그 남자의 욕구 그 여자의 갈망>에 나오는 내용을 인용한 것이라고 답했다. "저자의 견해를 소개했다. 여성들에게 '남성에게 그런 욕구가 있으니 조심하라'고 한 것이다. 남성은 여성에게 매력을 느끼면 바로 성관계로 갈 수 있는데, 여성은 매력을 느끼고 사랑을 느낀 후 성관계로 이어지는 패턴이다. 일반적으로 학자들이 이렇게 평가한다. PPT에 표까지 정리해서 보여 줬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남학생이든 여학생이든 혼전 순결은 너무 중요하고 서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런 (성관계를 맺을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해서 (무조건 성관계를) 하면 문제가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그렇게 들었다면 내 실수도 있겠지만, 강의 중간중간 남학생들 주의를 줬다. (여학생들이) 민감하게 느꼈다면 내가 잘못한 것"이라고 했다.

최은희 씨 사례를 언급하며 여학생들에게 "남편을 위해 가꿔야 한다"고 말한 취지는 무엇인지 묻자, 이 목사는 "얼굴을 가꾸라는 뜻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최은희 씨 인터뷰를 보고 개인적으로 남편에 대해 방심하지 않는 데서 인사이트를 받았다. 분명히 '아름다움은 내면에서 나온다'고 했다. 내가 외모지상주의자도 아니다. 취미도 공유해야 하고 상대방을 위해 가꾸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신학생을 대상으로 한 수업이 아니기 때문에 오해가 발생한 것 같다고도 말했다. 그는 "대학원생들은 성경적 기반이 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얘기해도 오해 없이 받아들이는데, 총신대 교회음악과 학생들의 성경 지식은 아주 기초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업 진행과 성적에 불만을 품은 학생이 문제를 제기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리포트를 내지 않거나 프로젝트를 하지 않으면 0점 처리한다고 했는데, 안 낸 학생이 몇 명 있다. 그런 학생이 불만을 품었을 수 있다. 나는 시간강사이고 전임교수도 아니기 때문에, 다음 학기 강의하지 말라고 해도 상관없다. 다만 크리스천으로서 '가정을 지키지 않으면 수고가 헛되다'는 결론을 말했다. 반드시 바른 이성관, 성 관념을 갖고 있지 않으면 어떤 문제를 겪을 수 있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학생들의 문제 제기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상황을 파악한 후 다음 날(15일) 다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반론권을 보장하기 위해, 총신대 대나무숲에 올라온 글 링크를 보내 주고 하루를 기다렸다. 그러나 15일 약속한 시간까지 그는 반론을 보내지 않았고 전화 연결도 되지 않았다.

몇 시간 후 그는 기자에게 연락해, 바쁜 관계로 월요일(18일) 수업 시간에 입장을 밝히겠다며 그 후에 기사를 내 달라고 했다. <뉴스앤조이>는 시간을 충분히 줬다는 점을 언급하고 기사를 먼저 내겠으며, 공식적으로 밝히는 입장도 기사화할 것이라고 했다.

학내에서는 이 목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총신대 총여학생회는 14일 성명서를 내고, 담당 교수의 해명 및 공개 사과와 학교에는 교수진 성교육 의무화, 강의 평가에 성차별 항목 신설을 요구했다.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총신대생들과 함께 이 목사를 교내 성폭력 센터에 신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