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는 교회의 부흥이 일어나지 않거나 교인들의 믿음 생활에 변화가 없을 때 영적 침체를 겪게 됩니다. 그리스도인은 이 세상에서 그리스도인답게 살지 못할 때, 시험을 당하거나 기도하던 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스스로 영적 침체에 빠져들죠. 그럴 때면 그 누구라도 활력을 잃게 되고 믿음 생활에 대한 의욕도 상실하게 되죠.

"'내가 이것을 하고 저것을 했다' 해서 무엇인가를 대가로 받을 것을 기대할 권리가 있다고 논쟁하는 것처럼 잘못된 영은 없습니다. 저는 그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아주 좋은 복음적인 기독교인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만일 우리가 어떤 일들을 위하여 기도한다면 우리는 꼭 그것들을 갖게 된다. 예를 들면 만일 우리가 부흥을 위해 철야 기도를 한다면 우리는 부흥을 하고 말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저는 때때로 이것을 자동판매기 속에 넣는 동전(penny in the slot) 사상이라고 묘사합니다." (190쪽)

마틴 로이드 존스의 <영적 침체 Spiritual Depression>(복있는사람)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목회자나 그리스도인이 영적 침체에 빠져드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하나님나라의 일을 매매나 권리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는 까닭이라고 하죠. "우리가 모든 것을 버리고 주를 따랐사온대 그런즉 우리가 무엇을 얻으리이까"(마 19:27)라고 하는 베드로의 모습처럼 말입니다.

<영적 침체> / 마틴 로이드 존스 지음 / 정상윤 옮김 / 복있는사람 펴냄 / 426쪽 / 1만 9500원

사실 이 책은 로이드 존스 목사의 설교 21편을 엮은 것입니다. 그가 목회한 영국의 웨스트민스터채플에서 약 1200명의 교인을 위해 주일날 설교한 메시지죠. 그 당시에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과 그에 따른 사회적인 격변으로 침체된 그리스도인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 그리스도인들을 보면서 의사로서의 자기 경험과 탁월한 성경 해석을 바탕으로 '영적 침체'의 근본 원인을 파헤쳤죠. 치료법도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영적 침체의 근본 원인을 정신 병리나 사회심리학적인 접근 방법에서 찾고 있는 게 아닙니다. 오직 구원받은 그리스도인에 대한 교리적인 차원의 접근, 다시 말해 성경 말씀에 따른 복음적인 접근 방법으로 그 문제점을 파헤쳐 줍니다. 더욱이 하나님의 구원과 은혜의 빛을 깨달을 때에 영적 침체에서 진정으로 해소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영적 침체를 고치는 특효약은 성경의 교리 곧 기독교 교리에 대한 지식입니다. 집회에서 생겨진 감정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믿음의 원리를 아는 것이며 교리를 알고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성경의 방법이요, 그것이 그리스도 자신의 방법이며, 또한 마찬가지로 사도들의 방법인 것입니다. 침체 상태의 치료제는 그리스도에 대한 지식을 가지는 일입니다. 여러분은 그것을 그의 말씀에서 얻습니다. 여러분은 그것을 배우려고 애를 써야 합니다." (232쪽)

이 책에 따르면, 그리스도인이 영적 침체에 빠지는 몇 가지 특징적인 모습이 있습니다. 죄의 문제로 생기는 갈등 때문에 겪는 영적 침체, 지식과 감정과 의지 중 어느 한쪽에 치우친 믿음 생활 때문에 겪는 영적 침체, 사탄이 그리스도인의 구원과 기쁨을 강탈하고자 할 때 그것을 이겨 내지 못해서 겪는 영적 침체가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만일 어떤 모양으로든 자아를 만족시키고 기쁘게 하려고 일을 하고 있다면 그 결국은 항상 피곤과 무기력으로 끝나 버릴 것입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있어서의 동기를 스스로 물어보는 것이 참으로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296쪽)

그리스도인이 구원받은 기쁨은 누리고 있지만 그 속에 있는 '자기 자아' 때문에 겪는 갈등과 욕심과 자랑을 내려놓지 못할 때 겪는 영적 침체가 있다는 것입니다. 목회자도 마찬가지죠. 뭔가 의도적인 메시지를 갖고 설교하면 성도들이 은혜받고 변화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때 영적인 무기력과 침체 상태에 빠진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 본질과 동기마저도 놓치거나 흔들릴 때가 많다는 것이죠.

그리고 또 다른 영적 침체 원인이 있는데,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발생한다고 하죠. 아무리 진실한 그리스도인이나 신실한 목회자라 할지라도, 미래에 불투명한 일이 닥칠 때 마치 중생 전의 사람처럼 풀이 죽어 있는 모습을 보인다는 말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분명코 당신의 자녀들에게 "현재 일이나 장래 일이나 능력이나 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어떤 피조물이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으리라"(롬 8:38-39)고 약속해 주셨는데도 말이죠. 그만큼 하나님의 말씀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죠.

이상과 같이 그리스도인이나 목회자나 모든 신앙인이 때때로 혹은 긴 터널처럼 영적 침체를 겪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마틴 로이드 존스 목사가 목회하던 시대의 사람들은 물론이요, 주님의 제자들도, 그리고 그토록 영적이었던 엘리야도 마찬가지였죠. 그렇다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두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그렇기에 이 책에 나온 것처럼 우리 안에 일어나는 영적인 침체 원인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깨닫고 그에 따른 치유책도 강구했으면 합니다. 그리스도인의 영적 침체는 대부분 그리스도인의 교리의 부재, 곧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깊은 통찰력이나 확고한 신뢰의 결핍에서 발생하는 것들입니다. 그렇기에 이 책을 통해 바로 그 지점부터 새롭게 확립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때 그 치유책이 자연스레 뒤따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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