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적인 대형 교회로 꼽히던 100주년기념교회가 직원들을 부당 해고했다는 판정을 받았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100주년기념교회·이재철 목사)가 교회 산하 양화진문화원 지 아무개 선임연구원과 김 아무개 기록관을 부당 해고했다는 판정을 받았다. 100주년기념교회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 판정에 따라, 지 연구원을 원직 복직시키고 해고 기간 정상적으로 근무했을 때 받을 수 있었던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김 기록관은 원직 복직을 바라지 않아 해고 기간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지 연구원과 김 기록관은 3월 16일, 100주년기념교회 이재철 목사를 상대로 부당 해고 구제를 신청했다. 교회가 본인들 의사와 상관없이 양화진문화원 업무를 자원봉사로 돌리겠다며 해고를 통보하고, 해고 통보조차 서면으로 하지 않아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두 달간 공방 끝에 지노위는 5월 14일, 두 노동자가 부당 해고 당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판정서는 4주가 지난 6월 8일 나왔다.

100주년기념교회는 민주적 정관에 따른 교회 운영, 1원 단위까지 공개하는 투명한 재정, 임직자 호칭제 도입으로 신분제 타파 등을 시행해 모범적인 대형 교회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6월에는, 은퇴를 앞둔 이재철 목사 후임으로 현재 100주년기념교회 부교역자 4명을 공동 담임목사로 세우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려 교계와 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상식적이고 윤리적인 교회로 손꼽혔던 100주년기념교회가 왜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는 판정을 받은 것일까.

교회 "권고사직 거부 의사 표시 없었다"
직원들 "그게 합의했다는 뜻은 아냐"
지노위 "권고사직 아닌 해고가 맞다"

100주년기념교회와 문제를 제기한 두 직원은 각각 네 차례 서면을 주고받으며 공방을 벌였다. 양쪽의 서면을 종합해 보면, 교회는 두 직원이 '권고사직'에 합의했다는 입장이고 두 직원은 권고사직에 합의한 적 없기 때문에 '해고'당했다는 입장이다.

핵심적으로 주장이 갈리는 부분은 2017년 8월, 이재철 목사와 두 직원 면담 결과다. 당시 이 목사는 두 사람을 각각 불러, 앞으로 양화진문화원 업무를 자원봉사 체제로 돌리기로 했으니 2018년 2월 말까지만 일하라고 말했다. 100주년기념교회 측은 이때 두 직원이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고, 그로부터 올해 2월까지 6개월간 이재철 목사에게 권고사직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적도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지 연구원과 김 기록관은 면담 당시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 않고 수긍한 것이 권고사직에 합의했다는 뜻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면담 이후 이재철 목사에게 직접은 아니지만 소셜미디어에나 교회 관계자에게 권고사직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올해 2월 7일 100주년기념교회 김 아무개 대외협력국장이 두 사람에게 인수인계를 부탁했을 때 "해고를 서면으로 통지해 달라"고 요구한 것도 권고사직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노위는 이런 정황을 인정하고 교회가 일방적으로 두 사람에 대한 근로관계를 종료한 것으로 봤다. 권고사직이 아니라 해고라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27조(해고 사유 등의 서면 통지)는 근로자를 해고할 때 반드시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사용자가 해고에 신중을 기하게 하고, 해고 시기와 사유 등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다.

지노위는 이 조항을 근거로 100주년기념교회가 두 직원을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정했다. 결국 100주년기념교회는 두 사람이 권고사직에 합의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은 채 해고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에 저촉됐다고 판정받은 것이다.

"사회의 빛과 소금 되려면
교회도 근로기준법 지켜야"
VS.
"근로기준법보다 좋은 대우
교회는 서면보다 신뢰가 중요"

100주년기념교회도 서면 통지 없는 해고는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재철 목사는 일반 기업과 교회는 다르다는 점을 장문으로 해명했다. 이 목사는 답변서 중 지 연구원에 대한 부분을 직접 작성하고, 판정 전 열린 마지막 변론에 직접 출석해 진술했다.

이재철 목사는 교회와 기업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지 연구원이 양화진문화원 선임연구원이 된 것도 일반 기업처럼 자기 능력을 입증했기 때문이 아니라고 했다. 지 연구원이 높은 연봉을 받는 데 비해 근무 태도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교인들의 민원을 많이 받았고, 이 목사 자신도 그에게 여섯 차례나 메시지를 보내 근무 태도를 고치라고 지적했다고 했다. 일반 직장이라면 몇 번이나 문제가 되었을 지 연구원의 태도를 정식으로 문제 삼지 않은 것은 교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근로기준법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기 때문에, 교인들이 하나님께 바치는 헌금으로 운영되는 교회에 일괄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물론 직원을 혹사하는 교회의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으로라도 보호받아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하지만 두 직원은 근로기준법에 비추어 절대 그보다 못한 대우를 받지 않았다며, 100주년기념교회는 이런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재철 목사는 교회이기 때문에 '신뢰'가 중요하다고 했다. 두 직원이 2017년 8월 권고사직에 합의했고 이후 6개월이라는 충분한 기간이 있었는데, 이제 와 갑자기 말을 바꾼 것은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서면 통지 없는 해고는 불법이라는 점을 알고 있지만, 모든 행정을 서면으로 하는 것보다 서로 간 신뢰를 중요하게 여기는 교회의 특수성을 이해해 달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지 연구원과 김 기록관은 교회라고 해서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맞섰다. 이들은 지노위에 제출한 서면에서, 100주년기념교회가 사회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부당 해고 구제를 신청한 것이라고 했다. 교회가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려면 근로기준법을 지키려는 자기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취업규칙 미작성 등으로 과태료
체불임금 소송도 진행 중
"교회 특수성 있는 것 맞지만
근로기준법 안 지켜도 되는 근거 아냐"

지 연구원은 부당 해고 구제 신청 외에도 근로계약서 및 취업규칙 미작성, 성희롱 예방 교육 미이행, 연장 근로 및 연차 수당 미지급 등으로 100주년기념교회를 노동청에 고소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100주년기념교회에 취업규칙 미작성·미신고로 과태료 70만 원, 성희롱 예방 교육 미이행으로 과태료 200만 원을 부과했다. 근로계약서와 체불임금 건은 조사를 진행하는 중이다.

100주년기념교회는 과태료를 내고 취업규칙을 작성해 보고했으며 성희롱 예방 교육도 실시했다. 지노위 판정에 따라, 지 연구원을 원직 복직시키고 그와 김 기록관에게 해고 기간 급여도 지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화진문화원은 100주년기념교회에 속한 곳이다. 교회 직원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는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근로기준법은 모든 사업장에 근로계약서 작성, 취업규칙 비치 등을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남녀평등 고용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과 그 시행령에는, 모든 사업장은 연 1회 이상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나온다.

부교역자를 근로자로 볼 수 있는지는 여전히 다툼의 여지가 있다. 근로기준법 적용 여부도 케이스마다 다르다. 하지만 '직원'을 채용한 교회는 근로자와 고용에 관련한 법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직원만 수십 명에 달하는 대형 교회도 있지만, 이런 규정을 준수하는 교회는 드물다. 여전히 교회도 이런 것들을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꺼내지 못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노동법과 교회법을 전문으로 하는 강문대 변호사는 "업무 수행 방식과 관계 설정 방식에서 교회와 일반 직장 사이에 다른 점이 있는 것은 맞지만, 그런 점이 교회가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조건의 하한을 정한 것이기 때문이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강 변호사는 "교회는 더 이상 교회 내 근로관계의 특수성을 내세워 근로자의 지위에 있는 교회 직원의 권리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 세상이 성취한 노동 윤리의 토대 위에서 새로운 질서를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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