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유명 CCM 그룹 기타리스트로 활동해 온 A는 4년 동안 일산 벧엘교회(박광석 목사)에서 예배 반주를 해 왔다. 그는 건반·베이스·드럼 등을 맡은 팀원 6명과 함께 주일 2~4부 예배 반주를 맡았다. 교회에서 매월 100만 원 내외의 사례비를 받았다. 벧엘교회는 장년 출석 교인만 1만 명에 이르는 대형 교회다.

4월 29일, 여느 때처럼 주일예배 반주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다. A는 교회 부목사에게 전화를 받았다. 부목사는 "다음 주부터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일방적인 통보였고 이유도 알려 주지 않았다. A는 황당했다.

A뿐 아니라 찬양팀 7명 중 5명이 같은 날 같은 통보를 받았다. 벧엘교회는 파주 운정신도시에도 예배당을 두고 찬양팀을 2개 운영했는데, 이 가운데 한 팀을 사실상 해체한 것이다. 드러머 B 역시 "부목사가 '교회에서 그렇게 결정했다'고만 말했다"면서 정확한 사유를 듣지 못했다고 했다. B는 지난해 10월부터 찬양단에 합류해, 6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두 사람은 억울했다. B는 "우리가 죄를 지었다거나 교회가 교리적으로 금하는 행위를 해서 나가라고 하면 이해할 수 있다. 설사 그런 일이 있다 해도 이유는 알려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하물며 우리는 그런 잘못을 하지도 않았다. 우리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다음 주 연습까지 하고 집에 돌아와서 그런 통보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몇 개월 전부터 교회 리더십들이 찬양팀을 바라보는 시선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두 사람이 속한 찬양팀이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배제돼 왔다고 했다. 특히 올해 초부터 담임목사 아내가 찬양팀 회의에 참여하면서 이런 분위기가 가속화했다고 말했다.

교회 내 두 찬양팀은 선곡만 같고 편곡이나 연주는 서로 달랐는데, 4월 셋째 주부터는 편곡도 아예 다 된 상태의 악보만 받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A·B가 속한 찬양팀 리더는 3월부터 매주 열리는 준비 회의에 참석하지도 못했다고 했다.

일산 벧엘교회가 찬양팀 7명 중 5명을 사전 예고도 없이 해고했다. 이들은 4월 마지막 주일예배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부교역자에게 전화로 이 사실을 들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뉴스앤조이 경소영

이들과 함께 "나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은 C는 "사전에 고지 없이 그만두라고 한 건 맞다. 어떤 이유가 있었겠지만 정확히 짐작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가진 재능이 있어서 예배할 때 페이를 받고 찬양할 수 있다는 데 감사했다. 다른 건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예고 없이 그만두라고 한 것은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C는 자신이 이 생태계에서 약자라며, 기자에게 자기가 당한 일을 이야기하는 것도 조심스러워했다. 그는 "내가 이 교회에 문제를 제기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다른 곳에서 사역하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교회에 올 때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게 아니어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기도 어려웠다. 정식으로 근로계약서를 쓰고 4대보험, 퇴직금 적용을 받는 교회 직원들과는 또 다른 위치에 있었다.

A와 B는 법률적으로는 애매하다 할지라도 부당한 처사라는 점은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둘은 5월 13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고양지청에 '부당 해고' 진정을 넣었다.

벧엘교회 "목회 방향과 맞지 않아"
정확한 해고 사유는 언급 없어
노동청에서도 "은혜롭게 해결하자"

벧엘교회 관계자들은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았다. <뉴스앤조이>는 박광석 담임목사 입장을 듣기 위해, 일산 비서실과 운정 비서실에 전화 연결을 시도했으나 모두 전화를 받지 않았다. 김 아무개 사무처장에게도 연락했으나, 그는 "미팅 중이라 바쁘다. 죄송하다"고만 말했다. 찬양팀원들에게 나오지 말라고 통보한 부목사에게도 전화했지만 닿지 않았다. 문자메시지를 남겨도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벧엘교회 행정목사에게서 짧은 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6월 9일, <뉴스앤조이> 질의에 서면으로 답을 보내 왔다.

"이번 일로 심려를 끼쳐 본인들과 여러분께 죄송한 말씀을 드린다. 감정적인 이유가 아니라 그전부터 우리 교회의 목회 방향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맞추어 주기를 부탁하고 바라 왔으나 잘되지 않아 (찬양팀을) 교체하게 되었고, 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오해와 감정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판단을 기다리겠다."

찬양팀을 갑작스럽게 교체하고 이유를 통지하지 않은 배경이나, 이 결정에 담임목사 아내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질의에 대한 답은 들을 수 없었다.

벧엘교회는 6월 11일 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사실 조사에 피진정인 담임목사 대리인으로 한 장로를 보냈다. A는 "장로가 '은혜롭게 처리하면 좋겠다'는 식의 말만 하고 진정성 있는 해명은 없더라"면서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근로감독관은 찬양팀원과 담임목사 아내에게 참고인 출석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A에게 전화로 해고를 통보받고 난 후의 심경을 물었다. 그는 "벧엘교회가 4월 한 달간 전도 축제를 했다. 겉으로는 영혼 구한다고 하면서, 그날 5명의 교인을 잃은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찬양 사역자들 일방적 해고 잦아
통보받아도 '그러려니'…"
강문대 변호사 "법적 보호 위해 계약서 써야"

<뉴스앤조이>가 인터뷰한 세 사람은 이런 식의 '해고' 통보가 찬양 사역자를 대하는 교회의 흔한 문화라고 했다. A·B는 전에 몸담았던 교회에서도 이런 식으로 나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C도 "창피한 일이지만 교회 안에 이런 일이 많다. 갑자기 못 나가게 되더라도 그러려니 한다"고 말했다.

교회 내 유급 찬양팀에 대한 법적 보호는 어려울 것일까. <교회, 가이사의 법정에 서다>(뉴스앤조이) 저자 강문대 변호사(법률사무소 로그·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 사무총장)는 6월 8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법적으로 노동자라는 것이 인정되지 않으면 보호받기가 어렵다. 찬양팀의 경우에는 계약 기간 등 세부 사항을 약정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2016년 발표한 부목사를 위한 근로계약서가 있다. 이 계약서를 찬양팀에도 적용해, 일하는 방식과 약정 기간을 정확히 맺고 사역을 시작하는 게 이들에 대한 보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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