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한국교회 교인들은 교회가 비교적 성평등한 공간이 되어 가고 있다고 인식하면서도, 정작 교회 내 성차별 발언은 '폭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재영 교수(실천신대)는 6월 5일 한국교회탐구센터(송인규 소장) 8차 포럼 '페미니즘 시대의 그리스도인'에서 '성평등에 대한 개신교인의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신앙 단계를 구분해, 신앙 정도와 성평등 인식 간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응답자에게 스스로 입문층, 인지층, 친밀층, 중심층 중 하나를 선택해 자신의 신앙 정도를 평가하게 했다.

 

응답자들은 한국 사회의 성평등 수준이 낮다고 봤다. 여성이 한국 사회 전반에서 불평등하다는 응답은 67.6%, 직장에 내에서 불평등하다는 응답은 77.6%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교회 내에서 여성이 불평등하다는 응답은 33.9%로 사회나 가정, 직장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교회 내 성 역할 실태 항목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주일예배 사회, 기도, 성경 봉독에서는 남성이 각각 27.3%, 39.7%, 14.3%를 차지한 반면 여성은 1.7%, 2.8%, 3.9%에 그쳤다. 여성은 유일하게 '안내'에서 20.4%를 기록, 9.6%에 그친 남성보다 높았다.

교회 봉사에 대한 성 역할 당위성을 묻는 문항에 '남녀 구분 없이 해야 한다'는 응답이 67~88%를 차지했다. 남성이 사회, 기도, 성경 봉독, 안내를 해야 한다는 응답은 각각 8.3%, 9.9%, 3.6%, 1.7%에 그쳤다.

 

교회 주요 의사 결정을 남성이 맡고 있느냐는 질문에 51.9%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교회 내 여성과 남성의 역할이 구분돼 있느냐는 질문에도 54.7%가 '그렇다'고 했다. 당위성을 묻는 문항에서 '교회의 주요 의사 결정에 대해 여성도 동등하게 참석해야 한다'는 응답이 97.6%를 보였다. '여성과 남성이 할 일을 구분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은 97%를, '양성평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응답도 93.8%로 높았다.

교인 60%가 과거보다 성차별 문화가 개선됐다고 응답했으며, 이 중 80%가 개선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바람직한 성별 역할을 묻는 질문에서 '담임목사를 여성이 맡는 게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1.3%로, 여성 담임목회자를 꺼려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에서 성차별 설교를 들은 적 있는지 물었다. 전체 9.1%가 성차별적 발언을 들었다고 응답했다.

응답자들은 '아내는 남편을 내조하는 것이 기본 역할이다'(44.3%), '여성은 순종적이고 지혜로워야 한다'(38.9%), '여성은 현모양처가 되어야 한다'(31.2%), '노출이 심한 옷을 입으면 안 된다'(29.2%)와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응답했지만, 정작 이 말을 성차별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내들이여 자기 남편에게 복종하기를 주께 하듯 하라 이는 남편이 아내의 머리 됨이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리 됨과 같음이니 그가 바로 몸의 구주시니라(엡 5:22-23)", "그러나 나는 너희가 알기를 원하노니 각 남자의 머리는 그리스도요 여자의 머리는 남자요 그리스도의 머리는 하나님이시라(고전 11:3)",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 그들에게는 말하는 것을 허락함이 없나니 율법에 이른 것 같이 오직 복종할 것이요 만일 무엇을 배우려거든 집에서 자기 남편에게 물을지니 여자가 교회에서 말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라(고전 14:34-35)"와 같은 성경 구절을 제시한 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응답자 58%는 각 구절이 남녀 차별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30.5%는 차별을 의미한다고 했다. 다만 전체 77.9%는 이 구절을 그대로 지킬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대로 지켜야 한다는 응답은 10%였다.

 

교회 내 여성 목사와 장로가 있는지 물었더니, 평균 70% 이상이 없다고 응답했다. 여성 목사가 없는 곳은 78.2%, 여성 장로가 없는 곳은 71%에 달했다.

여성에게 목사 안수, 장로 안수를 주는 것에 찬성하느냐고 묻자 각각 66.1%, 67.9%가 찬성한다고 했다. 현재 한국교회 내 남녀 장로 비율이 91:9 정도였다. 적당한 여성 장로 비율은 얼마나 되어야 하는지 묻자 31%에는 이르러야 한다고 했다. 여성 장로 할당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응답은 59.3%였다.

응답자 98.8%가 미투 운동에 대해 알고 있으며, 88.9%가 미투 운동을 지지했다. 교인의 70.8%는 성폭력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번 설문 조사를 진행한 정재영 교수는 "신앙 단계가 높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더 전통적인 성 관념을 고수하고 있고, 성평등 감수성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또 사회 조사에서는 대체로 남성이 여성보다 진보적 견해를 보이는 데 비해 성평등 이슈에서는 더 보수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젊은 세대들이 비교적 성평등적 사고를 하고 있고, 교회 안에서도 이런 문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교회의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신앙심이 깊은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조사 대상에서 목회자는 빠졌다. 정 교수는 "목회자들의 인식을 파악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며, 목회자와 신학생의 의식을 조사해 교인 조사 데이터와 비교한다면 더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조사는 19세 개신교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신뢰도는 95%에 ±3.1% 수준이다. 사회 이념 성향, 신앙적 성향, 신앙 정도에 따른 세분화한 데이터는 <페미니즘 시대의 그리스도인> 책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정재영 교수가 6월 5일 '페미니즘 시대의 그리스도인' 포럼에서 '성평등에 대한 개신교인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