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희 목사가 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장으로 선출됐다. 이 목사는 명성교회 세습 옹호 발언을 한 바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명성교회 부자 세습을 옹호해 온 인사가 김하나 목사 청빌 결의 무효 소송의 재판장이 됐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최기학 총회장) 총회 재판국은 6월 4일, 이경희 목사(동광교회)를 재판국장으로 선출했다. 무기명투표에서 이 목사는 15표 중 9표를 얻었다. 경쟁자로 나선 임채일 목사(한마음교회)는 6표를 얻었다.

신임 재판국장으로 선출된 이경희 목사는 상기된 표정으로 회의장을 나왔다. 이 목사는 취재진에게 "전체 국원 15명과 잘 협의해 은혜롭게 재판을 잘해 나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김하나 목사 청빙 결의 무효 소송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이 목사는 소송과 관련해 명성교회 측과 같은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김하나 목사 청빙 결의 무효 소송은 현재 '피고'가 없다. 이렇다 저렇다 말할 상황이 아니다. 결과가 언제 나올지 나도 모른다"고 했다.

선고가 지연되면서 9월 정기총회까지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목사는 "상황적으로 그렇지만 최선을 다해 모든 것을 잘 처리하고자 한다. 설왕설래가 많지만, 국원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열심히 해 보겠다. 믿고 따라 달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이경희 목사는 3월 13일 서울동남노회 선거 무효 소송 심리에서, 명성교회 세습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김하나 목사님은 교인 80~90%가 법적 절차를 밟아 청빙했다 (중략) 교인 80~90%가 김하나 목사님을 지지하는데, 그런 교회에 (교단이) 영적인 침해, 신앙의 침해, 교회의 침해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기자는 이경희 목사에게 목회 세습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 목사는 "지금 말씀드리기 어렵다"고만 답했다. 서울동남노회 선거 무효 소송 당시 입장을 밝히지 않았느냐고 재차 묻자, 이 목사는 "그때는 국원 입장에서 표명한 것이다. 더 이상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일부 재판국원은 재판국장 선출과 관련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놓았다. 한 국원은 기자와의 만남에서 "일단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나. 재판국장이라고 해서 재판국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원은 "이번에 9대 6이라는 스코어가 나왔는데, 김하나 목사 청빙 결의 무효 소송 스코어도 똑같이 나오리라는 법은 없다. (이경희 목사가 세습금지법) 반대 발언한 것도 사실이나, (재판국장이) 표를 하나 더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너무 염려할 것 없다. 모든 결정은 하나님이 하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소송 당사자들은 신임 재판국장에게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서울동남노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김수원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소문에는 어느 편이라고 하는데, 결국은 하나님 편에 서시리라 본다. 공정 재판을 통해 한국교회가 바른 길로 갈 수 있게 도와주실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명성교회 한 장로는 "순리에 따라 이경희 목사님이 재판국장이 됐다. 겸손한 자세로 재판을 이끌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신임 재판국장 선출은 총회 임원회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 임원회는 6월 11일 인준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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