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국에서 온 여성 평화운동가들은 5월 25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북미 정상회담을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한반도 평화는 미국 행정부에 속한 게 아니다. 한반도의 평화 건설은 한국인 손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어려움이 닥쳐도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동아시아 평화 정착을 위해서 미국의 군사주의는 필요 없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역사의 터닝 포인트 앞에서, 이 땅의 여성·젊은이·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당신들의 역량을 집중해 달라."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197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매어리드 맥과이어(Mairead Maguire)가 떨리는 목소리로 호소했다. 5월 25일 오전, 전날 밤 전해진 북미 정상회담 취소 소식을 규탄하는 여성 평화운동가들이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 모였다. 미국·일본·영국·캐나다·중국 등 17개국에서 모인 활동가들은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열린 국제 여성 평화 심포지엄과 5월 26일 진행할 '2018 여성 평화 걷기' 참석차 방한 중이었다.

'여성평화걷기'(WomenCrossDMZ) 창립자 중 한 명이자 국제 코디네이터를 맡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틴 안(Christine Ahn)은 "수많은 여성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모였는데, 지난밤 들려온 소식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싱가포르에서 열릴 북미 정상회담이 취소됐다고 해서, 8000만 한국인이 염원하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다. 한 번 출발한 기차는 계속 앞으로 가야 한다. 미국이 한반도 평화를 좌지우지하는 것을 보고만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WomenCrossDMZ' 창립자 크리스틴 안은 "미국이 한반도 평화를 좌지우지하게 두면 안 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참석자들은 주한미대사관을 등지고 "여성들은 평화를 원한다"를 외쳤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2018여성평화걷기조직위원회'는 기자회견에서 "북미 정상회담은 반드시 성사돼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낭독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여성과 시민들은 평화를 위해 전진해야 한다 △트럼프 정부는 북측 제안을 긍정적으로 재고하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조속한 시일 안에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을 가동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평화운동가들은 북미 정상회담 예정일이었던 6월 12일을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제 연대의 날'로 지정할 것이라 했다. 이들은 미국이 평화를 만들어 주기를 기다릴 수는 없다며, 전 세계가 한국인과 연대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2018여성평화걷기조직위원회 성명서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희망하는 우리에게 미국의 갑작스런 공개 취소 통보는 매우 충격적입니다. 이에 한반도의 평화가 그 맥을 다시 이어 가길 촉구하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2018년 5월 25일, 우리 여성들은 남과 북,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다음과 같이 촉구합니다.

1. 트럼프 정부는 북측 제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재고하길 촉구합니다.

2. 우리는 미국이 평화를 만들어 주기를 더 이상 기다릴 수만은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을 멈출 수 없습니다.

3. 우리 여성들은 평화를 위해 계속 전진할 것입니다. 한국 시민들은 평화를 위해 계속 전진할 것입니다.

4. 우리는 6월 12일을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제 연대의 날'로 지정할 것입니다.

5.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조속한 시일 안에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해 꼭 만나길 제안합니다. 이를 위해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을 조속히 가동하길 촉구합니다.

미국은 그들이 약속했던 대로 북미 정상회담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합니다. 평화는 오직 평화적인 방법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습니다. 여기 모인 우리는 이 땅에서 전쟁의 위협이 영원히 사라지는 그날까지 평화를 위한 목소리를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2018년 5월 25일
2018여성평화걷기조직위원회, Women Cross DMZ, Nobel Women's Initia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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