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사역 공동체 기쁨의집을 30년간 이끌어 온 이성국 총무에게 성추행 의혹이 제기됐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기독교 문화'라는 개념이 낯설던 1980년대 후반, 기쁨의집(이성국 총무)은 문화로 복음을 전하겠다는 꿈을 안고 사역에 뛰어들었다. 이성국 총무와 김정분 선교사 부부를 중심으로 20대 청년 수십 명이 함께했다.

기쁨의집은 초기 기쁨찬양선교단 사역을 중심으로 흘러갔다. 내로라하는 유명 CCM 가수 1세대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찬양단이 유명해지면서 기쁨의집 문을 두드리는 청년도 많아졌다. 밤을 새워 가며 사역을 준비하다 보니 공동생활을 위한 공간과 빵(음식)이 필요했다.

처음부터 공동체를 염두에 두지 않았던 총무 부부는 사도 바울처럼 자급자족이 가능한 '사역'을 해 보기로 결심했다. 1989년 서울 광진구 화양동에 5평짜리 매장을 열어 기독교 메시지가 담긴 액자·컵·시계·티셔츠 등을 팔았다. 비즈니스 사역은 히트를 쳤다. 영업팀과 디자인팀을 나누는 등 사업을 확장했다. 국내외 기독교 서점 200곳에 직접 디자인한 물품을 유통했다. 1996년에는 월간 <CCM LOOK>까지 창간했다.

그러나 1997년 IMF와 함께 기쁨의집은 위기를 맞았다. 부도와 함께 빚더미에 올랐다.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사역을 해 나갔고, 경제 상황은 조금씩 나아졌다. 공동체원들의 헌신이 이룬 작은 기적이었다. 안정을 되찾은 기쁨의집은 음악, 미술 디자인, 팬시 제작 및 유통을 포함해, 교회 음향과 인테리어까지 사역지를 확장했다.

피해자들 "이성국 총무, 의도적으로 신체 접촉
오래됐지만 기억에 선명"

30년간 운영돼 온 기쁨의집은 최근 이성국 총무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져 위기를 맞고 있다. 기쁨의집을 거쳐 간 이들은 과거 이 총무가 공동체 여성들을 상대로 성추행을 저질렀으며, 피해를 입어 공동체를 떠난 사람도 있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는 총무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은 "오래된 사건이지만,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고 말했다.

A는 2000년경 이 총무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당시 20대 중반이던 A는 <CCM LOOK> 기자로 활동하고 있었다. 어느 날 총무가 불러서 디자인실에 갔는데, 그곳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면담하자고 해서 갔는데, (총무가) 갑자기 내 가슴을 만지고 껴안으면서 뽀뽀를 하려고 했다. 너무 놀라서 그대로 디자인실을 뛰쳐나왔다. 평소 '아빠'처럼 생각하던 총무님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안 그래도 업무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그 일도 있고 해서 그만뒀다. 총무님이 (그 일을) 기억이나 할지 모르겠다. 그냥 잊고 지내려 했는데, 나 말고도 피해자가 또 있다고 들어서 제보하게 됐다."

B도 2003년경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했다.

"숙소 거실에서 자매 2~3명이 거실에 앉아서 이불을 덮은 채 TV를 보고 있었다. 총무님이 내 옆으로 다가와 앉았는데, 이불 속으로 손을 넣어 내 가슴을 만졌다. 처음에는 잘못 스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막상 당하니까 소리도 못 지르겠더라. 그 일은 가슴속 깊은 수치감으로 남아 있다."

A와 B는 총무의 성추행이 공동체 안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총무가 승합차 안에서 한 자매의 신체를 만졌고, 이 일로 공동체가 발칵 뒤집힐 뻔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자매들 사이에서 '총무님이랑 방에 둘이 있지 말라'는 묵약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이성국 총무 "성추행 사실 없지만,
논란에 대한 용서 구하고 싶다"
피해자들 "잘못한 것 없으면서,
사과 문자메시지는 왜 보냈나"

최근 건강 악화로 수술을 받은 이성국 총무를 어렵게 만날 수 있었다. 5월 22일 서울 연신내역 부근에서 만난 이 총무는 성추행 의혹은 부인하면서도 거듭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부적절한 처신이 논란을 낳았다며 공동체와 떠난 지체들에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A의 주장에 대해 이성국 총무는 "당시 자매가 일 문제로 힘들어했다. 두 팔을 벌려 포옹을 해 주려고 했던 것 같다. 잘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B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이 총무는 "당시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안마를 해 달라고 한 적은 있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자매들의 신체를 만진 사실은 없다"고 했다.

A와 B 외 다른 여성을 차 안에서 추행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성국 총무는 "초창기 찬양 사역을 하기 위해 지체들과 봉고차를 타고 곳곳을 다녔다. 차 안에서 비스듬히 누워 자는 자매의 몸을 스치듯 만진 적은 있다. 그 역시 의도한 건 아니지만,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총무는 "논란을 야기한 당사자로서 억울하다는 생각보다 회개해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 원한다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지체들에게도 찾아가 용서를 구하고 싶다. 남을 탓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내 잘못이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이성국 총무가 공동체 여성을 상대로 성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은 없음.)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A는 이성국 총무의 해명을 믿지 않았다. A는 "총무의 해명은 거짓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최근 문제를 제기하려 하자 올해 4월 나에게 사과하겠다며 만나자는 문자메시지까지 보냈다. 그런 일이 없다고 하면서 왜 메시지까지 보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B는 "안마를 받은 건 기억하면서 왜 그 일은 기억 못하는지 모르겠다. 당한 사람 입장에서는 잊을 수가 없다. 나도 총무에게 '미안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총무는 "사실 여부를 떠나 마음 쓰게 한 것 자체가 잘못이니까, 사과하고 용서를 받고 싶어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 사역 공동체 기쁨의집은 이성국 총무의 성추행 의혹 외에도 재정과 관련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음 기사에서는 불투명한 재정 구조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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