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교인들 동의 없이 교회 명의로 수억 원 대출을 받고, 10년간 허위로 재정 보고를 해 온 장로가 있다. 부산 ㅅ교회 박 아무개 원로장로는 20년 넘게 교회 재정을 관리했다. 은퇴 후 8년이 지난 지금도 재정을 맡고 있다.

박 장로의 불투명한 재정 관리는 2년 전 새로 부임한 성 아무개 담임목사에게 들통이 났다. 성 목사와 교인들은 박 장로의 재정 전횡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오히려 박 장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 문제로 출석 교인이 70~80명밖에 안 되는 ㅅ교회는 둘로 나뉜 채 갈등을 빚고 있다.

성 목사는 2016년 11월 ㅅ교회에 부임했다. 부임한 지 한 달 정도 됐을 때 박 장로에게서 놀랄 만한 이야기를 들었다. 홍 아무개 원로목사에게 퇴직금을 줘야 하니 교회 건물을 담보로 '3억 원'을 대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했다. 박 장로는 자신의 개인 사업을 위해 2008년 교회 명의로 2억 5000만 원을 대출받았다는 이야기도 했다. 성 목사는 "대출은 교회법상 당회·공동의회를 열어 처리해야 한다"며 제안을 거절했다.

이후 찜찜함을 느낀 성 목사는 교회 등기부 등본을 확인했다. ㅅ교회 부채는 박 장로가 말한 2억 5000만 원이 아니라 6억 5000만 원에 이르렀다. 성 목사가 ㅅ교회에 부임하기 전까지 이 사실을 아는 교인은 없었다. 성 목사와 교인들이 재정 문제에 의혹을 제기하자, 박 장로 측은 반발했다.

박 장로, 노회 중재 따라 대출받은 돈 상환
10년간 대출 원금 미상환 추가로 드러나
"원로목사 퇴직금 3억 마련하느라 못 갚아"

ㅅ교회가 재정 문제로 시끄러워지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ㄴ노회는 지난해 7월 양측을 불러 중재를 시도했다. 노회는 박 장로에게 교인들 동의 없이 대출받은 돈을 상환하면 성 목사 위임식을 치를 수 있게 하자고 중재했다.

박 장로는 노회 중재에 따라 재빠르게 돈을 갚았다. 개인 사업을 위해 교회 명의로 빌린 2억 5000만 원을 포함 교회 부채 원금 일부인 8000만 원 등 총 3억 3000만 원을 상환했다.

ㅅ교회는 지난 10년간 건축 헌금 명목으로 4억 3000만 원을 거뒀다. 여기에 박 장로가 상환한 돈까지 더하면 7억 원이 넘었다. 빚을 갚고도 남을 액수인데, ㅅ교회는 여전히 3억 2000만 원의 부채를 떠안고 있었다. 알고 보니 교회 건물을 지으면서 빌린 4억 원에 대한 원금 상환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10년간 은행에 이자만 갚아 왔던 것이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ㅅ교회 교인 9명은, 올해 3월 박 장로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발했다. 교회 건축 헌금 4억 3000만 원을 횡령하고, 교인 결의도 없이 2억 5000만 원을 대출받았다고 했다. 박 장로가 제직회와 공동의회에서 허위 보고도 했다고 주장했다. 빚을 상환하지도 않고, 매달 원금을 갚은 것처럼 교인들에게 보고했다는 것이다. 교인들은 "박 장로가 10년간 재정을 전횡해 왔다"고 했다.

교인 70~80명 규모인 부산 ㅅ교회는 재정 문제가 불거지면서 양분된 상태다. 다음 로드뷰 갈무리

박 장로는 재정 전횡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박 장로는 5월 21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교회 재정 보는 사람이 재정을 도둑질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미 재정에 대해 노회장과 부노회장, 서기, 재판국장 등 7명이 '문제없으니 재론하지 말자'고 했다. 그런데 10년 전 교회에 있지도 않은 사람(성 목사)이 나를 도둑으로 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장로는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들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원로목사 퇴직금 마련을 위해 '3억 대출'을 요구한 적 없다고 했다. 성 목사가 지어낸 말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0년간 대출 원금을 상환하지 않은 이유는 원로목사 퇴직금과 관련 있다고 했다. 박 장로는 "2013년 8월 당회와 공동의회에서 원로목사 퇴직금으로 3억 원을 드리기로 책정했는데, 당장 드릴 돈이 없었다. 은행 대출받기도 어려워서, (건축 헌금을) 퇴직금으로 전환했다"고 했다. 원로목사에게 퇴직금을 주기 위해 건축 헌금을 임의로 전용했다는 것이다.

원로목사 퇴직금 지급과 관련해서는 교인들과 논의하지 않았다. 박 장로는 "어차피 원로목사에게 줘야 할 돈이다. 대출 원금이 줄어드는 것과 같다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개인 사업을 위해 교회 명의로 대출을 받은 2억 5000만 원은 원로목사와 협의를 거쳤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인 사업이 아니라 교회 이익금을 내기 위해 경남 사천 부동산에 투자한 것이다. 원로목사가 먼저 제안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홍 원로목사는 박 장로 주장이 사실이라고 했다. 2016년 12월경 박 장로에게서 퇴직금 3억 원을 받았고, 2008년 대출 건도 자신과 협의해 진행한 내용이라고 했다. 홍 목사는 "박 장로는 온전히 교회를 위해 애쓴 사람이다. 먹고살기 바쁜데도 교회를 위해 나섰다. 상을 줘도 모자랄 판인데 문제를 제기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성 목사가 위임식 이후 대표자 자격으로 대출 거래 내역을 확인해 본 결과, 2017년 7월 노회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기 전까지 대출금 6억 5000만 원에 대한 상환은 하나도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노회, 성 목사 당회장권 정지
"이단성 설교"는 박 장로 주장 그대로 받아
노회 관계자 "박 장로, 재정 '해 먹은' 것 아냐"

박 장로는 교회 재정 전횡 의혹을 제기하는 성 목사를 노회에 고소했다. 성 목사가 설교 도중 이단성이 있는 설교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장로의 재정 문제에 비교적 관대한 입장을 보였던 노회는 성 목사에게는 엄격했다. "성 목사가 이단성 설교를 했다"는 박 장로 주장을 받아들였다. 성 목사가 설교 도중 "'하나님이여 들으시옵소서'는 명령 기도에 해당한다"고 언급한 것을 문제 삼았다.

노회 관계자는 21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명령 기도'는 예장통합과 예장고신에서 이단으로 규정하는 '권위 기도'의 맥락에 서 있다. 설교를 직접 듣고, 신학교수 의견을 참고했다"고 말했다.

노회 재판국은 강단이 오염될 수 있다며 성 목사의 설교권을 정지했다. 노회 내 다른 원로목사에게 주일예배 설교를, 홍 원로목사에게 새벽예배 설교를 맡겼다. 또 재산권이나 치리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성 목사의 당회장권까지 정지했다.

박 장로의 재정 전횡 의혹에 대해서는, 노회에 정식으로 접수된 것이 없어 다루지 않고 있다고 했다. 노회 관계자는 "재정 문제에 대해 성 목사 쪽이 수사기관에 의뢰한 상태라 이 결과를 볼 것이다. 박 장로를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결론이 나기 전까지 죄인으로 봐서는 안 된다. 다만 노회가 전후 사정을 잘 모르니 (박 장로가) 세상 말로 '해 먹었다'고 판단하기는 곤란하다"고 했다.

성 목사는, 노회가 재정 전횡을 저지른 박 장로를 감싸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박 장로가 요구한 3억 대출 건을 들어주지 않아 여기까지 왔다. 어지러운 교회 문제를 바로잡아 달라고 노회에 요청했는데, 어느 순간 노회 태도가 갑자기 바뀌었다. ㅅ교회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 ㄴ노회 반론을 받아들여 기사 내용 일부를 수정했습니다. (2018년 5월 25일 17:00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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