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 총무 조원희 목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직원들은 2차 피해도 입었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총회 조사위원회에 출석했는데, 꼭 취조받는 분위기였다. 한 여성 임원이 '성추행당할 때 왜 가만있었느냐'고 비아냥거리더라. 그런 장소에서 피해 사실을 말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괴로웠다." (피해자 A)

"(안희묵) 총회장이 면담할 때 우리한테 '총회를 나가라'는 취지로 말하더라. '총무를 선처해 달라'고도 했는데, 협박처럼 느껴졌다." (피해자 B)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안희묵 총회장) 총무 조원희 목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전 직원들이 총회로부터 '2차 피해'도 당했다고 토로했다. 가해자 조 목사뿐만 아니라 총회 여성부장 조 아무개 권사, 총회장 안희묵 목사도 이번 일에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A와 B는 총회에서 퇴사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5월 4일 서울 오류동 한 카페에서 만난 피해자들은, 조원희 목사가 검찰에 고발되자 총회 차원에서 회유와 압박이 있었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특히 검찰이 조 목사에게 벌금 300만 원 약식명령을 청구한 지난해 9월 이후 압박 강도가 세졌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5월 16일, 법원에서 벌금 500만 원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명령을 받았다. 

기침 총회 임원회는 지난해 10월, 총무의 성추행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총회 조 아무개 여성부장을 포함 임원 5명이 조사위에 참여했다. 피해자 A를 소환 조사했다.

조 부장은 A가 엘리베이터에서 성추행을 당할 때 왜 가만히 있었느냐는 취지로 질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A는 "총회 임원 5명이 나란히 앉아 있는 데서 취조에 가까운 조사를 받으니까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그 와중에 여성 임원이 '왜 가만히 있었느냐'고 비아냥거리면서 물었다. 수치심과 모멸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A는 올해 초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조원희 목사가 1월 18일 총회 교단발전협의회 모임에서, 엘리베이터 CCTV 영상을 공개했다는 것이다. 이 모임에는 총회 지방회 임원 300~400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법원 직권으로 정식재판에 회부된 조 목사는, 영상을 공개하며 자신은 성추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는 "내 동의도 없이 그런 영상을 함부로 뿌려도 되는지 모르겠다. 명백 2차 가해다. 믿는 사람이 이런 생각하면 안 되는데,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정말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힘들어서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고 했다.

조원희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변호사 자문을 받아 영상을 공개한 것이다. 목사님들도 이 영상을 보고 '저건 (성추행이) 아니다'면서 탄원서를 써 줬다"고 해명했다. 교단 내부적으로 자신의 성추행이 논란이 되자, CCTV를 공개해 오해를 풀었다는 것이다.

안희묵 총회장 "사직서·탄원서 쓰라 강요 안 해,
조원희 목사 벌금형 참담하고 속상해
총무 직무 정지할 것"

2차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은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안희묵 총회장에게도 2차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안 총회장은 지난해 11월, 세 차례 걸쳐 피해자들과 면담을 가졌다. 피해자들 요구에 따라 총무와 직원들의 업무 공간을 분리하고, 보직을 변경하는 등 행정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피해자 B는 "행정 조치가 중요한 게 아니다. 총회장은 '내 친구를 위해서 선처해 달라'며 우리에게 탄원서를 부탁했다. 우리는 조원희 총무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원했는데, 오히려 우리한테 총회를 떠나라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주장했다.

안희묵 총회장은 5월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총회 여성부장 발언과 조원희 목사의 CCTV 영상 공개는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여성부장과 조 목사가 2차 피해를 줄 목적으로 한 행동은 아니라고 말했다.

안 총회장은 자신에게 제기된 2차 가해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피해자들에게 사직서와 탄원서를 쓰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그런 발언은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하지 않았다. 오히려 '총무 때문에 상처받은 게 있다면 내가 미안하다'고 자매들에게 대신 사과했다"고 말했다.

성추행 문제로 총회가 시끄러워지자 안희묵 총회장은 피해자들이 다니는 교회 담임목사를 찾아가 만났다고 했다. 안 총회장은 "목사님에게 그 친구들 자리(직장)를 준비해 놓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말을 듣고 자매들에게 거기서 일하면서 더는 상처를 안 받았으면 좋겠다고 제안한 적 있다. 사직서와 탄원서를 쓰라 마라 한 적 없다"고 말했다.

거듭되는 질문에 안희묵 총회장은 이 일을 단순히 성추행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교단 내 정치 문제와 얽히고설켜 있어 쉽게 판단할 일이 아니라고 했다. 다만 총무 성추행 건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겠다고 말했다. 조원희 목사가 지금도 억울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빌미를 제공한 당사자임에는 틀림없다고 했다.

안 총회장은 "(성추행 문제를) 잘 의논해서 풀고 싶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총회장으로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왜 총회가 가만히 있느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잘 안다. 1심에서 유죄가 나오면 강경하게 대처할 것이다. 총무의 직무를 정지하겠다. 이미 날짜가 적혀 있지 않은 사표도 받아 놓았다"고 말했다.

조원희 목사가 벌금형을 선고받은 16일, 안희묵 총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참담하고 속상할 따름이다. 총회장으로서 대신 사과드린다. 사사로운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교단을 위해 처신하겠다. 앞서 총회 임원회는 유죄가 나오면 조원희 총무를 직무 정지하기로 결의했다.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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