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정의와 평화의 훈풍이 불고 있습니다.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고, 대통령 발의 개헌안에 토지 공개념이 담겼습니다. 불어오는 희년의 바람이 정의와 평화의 열매를 맺을 수 있길 기도합니다. 통일에 대해 오랫동안 기도하고 연구하며, 정의와 평화를 한국교회에 외쳐 오신 분들이 계십니다. 생명과 평화의 영이 일으키는 바람 앞에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배워 보려 합니다.

1. 최철호 목사(밝은누리 대표): 대한 조선 영세 중립 생명 평화의 땅을 향한 기도와 삶
2. 방인성 목사(하나누리 대표): 통일과 평화의 초석, 희년
3. 강경민 목사(남북나눔 이사): 평화통일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
4. 최광열 목사(나팔소리선교회 대표): 신철, 한반도의 기구한 역사를 몸에 안은 우리 시대의 호세아
5. 이문식 목사(한반도평화연구원 이사): 하나님나라와 한반도 평화

하나누리 대표 방인성 목사. 사진 제공 희년함께

1부 평화

-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함께여는교회 목사입니다. 희년함께 공동대표, 하나누리 대표, 생명평화마당 공동대표이기도 합니다.

- 하나누리를 설립해 남북 교류 및 통일 운동을 해 오셨습니다. 하나누리 활동에 대해 소개해 주셨으면 합니다.

하나누리는 통일부 산하 '사회 문화 교류' 관련 사단법인입니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사회 문화 교류 차원에서 남북 미술 작가들의 합동 전시회도 했고, 청년들이 자전거를 타고 휴전선을 넘어가는 사업도 진행했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는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했습니다. 6·15 기념행사, 보육원·고아원·농장 지원을 위해 방문한 적도 있습니다. 금강산과 온정리마을을 수차례 방문하며 필요한 물자를 지원했고, 개성공단은 자전거 사업을 위해 수시로 올라갔어요. 이명박 정부가 들어 남북 관계가 막혀서 못 하게 됐죠. 아쉬운 일입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직접 방문이 어려워 2009년부터 중국을 통해 북쪽을 섬기기로 했습니다. 나진-선봉 특구와 청진 량강도 농장 지원, 고아원·보육원 지원을 주로 했습니다. '남북을 잇다'는 콘셉트로 겨울에 보육원 어린아이들에게 목도리를 보내기도 합니다. 남한 청소년들, 어르신들이 목도리를 떠서 북한의 나진·선봉·청진 지역에 목도리를 전달합니다.

현재 하나누리에서 관심을 두고 있는 활동은 나진 특구에 있는 농장 지원입니다. 농기계나 비료·농약·종자 등을 지원하다가 3~4년 전부터는 자립 마을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앞으로 북쪽도 개방이 됐을 때 꼭 필요한 적절한 수준에서 외부와 경제 교류를 해야 창조적이고 지속 가능한 경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작은 마을 자립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48세대가 사는 용평마을에 있는 용평농장입니다. 자립을 위해서는 농사 활성화뿐만 아니라 금융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북한도 우리와 같지는 않지만, 의외로 빚에 시달리는 농민들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은행 빚이 아니라 사채에 시달리는 것을 보면서 거기에도 소액 무이자 대출, 무이자 저축이 가능한 협동조합형 마을금고가 필요하겠다 싶어요.

지금까지는 농기구나 비료를 사 주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마을금고 농장 구좌에 돈을 넣어서 그 마을 리더들이 의논해 농약이나 농기구가 필요하면 거기서 대출받아 상환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가을부터는 돈이 필요한 농민들이 소액 무이자 대출을 받고 상환 계획을 짜서 대출금을 갚으면서 무이자 저축까지도 하는 것을 합의했습니다. 이 모델이 잘되면, 고금리 사채에 시달리는 북한 농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이 방식은 성경의 희년 경제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하나누리 비전은 통일 이후 한반도 땅에 하나님나라 닮은 경제 제도인 희년 경제체제를 심는 것입니다. 하나누리 산하에 있는 토지+자유연구소가 희년 경제체제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통일 이후 토지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자본주의 시장 만능주의 체제를 넘는 대안 경제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남한 청소년들이 손수 뜬 목도리를 매고 있는 북한 어린이들. 사진 제공 하나누리

- 희년, 평화통일을 위해 오랫동안 기도하셨고 활동해 오셨습니다. 목사님이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저는 3대째 목사로 복음을 전수받았습니다. 그 복음은 예수님이 화목제물이 되신 평화의 복음입니다. 예수를 믿게 되면 평화의 일꾼이 되고 어디를 가든지 평화를 이루어 내는 사명으로 살게 됩니다. 특별히 분단된 땅에서 태어난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해야 할지 어릴 적부터 고민을 했습니다.

저를 길러 준 신앙의 어머니가 계십니다. 전도사님이었는데, 그분이 특별히 '분단된 이 땅에서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평화의 일을 감당할 것인가' 하는 꿈을 많이 심어 주셨고, 구약성경을 통해 잘 가르쳐 주셨습니다.

사무엘서와 열왕기서 공부를 하면서 이스라엘 민족이 형성되고 분열되는 과정, 분열된 이후 남과 북의 갈등을 치유하지 못하면서 제국에 지배당하는 상황 등을 생생하게 공부하게 되면서 한반도 통일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목사가 된 것도 교회가 분단된 이 땅에 평화의 사역을 감당해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목회 현장에서도 '평화'라는 주제는 중요했어요. '목사나 교인이 평등한 위치에서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화목한 공동체'가 분단의 비극을 극복해 낼 수 있는 사명을 감당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통일 문제에 관심 갖게 된 것에는 조부님 영향도 있습니다. 조부님은 일제 신사참배에 반대하셔서 감옥에 가셨어요. 주기철 목사님과 평양 산정현교회 목회를 함께하셨습니다. 1945년 8월 15일 해방이 되자 출옥하신 후 산정현교회에서 목회하시는 중에 1949년 12월 27일 북한 공산당원에게 납치당해서 총살당했다는 산정현교회 청년들 증언을 집안 어르신들께서 전해 주셨습니다.

목회를 하고 있는 할아버지께 공산당원이 찾아와 교회 강단에 인공기를 걸라는 주문을 하게 됩니다. 조부님은 일제강점기 신사참배를 강요했을 때도 거부하셨고, 공산당원 요청으로 인공기를 강단에 거는 것도 거부하셨죠. 조부님은 '하나님 사랑이 민족 사랑이고 민족 사랑이 하나님 사랑'이라는 신념으로 사셨고, 귀한 신앙의 유산을 저에게 남겨 주셨습니다.

제가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하나님을 사랑하면 이 민족문제에 관심을 갖고 접근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민족 사랑이 곧 하나님 사랑이고 하나님 사랑이 민족 사랑'이라는 명제를 할아버지로부터 이어받아 사회문제, 분단 문제, 평화 문제,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가 공산당에 총살당한 '비극적 가족사'가 있지만, 이 비극을 복음으로 뛰어넘어 북쪽에 있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한 형제로 새롭게 한반도 땅에서 살아가는 것이 복음을 믿는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여 통일 문제, 평화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죠.

- 통일 운동을 하면서 기억나는 일이나 어려웠던 일이 있으시다면요.

북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대화하면서 북쪽 사람들이 남한 사람들과 동일한 언어와 문화와 뿌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었어요. 북쪽 사람들을 만날 때는 제 신분을 밝히지 않지만 대개 다 압니다. 제가 목사이고 크리스천이라는 것 다 압니다. 우리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남쪽 사람들이 북쪽 사람들과 자주 만나서 대화하고 손잡고 고민하고 미래를 꿈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깁니다.

어려운 것은, 이런 활동이 남쪽 사람들에게 이해받기가 힘들다는 점이에요. "왜 북한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하느냐", "그 사람들은 없어져야 되는 사람들이고, 말 안 듣는다. 속지 마라"는 식의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우리 교회 교인들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어요. 평화의 복음으로, 어떻게든 원수를 사랑하고 복음의 능력을 나타내야 하는 그리스도인들이 그런 얘기를 할 때 제가 참 힘듭니다.

통일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북쪽이 없어지기를 바란다거나, 북쪽을 우리식으로 통일하기를 바란다거나, 지원하더라도 구걸하는 사람에게 선심 쓰듯 도와주는 방식으로 하는 모습 때 참 마음이 아파요.

그러지 말고 우리가 친구로서, 형제로서, 같은 민족으로서 마땅히 사랑을 베풀고 마땅히 섬겨야 되는데, 그러지 못한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무슨 성과가 있냐", "왜 그렇게 위험을 무릅쓰고 그런 일을 하느냐", "이상한 사람 아니냐", "빨갱이 아니냐"는 말을 듣기도 하는데, 마음이 아픕니다. 예수님은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고, 바울은 "나는 모든 사람에게 빚진 자"라는 심정으로 살았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북한을 그리도 무시하고 미워하나요.

2008년 금강산 지역 온정리마을 연탄 지원 현장. 사진 제공 하나누리

-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평화와 통일 운동에 참여할 수 있을까요.

앞으로는 남과 북이 교류를 많이 하게 될 텐데, 지금 가장 좋은 방법은 통일 운동이나 평화운동을 하는 단체들을 후원하는 것입니다. 단체들의 회원이 되고 모임에도 참여하고 기도해 주는 것입니다. 통일 운동은 돈보다 사람들 관심과 참여가 많이 필요합니다. 한 달에 1만 원도 좋고 5000원도 좋아요. 회원으로 참여하면서 소식을 받아 보고 관심을 갖고 기도 모임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는 여러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곳이 많아요.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의 다름과 차이를 극복하고 평화를 이룰 수 있는 인격적 소양이 필요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이 '평화의 사람'이 되어 우리가 속한 곳에서 평화를 이루는 삶을 사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는 불합리한 것이라든가 잘못된 구조, 억울함을 당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 일이 바로 통일 운동, 평화 운동의 초석이 됩니다.

제가 세월호 가족들의 아픔이라든가 용산 참사 식구들의 아픔에 적극 참여했던 이유도 우리 주변에 있는 고통당하고 억울한 사람들과 함께하지 않고 관념적으로 통일 운동을 생각하거나 이데올로기적으로 통일 운동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통일 운동을 하면서 이데올로기적 논쟁에 빠져 실제 삶의 현장에서 하나 됨을 이루지 못하는 것을 많이 봅니다. 분단은 왜 이루어졌는지, 분단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바른 역사와 대안 공부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 청년, 대학생들이 통일 운동과 민주화 운동의 최전선에 있던 예전과 달리, 2018년 대한민국 청년들은 불평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박탈감이 심하다는 방증이지 않나 싶은데요. 그래서인지 '통일'이라는 거대한 주제에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는 듯합니다. '굳이 통일을 해야 하나'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2018년을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청년들의 현실 문제는 심각하죠. 'N포 세대'라 불리는 청년들은 자신들이 이루고 싶은 꿈을 향해 무언가를 할 수 없는 게 현실이죠. 지금 세계의 경제 질서가 '시장 만능 자본주의'라 그렇습니다. 저는 오히려 청년들 문제야말로 한반도의 분단 통일과 다르지 않은 문제라고 봅니다. 지금의 경제구조에서는 청년들이 꿈을 갖고, 희망을 펼치고,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지금의 경제구조에서 젊은이들이 희망을 찾을 수 없다면 대안 경제를 바라봐야 된다고 봅니다. 저는 그게 희년 경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대안적 경제구조를 품을 수 있는 자각·용기·도전·헌신이 통일 문제와 직결된다고 봐요. 희년 경제를 이 땅에서 지금 현재 우리 청년들 삶에서 일구어 가면 이것이 바로 통일 운동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희년 경제가 북쪽 청년들, 북쪽 미래 세대에도 전해진다면, 그게 바로 통일 운동이 될 것입니다. 우리 청년들이 대안적 경제 시스템을 한반도 땅에는 꼭 심어야 되겠다는 결단과 헌신이 있다면, 이는 통일 운동과 다르지 않습니다.

N포 세대의 신음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대안 경제를 만들어 가는 것이 바로 민족의 미래를 위해 헌신하는 길입니다. 통일 문제가 따로 있다거나 청년들 문제를 해결하는 게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북쪽과 남쪽 청년들이 만나면 서로의 것을 주장하기보다 대안을 향해 서로의 장단점을 뛰어넘어야 하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희년 경제 실천입니다.

방인성 목사는 2014년,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염원하며 광화문광장에서 40일 단식을 하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2부 정의

- 대통령 발의 개헌안에 '토지 공개념'이 들어갔습니다. 대천덕 신부님은 '토지 공개념' 정신이 "토지는 하나님의 것이라"는 희년의 토지법과 닿아 있다고 설파하셨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조찬기도회에서도 '희년'을 소개해 조금 더 알려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희년이 무엇인지 잘 모릅니다. 목사님께서 이해하고 정리하신 '희년'은 무엇인가요.

저는 목회자이기 때문에 '희년'이라고 하면, 레위기 25장에 나와 있는 말씀을 떠올리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노예로 살던 히브리 사람들의 신음을 들으시고 이집트에서 건져 냅니다. 지도자 모세를 통해 이들이 자유를 찾고 해방을 얻어 가나안 땅에 정착하게 되죠. 가나안 땅에 정착하면서 받았던 삶의 법이 안식일, 안식년, 희년입니다.

저는 하나님께서 이집트의 노예가 됐던 히브리 사람들을 건져 내 너희들은 이렇게 살라며 주신 법이 바로 희년법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건져 낸 백성은 하나님의 질서대로 살아야 되는데, 그 질서가 바로 희년입니다.

이스라엘 공동체가 처음 가나안 땅에 정착해 땅을 분배받고 열두지파로 살았을 때는 희년의 법을 지켜 가며 살았습니다. 그 흔적이 왕조시대, 분열 왕국 때도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룻기의 '무르기'라든가 '고엘'이라든지 하는 제도들이 바로 이스라엘 공동체가 하나님의 명령인 희년을 지켜 가려 했던 모습을 보여 주는 흔적들입니다.

신약에서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셔서 공생애를 시작하며 선포한 말씀이 누가복음 4장에 나와 있는 희년 선언이죠. 이사야서 희년 말씀을 인용하셨죠. 저는 예수님은 희년의 주인공으로 오셨다고 봅니다. 예수님 안에 담겨 있는 복음은 희년의 복음입니다. 하나님께서 히브리 민족을 건져 내어 희년법을 주셨는데, 희년을 온전하게 이루신 분이 하나님의 아들 우리의 구세주 되시는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을 사랑하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믿는 초대교회 공동체 역시 희년 공동체였습니다. 초대교회는 가난한 사람들이 없고 서로 나누어 쓰면서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루었습니다. 그 당시 주변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고 교회 공동체가 그리스도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것은 그들이 바로 희년 정신을 실천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예수를 믿게 되면 로마(힘과 부)의 질서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나라의 질서, 희년의 질서대로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생깁니다. '희년은 그리스도인의 삶의 법이다'라고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침착하면서도 과감하게 한국 사회 주요 개혁 과제를 풀어 가고 있습니다. 토지문제는 기득권층에게 '역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격렬한 반발이 있을 수 있어 개헌과 구체적 입법이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럴 때 교회가 힘이 되었으면 하는데, 재를 뿌리지 않을까 우려해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교회가 '토지 공개념'을 지지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요.

우리나라 헌법에 '토지 공개념'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초기 만들었던 헌법은 굉장히 좋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토지 공개념 개헌은 우리 민족의 미래를 내다보고 강조한 것이라고 봅니다. 현재 우리가 앓고 있는 심각한 문제를 들여다보았고 이것을 치유하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 민족이 통일 이후에도 제대로 미래를 열 수 없다는 생각으로 토지 공개념을 얘기한 것 같아요. 국가 지도자로서 우리 민족의 미래를 위해 강력하게 이야기했다고 봅니다.

토지 공개념이 한국 사회에서 잘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그렇지, 유럽이나 선진국 사회는 실질적으로 실행하고 있습니다. 토지의 공공성을 제대로 이루어 내지 않으면 건강한 사회, 더불어 사는 사회로 갈 수 없다는 것이 선진국들의 고민입니다. 토지문제를 이데올로기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굉장히 잘못됐고, 토지 공개념이 공산주의가 아니냐고 묻는 것은 정말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특별히 그리스도인들은 토지 공개념은 성경이 가르치는 삶의 정신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자본주의나 공산주의가 생기기 이전의 '성경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리스도인들이 토지 공개념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했으면 좋겠어요.

한국교회는 대통령의 개헌 중 토지 공개념은 양극화 병을 앓고 있는 우리 사회에 하나님께서 주시는 회개와 치유의 기회라 생각하며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를 바랍니다. 토지 공개념은 부흥과 성장 일변도로 가고 있는 한국교회에 제동을 걸 수 있고, 대형 교회나 강남에 있는 그리스도인들이 부동산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것이 곧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하는 거짓 복음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토지 공개념을 이야기했을 때, 부흥과 성장은 하나님의 축복과 관계가 없고,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버는 것은 복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 앞에서 화가 될 것이라는 경각심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집은 집주인이 10년 넘게 월세를 올리지 않고 있어요. 집주인은 예수 믿지 않는 분이에요. 10년 전 30만 원이었던 월세를 아직도 그대로 받고 있습니다. 저처럼 가난한 목사는 월세를 올리면 이리저리 방황할 텐데 너무 감사합니다.

예수 믿지 않는 집주인도 월세를 올리지 않고 가난한 목사에게 이런 혜택을 주는데, 예수 믿는 우리가 전월세를 막 올리거나 상가 임대료를 마구 올리고 권리금을 가로채는 것은 그리스도인으로서 할 일이 아닙니다. 토지 공개념을 개헌에 명문화하겠다는 이야기를, 부흥과 성장에 취해 있는 한국교회는 경고의 말씀으로 듣길 바랍니다. '땅은 하나님의 것이니 영영히 사고팔지 말라'(레 25:23)는 우레와 같은 하늘의 소리를 대통령의 토지 공개념 발언으로부터 들어야 합니다.

-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어떻게 희년의 가치를 실천하며 살아야 할까요.

한반도는 지금 새로운 시대를 내다보면서 나라다운 나라, 사람이 살 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한 변화의 길목에 있습니다. 새로운 변화의 길목에서 한국교회는, 대형화를 목표로 부동산으로 부흥과 성장을 이룰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소금과 빛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성숙한 그리스도인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들도 열심히 일해서 땀 흘려 자기 은사를 발휘하며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돌이켜야 합니다. 부동산을 사들여 돈을 번다거나 일확천금을 노리는 한탕주의는 안 됩니다. 특별히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부동산으로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유익을 추구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전월세를 올리지 않고, 세금을 제대로 내는 것을 솔선수범하면 좋겠습니다.

기본 소득에도 관심을 두면 좋겠습니다. 경제의 양극화, 인공지능 등으로 일자리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사람이 기본권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은 기본 소득입니다. '기본 소득' 주제를 두고 그리스도인들이 적극 목소리를 내는 것이 희년 제도를 이 땅에 심는 방법입니다. 힘들고 소외된 사람들도 기본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복지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게 희년 정신을 현실에 도입하는 길입니다.

희년의 가치는 미래 세대에게도 중요합니다. 기성세대들은 미래 세대에게 "너희들은 왜 열심히 일하지 않느냐", "왜 궂은일을 하지 않느냐" 질책하지 말고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놓았던 잘못된 경제구조가 미래 세대의 희망을 꺾고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게 만드는 것에 반성하고 미안한 마음을 품어야 합니다.

일단 청년들의 고민과 고뇌와 아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미래 세대에게 잘못된 경제구조를 물려주지 않고 대안적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지 고민하다 보면 지혜가 생길 겁니다. 청년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중요한 희년 실천입니다. 교회 강단에서도 희년의 적용이 담긴 메시지가 활발해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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