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총신대학교 재단이사회가 제작한 '총신대 합격 및 수업 관련 오정현 목사 백서'가 4월 26일 공개됐다. 백서는 2016년 12월 총신대가 오정현 목사의 편입학 과정 합격을 무효 처분하자, 사랑의교회가 반발해 소송을 거는 과정에서 제작됐다. "역사 정리 차원에서라도 당시 사실관계를 확실히 해야 한다"며, 이사회가 2017년 말부터 2018년 초까지 4개월 이상 조사를 벌인 결과다.

백서의 요지는, 오정현 목사가 총신대 신대원에 편입할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줄곧 특혜를 받았으며, 이 과정에 일부 교수가 깊숙하게 관여했다는 것이다. 백서는 180쪽 분량으로, 총 4부로 나뉘어 △오정현 목사 입학 당시 소속과 신분 △입시관리위원회와 오정현 목사 팩스 시험 △오정현 목사 무단결석 및 부당 학점 △사랑의교회와 총신대학교로 구성됐다.

오정현 목사의 총신대 편입학 과정 전반을 조사한 재단이사회 백서 전문이 공개됐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오정현 목사, 처음에는 '편목 편입'
나중엔 '일반 편입' 주장"

대법원은 오정현 목사가 총신대 편입학 당시 '일반 편입' 과정으로 지원했다고 판단했다. 이미 목사인 사람이 지원하는 '편목 편입'이 아니라, 안수 없는 사람들이 지원하는 일반 편입을 택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의문을 제기했다. 일반 편입인지 편목 편입인지, 사랑의교회도 입장이 왔다 갔다 한다.

총신대 재단이사회도 백서에서, 오정현 목사 주장이 세 번 바뀌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편목 편입이었다고 했다가, 이후 '편목 과정'은 일반 편입과 편목 편입을 아우르는 것이라고 했다가, 다시 일반 편입이라고 말을 바꿨다는 것이다.

이사회는 사랑의교회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전계헌 총회장) 동서울노회가 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을 근거로 들었다. 2015년 9월 사랑의교회는 "피고 오정현은 본 교단이 헌법 정치 편 제15장 13조의 규정에 따라 개설한 본 교단의 정규 편목 과정을 이수했다"고 했다. 동서울노회는 2016년 6월 "피고 오정현이 들어간 과정은 총신대학교 신대원의 연구 과정으로 개설된 편목 과정이다"라는 서면을 냈다.

그러나 사랑의교회는 2016년 7월부터 일반 편입이든 편목 편입이든 무엇을 하더라도 문제없다는 식으로 입장을 바꾸었다고 했다. 사랑의교회가 2016년 9월 20일 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에는 "모집 요강상 편입학은 일반 편입과 편목 편입으로 구분돼 있고, 피고가 그중 어떤 자격으로 지원했는가가 논해지고 있는데, 어떤 자격으로 지원했든 간에 (중략) 실제로는 구분의 실익이 없다"고 나와 있다.

그러다 2017년 1월부터는 "'목사 후보생'으로 일반 편입했다"는 주장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사랑의교회는 2017년 1월 법원에 제출한 서면에 "총신대에서는 지원하지 않은 과정인 '편목 편입 과정'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고 썼다. 재단이사회는 "오정현 목사가 이제는 당당하게 일반 편입을 통해 입학했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이사회는 오정현 목사가 '편목 편입'이 아닌 '일반 편입'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부담감'을 들었다.

"피고(오정현 목사)는 당장의 사역도 감당해야 하고, 또 개척 후 성공적으로 목회를 해 오고 있는 교회나 20여 년간 살아온 미국을 떠나는 것이 망설여지는데다, 안수 후 20여 년 가까이 되는 시점에 강도사 고시를 다시 치러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그럴 만한 여유가 없다'면서 주저함을 보이자, (옥한흠 목사가) 행정적으로 지원할 테니 본인이 해야 하는 일만 하도록 하라고 하시어 그렇게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2016년 9월 20일 자 사랑의교회 준비서면 중)

총신대 재단이사회는 "오정현 목사 경우는 그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경우"라고 했다. 동서울노회 내 또 다른 대형 교회 충현교회에 지난해 청빙된 한규삼 목사도 아직까지 편목 편입 절차를 밟고 있다고 했다. 한 목사는 2017년 3월 말 미국 뉴저지초대교회를 사임하고 충현교회에 부임하는 과정에서 편목 과정을 거치기 위해 노회에 '총신 단기 편목 입학 청원'을 제출했다. 2018년 1학기 현재 총신 연구 과정 수업을 듣고 있다.

이사회는 "한규삼 목사는 이변이 없는 한 2019년 6월 강도사 고시에 합격하고, 2019년 10월 노회에서 강도사 인허를 받은 후 당회장으로 위임식을 할 것이다. 이것이 정상적인 편목 과정"이라고 했다.

총신대 재단이사회가 공개한 오정현 목사 학적부. '제적'으로 기록돼 있다. 백서 갈무리

1982년 '목사 후보생' 오정현 목사,
2001년까지도 신분 유지?
재단이사회 "자격 유지될 수 없어"

오정현 목사는 1982년 총신대에 입학하면서, 당시 다니던 내수동교회가 속한 경기노회에서 목사 후보생 지위를 얻었다. 총신대 신대원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노회에서 '목사 후보생' 추천을 받는다. 1982년 추천을 근거로, 오정현 목사는 2001년 편입학 당시 경기노회 '목사 후보생' 증명서를 발급해 총신대에 제출했다. 경기노회가 19년간 오정현 목사의 목사 후보생 자격을 유지해 주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단이사회는 경기노회 주장이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오정현 목사는 2001년까지 목사 후보생 신분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사회는 "목사 후보생 신분에 별다른 변동 사항이 없다는 것은, 이명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노회의 지도를 잘 받고 있고, 신학교 학적 사항에 문제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오정현 목사는 이 두 가지 모두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다.

오정현 목사는 1982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면서 휴학을 신청했고, 총신대는 1983년 4월 오 목사가 복학하지 않아 그를 제적했다. 이사회는 "신학교 학적 사항에 변동이 발생했으므로 목사 후보생 신분이 유지되지 않는다"고 했다.

경기노회가 1986년 오정현 목사에게 '목사 후보생 증명서'를 '목사 안수용'으로 발급해 주었기 때문에, 타 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오 목사의 신분상 변동도 있다고 했다. 여기에 경기노회는 1982년부터 2001년까지 오정현 목사를 목사 후보생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증거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재단이사회는 백서에서 "오정현 목사의 신분 관리가 어떻게 돼 왔는지 알려 달라"고 경기노회에 공개 요청했다.

이례적인 '팩스 시험'
"사전 입시 청탁, 입시 요강 변경 해당"
18명 중 전체 1위, 2위와 30점 이상 차이 나

재단이사회는 오정현 목사가 편입학 시험에 응시한 2001년, 입시관리위원회(당시 교무위원회)가 오 목사를 위해 불법을 행했다고 판단했다. 백서에 따르면, 오 목사는 2001년 10월 15일 총신대 입시 담당자에게 "시험일인 10월 22일, 사역 일정상 미국에 있어야 해서 한국에서 시험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총신대 입시관리위원회는 4일 후인 10월 19일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입학시험을 본 전례가 있다"면서, 오정현 목사가 팩스로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결의했다. 이사회는 시험을 팩스로 응시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사전 부정 청탁'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입시관리위원들이 이미 공표한 입시 요강도 변경해 적용했다고 했다. 2001년 10월 19일 자 입시관리위원회 회의 자료를 보면 "1)지원자의 현재 상황: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이며 11월 초 입국 예정이므로 10월 22일 전형에 응시할 수 없는 상황임 2)결정할 사항: 어떠한 방법으로 응시토록 할 것인지 (1)정상적인 전형 방법 (2)기타"라고 기재돼 있다.

팩스 시험 현장에서도 고등교육법 시행령이 규정한 '공정 경쟁 규정'을 위반했다고 했다. 이사회는 오 목사가 지정된 입시 시간과 장소를 지키지 않았고, 팩스로 필기시험을 본 후 시험 감독 김용남 목사와 저녁 식사를 하러 이동했기 때문에, 면접 고사도 응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그런데도 오정현 목사는 전체 입시 결과에서 '수석'을 차지했다. 재단이사회는 "오 목사는 2등과 무려 38점이 차이 나는 1위를 한 것으로 되어 있다. 오정현 목사 370점, 2위 332점, 3위 325점이었다. 다시 말하면, 공정한 시험 감독이 이루어진 상황에서 시험을 치른 18명 중 1등은 332점이었고, 홀로 시험을 본 오정현 목사는 370점으로 38점 차이가 난다"고 했다.

재단이사회는 오정현 목사의 '미국 시험'은 특혜성 결의라고 주장했다. 당시 입시관리위원회 회의록 일부. 백서 갈무리

수업 출석 안 하고 하버드 가서 연구 과정
오정현 목사 "교수 방침 따른 것"
교수 메모에는 "오정현 목사가 부탁"

오정현 목사는 총신대 편입학 후에도 수업에 제대로 출석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학점을 이수했다. 오 목사 측은 법원에 낸 서면에서 "교수가 교수회의 결정 및 자기 교수 방침에 따라 그렇게 한 것으로, 설령 다소 잘못이 있더라도 그것은 학교 당국이나 교수를 탓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오정현 목사는) 외국 학교에서 수학한 자, 학위 취득자로서 교수 요원(목사)으로 청빙된 자에 해당해 1년 수업, 출석 대신 리포트, 구두시험 등 종합 평가 대상자로 취급한다"고 했다.

재단이사회는 오정현 목사가 2002년 2월부터 1년간 안식년을 보냈다면서, 사역 부담이 전혀 없는 시기였는데도 수업에 출석하지 않았다고 했다. 되레 2001년 10월부터 하버드에서 공부할 계획을 세워 의도적으로 총신대 수업을 출석하지 않을 계획을 짰다고 했다. 이사회는 오정현 목사 저서 <통찰과 예견>(생명의말씀사)에서 그 근거를 찾았다.

"2001년 10월쯤 하나님께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주셨습니다. '그렇다. 하버드에 가서 의식의 리프레시를 한번 해 보자.' 마침 주변의 권유도 있고 해서 하버드대학에 레지던트 펠로우(resident fellow)를 신청했습니다." (<통찰과 예견>, 50쪽)

재단이사회는 오정현 목사가 '종합 평가 대상자'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사랑의교회가 언급한 이 규정은 1986년 동계 교수 세미나 결의 사항에 근거를 두는데, 박사 학위 소지자이면서 총신대 신대원에 교수로 청빙된 사람일 경우에만 해당한다고 했다. 오 목사는 학교가 청빙한 교수 요원도 아니며, 서면에 쓴 괄호 안 '목사'라는 부분은 오 목사 측이 임의로 넣었다고 했다.

당시 오 목사와 함께 편입학한 황 아무개 교수는 편입학 시험을 치르지 않았다고 했다. 교수 요원이었기 때문이다. 시험을 치렀다는 자체가 종합 평가 대상자가 아니라고 반증하는 것이라고 했다. 오 목사 본인도 종합 평가 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교수들을 찾아가 출석을 리포트로 대체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했다.

출석과 학점은 교수 재량이라는 주장에 대해, 재단이사회는 "출석과 학점은 고등교육법 시행령과 총신대 학칙, 총신 신대원 학사 내규 등을 근거로 해야 한다. 교수 재량은 전혀 없다"고 했다.

오정현 목사는 수업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95점을 받았다. 오 목사 측은 '종합 평가 대상자'에 해당해 출석을 엄밀하게 따질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재단이사회는 '특혜'라는 입장이다. 백서 갈무리

입시 책임자 등 일부 교수, 교회와 대책 논의
30회 이상 설교자 초청하고 연구비도 후원

재단이사회는 총신대 일부 교수가 사랑의교회 관계자들과 대책을 의논했다는 보도를 인용해, 교수들이 이 문제에 깊숙하게 개입해 있다고 했다. 김정우 교수가 2016년 8월 '오정현목사편목과정조사위원회 신설 및 새 쟁점'이라는 제목으로, 사랑의교회 주연종 부목사, 오 아무개 장로(변호사), 김지찬 교수 등에게 이메일을 보낸 것을 증거로 들었다.

이사회는 "총신대 관련 조직이 오정현 목사 승소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활발하게 했음을 알 수 있다. 이 교수 중 일부는 오 목사 편입학 당시 그를 위해 미국 현지에서 팩스 시험 결정과 성적 조작에도 관여했다"고 지적했다.

학교 과거 기록이 불법으로 유출된 정황도 있다고 했다. '종합 평가 대상자' 규정의 근거가 되는 1986년 동계 교수 세미나 회의록, 1987년 특별 교수회의 회의록, 2001년 10월 19일 교무위원회 회의록, 2001년 10월 정기 교수회의 회의록과 특차 입학 사정 교수회의 회의록, 2001년 학칙 및 시행세칙 등이 학교의 결정도 없이 공개됐다.

재단이사회는 김정우 교수가 한 매체에 "오정현 목사님의 입학의 적법성에 대해 법원에 고소 고발이 이루어지던 2015년, 당시 책임자 중 한 명으로서 기억을 더듬고 당시 기록들을 찾아 살피면서 기초 사실들을 발견하게 되었고 아래와 같이 상황을 재구성했다"고 기고한 글이 근거라고 했다. 이사회는 개인정보보호법과 총신대 문서 관리 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며, 문서 유출과 관련한 이들이 모두 형사 고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과정에 중추적 역할을 한 교수들과 사랑의교회와의 관계도 지적했다. 김정우 교수, 김지찬 교수가 각각 29회, 34회 사랑의교회 설교자로 초빙돼 회당 100만 원 이상의 사례비를 받았고, 김정우 교수가 세운 연구원에 사랑의교회는 연간 2000만 원 이상을 지원했다고 했다.

재단이사회 "출석도 안 한 사람 성적 주는 게 맞나"
"벌주자는 게 아니라 도덕성 지적하는 것"
김지찬 교수 "백서 내용, 명예훼손으로 고소"

이번 백서를 발간한 총신대 재단이사들은 4월 10일 자로 전원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이사회 관계자는 4월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백서 발간은 두 달 전 결의한 사항이다.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백서를 발간한 배경을 "당시 관련자들을 벌주자는 개념은 아니다. 대부분 공소시효도 끝났다. 다만 이화여대 정유라 사건처럼 도덕성·윤리성 문제는 있지 않나. 대형 교회 목사라고 해서, 교수들이 출석도 하지 않은 사람을 출석 처리하고 고득점을 줬다. 이게 맞는가"라고 했다.

또 "이 싸움은 이사회가 먼저 한 게 아니다. 주연종 목사가 <진실>(RHK)이라는 책으로 총신대를 비난해 시작됐다. 사랑의교회 운영장로회 이름으로 '사실대로 밝혀 달라'는 공문도 왔다. 그래서 사실관계를 조사한 것이고, 조사 끝에 입학 무효 처분도 한 것이다. 우리가 사랑의교회에 원한이 있는 게 아니다. 우리도 대형 교회와 싸우는 것에 부담을 많이 느낀다. 예장합동을 대표하는 교회를 건드리는 게 쉬운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총신대 김지찬 교수는 27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백서 내용은 심각한 명예훼손이다. 나는 오정현 목사의 채플에 P학점을 준 적이 없다"고 했다. 2004년부터 총 34번 150회 이상 주일예배 설교자로 선 데 대해서는 "옥한흠 목사님 때부터 대학청년부나 교육훈련원 강사로 여러 번 갔다. 사랑의교회뿐 아니라 여러 곳에 강사로 다닌다. 오정현 목사와 무슨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지찬 교수는 "이제 법 외에는 나 자신을 변호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고 했다. 지난달 26일 공개된 백서 요약본 내용을 문제 삼아, 총신대 재단이사회 전원을 출판물에 의한 허위 사실 유포로 검찰에 고소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김정우 교수에게도 연락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번 백서 내용에 대해 사랑의교회 측은 "아직 전문을 다 보지 못했다"면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교회는 지난 3월, '합격 무효 처분 무효 확인소송' 재판 과정에서 "이런저런 주장을 하다가 안 되니 조사 보고서를 또 만드는 것"이라며 총신대가 증거를 만들어 내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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