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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사건 영화로 만든 감독, 세월호 추모 영화 만든 이유
[인터뷰] '눈꺼풀' 제작한 오멸 감독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8.04.13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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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영화 '눈꺼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편집자 주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미륵도彌勒島. 감독은 망자들이 이승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거쳐 가는 가상공간을 이렇게 칭했다. 4월 12일 개봉한 영화 '눈꺼풀'은 미륵도를 배경으로 한다. 망자들을 마지막으로 배웅하는 한 노인의 모습을 통해, 세월호 참사 앞에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를 이야기하고 있다.

미륵도에 혼자 사는 노인은 섬을 찾아오는 망자에게 떡을 쪄 준다. 예부터 선조들은 제사상에 백설기를 올려놓았다. 노인은 절구에 쌀을 곱게 빻아 정성스레 떡을 만든다. 그것을 제기에 담아 바다가 보이는 바위 위에 올려놓으면, 망자가 한 움큼 먹고는 곧 사라진다.

'눈꺼풀'을 연출한 오멸 감독은 세월호 참사 이후 단숨에 영화를 만들었다. 참사 직후 3일간 뉴스만 보다가, 이후 3일 만에 시나리오를 쓰고, 4개월 만에 영화를 제작했다. 두 달은 촬영을 위해 배우와 스텝들이 무인도에서 공동 생활을 했다.

그를 이렇게까지 몰아붙인 동력은 무엇일까. "우리 사회 곳곳에 쌓인 적폐에 대한 '분노'였다." 영화가 개봉하는 4월 1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오멸 감독이 말했다. 그는 "뉴스를 보면서 너무 화가 났다. 슬프고 무기력하고 분한 여러 감정이 치솟았다. 영화를 통해 '이게 나라냐'고 마음껏 따지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망자들은 이승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미륵도를 찾는다. 영화 '눈꺼풀' 스틸컷

오멸 감독은 '제주 4·3 사건'을 다룬 영화 '지슬: 끝나지 않는 세월2'로 알려진 제주 출신 감독이다. 세월호는 제주도를 향해 항해하다 전남 진도 관매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오 감독은 참사를 목격하며 느낀 복잡한 심경을 절제된 감정과 대사로 풀어낸다. 배우들 대사가 많지 않은 대신 다양한 상징과 은유로 세월호 희생자를 향한 추모, 시스템의 붕괴, 물질주의, 생명 경시, 종교의 역할 등을 논하고 있다.

물질주의, 시스템 부재 등 지적
우리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해

- 영화를 보면 상징과 은유가 계속 등장한다. 이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가.

세월호 참사는 한국 사회 총체적 부실을 드러낸 사건이다. 참사를 낳은 우리 사회 적폐를 여러 비유와 상징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가장 대표적으로 지적하고 싶었던 것은 두 가지다. 물질만능주의와 시스템의 붕괴다. 그것을 각각 여행용 가방과 절구로 표현했다.

노인이 해변에서 버려진 여행용 가방을 우연히 발견하는 장면이 나온다. 노인은 고민한다. 가방 안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 여행용 가방을 집으로 가지고 올지 고민하는 노인의 모습에서 물질을 향한 인간의 욕망을 엿볼 수 있다.

오랜 고민 끝에 노인은 마침내 가방을 여는데, 안에는 손으로 한 줌조차 쥘 수 없는 바닷물만 있다. 욕망의 허무함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인간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 세월호 참사는 사람들이 안전보다 물질을 더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에 발생한 인재다. 우리의 물질만능주의가 얼마나 헛된 욕망인지 보여 주고 싶었다.

영화 후반부에서 노인이 쌀을 빻다 절구가 깨진다. 절구는 전통 도구다. 어머니께서 매일 밤 정성스레 쌀을 빻았던 옛 사회를 의미한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사회는 정성보다 신속·효율을 우선시한다. 깨진 절구는 망가진 시스템을 지적하고 있다. 고속 성장을 절대 가치로 내세우다 안전·절차·원칙 등이 무너진 사회를 가리킨다.

- 검은 쥐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면서 섬이 망가지기 시작한다. 노인과 세상을 유일하게 연결해 주는 라디오가 고장 나고 망자에게 대접할 떡을 만드는 데 필요한 절구도 깨진다. 우물물은 악취가 나는 썩은 물이 되어 섬에 사는 생명체를 죽게 만든다.

많은 관객이 쥐를 MB로 해석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국 사회가 생명을 경시하고 물질을 우선시하는 사회로 더욱 도태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측면으로만 접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쥐는 그 공간에 우환이 생겼다는 사실을 가장 빨리 알아차리는 존재다. 이곳에 문제가 있다고 알리는 신호 역할을 한다. 노인은 모든 원인이 쥐에게 있다며 분노를 표출하는데, 과연 쥐만의 문제일까. 쥐를 잡으려다가 그랬다지만 어찌 됐든 절구를 깨뜨리는 사람은 노인이다.

MB 정부의 탄생은 당시 국민의 선택이었다. 사회문제를 어디 한쪽에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묻고 싶었다. 시스템의 붕괴, 물질만능주의, 생명 경시… 이 모든 현상을 낳은 책임이 결국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에게 있지 않느냐고 말이다.

부러진 불상과 십자가
종교는 세월호 참사에 무관한가

미륵도에 아이들이 찾아온다. 참사 희생자들이다. 노인은 왜 여기에 왔냐며 아이들에게 화를 낸다. 영화 '눈꺼풀' 스틸컷

- 종교를 향한 질책도 엿보인다. 불상의 머리와 십자가가 부러지는 장면이 나온다.

신은 그때 무엇을 했는지, 종교는 시스템의 붕괴에 어떤 책임을 졌는지 묻고 싶었다. 2014년 4월 16일, 아마 모든 국민이 뉴스를 보면서 자신이 믿는 신에게 기도했을 것이다. 종교인이 아닌 나조차 절대자를 향해 간절히 간구했다. 아이들을 살려 달라고.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영화에서 십자가를 상징하는 망치가 부러질 때, 노인이 하늘을 향해 욕을 내뱉는 장면이 나온다. 참사 당시 내 심정이다.

시스템의 붕괴와 함께 종교도 기형적으로 변해 온 것 같다. 세월호 참사 이후 종교가 과연 연약한 사람들을 돌보고 아파하는 이들과 함께했나. 오히려 계속해서 교세 확장과 외적 성장에만 몰두하지 않았나.

- 미륵도에는 다양한 생명이 산다. 달팽이, 염소, 뱀 등의 모습을 카메라가 오랫동안 담는다.

죽음을 얘기하면서 생명을 얘기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은 미물이 아니라 섬에 사는 주인들이다. 노인이 그들을 대하는 태도는, 오늘날 인간이 생명을 대하는 태도와 다르다. 동등한 관계로 대한다. 달팽이에게 물을 따라 주는가 하면, 방에 뱀이 들어오면 손으로 집어 수풀에 놓아주기도 한다. 생명체를 대하는 방식이 낯설 수 있지만, 그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태도 아닐까.

오멸 감독은 세월호 참사 근원적 해결은 진상 규명에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 곧 있으면 세월호 참사 4주기다. 세월호 가족들은 여전히 진상 규명을 위해 싸우고 있다. 미륵도에 찾아온 세월호 희생자들이 섬을 떠나지 못하는 모습이, 오늘날 상황을 보여 주는 것 같다.

세월호 참사의 근원적인 해결은 명확한 진상 규명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지표로 우리 사회가 이뤄야 할 목표와 과제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다 끝나지 않았느냐며 피로감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되묻고 싶다. 본인이 겪은 일이라면 그렇게 말할 수 있겠느냐고. 사회가 이웃의 아픔을 끌어안고 위로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다면, 비극은 또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지슬: 끝나지 않는 세월2', '눈꺼풀'은 비슷한 주제를 다룬다. 사회적 아픔을 영화로 다루는 이유는.

그들의 아픔이 나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사회에서 가장 큰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 예술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함께 아파하고 싶었다.

영화를 찍으면서 너무 화가 났다. 대놓고 따지고 싶었다. 정치, 경제, 종교, 시민사회 등 모든 영역에 묻고 싶었다. 이게 나라냐고. 국가가 맞느냐고. 나를 포함해 우리 모두가 이런 시스템을 만든 공범이라고 외치고 싶었다. 그런 심정으로 영화를 찍었다. 세월호는 우리 모두 통렬하게 반성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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