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철을 맞아 교회가 공직선거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16년 20대 총선 당시 기독자유당 관계자들이 개표 현황을 지켜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부활절이 지나고 벚꽃이 만발하였습니다. 오늘도 주님의 은혜 가운데 승리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이번 지방선거에 자유한국당 구청장 후보로 출마를 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기도 부탁드립니다. OO교회 OOO 장로 올림."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서울 노원구 OO교회에 다니는 장 아무개 씨는 얼마 전 모르는 번호로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알고 보니 같은 교회에 다닌다는 A 장로였다. 대화 한 번 한 적 없는 장로에게 지지 요청 문자를 받으니 불쾌한 기분마저 들었다. 장 씨는 '내 번호는 어떻게 알고 문자를 보냈을까', '교회가 통으로 교인들 연락처를 넘기지 않았을까', '이런 문구는 선거법에 저촉되는 건 아닐까' 의구심이 생겼다.

장 씨는 4월 1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닌데, 같은 교회 다닌다는 이유 하나로 이런 문자를 받아야 하나 싶었다. 우리 교회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에) 관행적으로 벌어지는 것 같아서 제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6·13 지방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운동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주요 정당 예비후보는 본선 진출을 위해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휴대폰 문자메시지는 홍보를 위한 주요 수단 중 하나다. 지역과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하루에 2~3건의 메시지를 받기도 한다.

장 씨의 주장처럼, 교인을 상대로 한 선거운동은 문제가 없을까.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개인 연락처를 취득하는 것에 대한 별도의 규제는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연락처를 확보하는 건 후보자 몫이다. 다만 교회가 교인들 동의 없이 특정인에게 연락처를 넘겨줬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교회와 A 장로는 연락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A 장로는 1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교회가 교인 명부를 제공하면 안 된다. 상대 후보도 우리 교회 소속인데, 내가 이런 식으로 혜택을 받으면 난리 날 것이다. 교회는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A 장로는 1년 전부터 주위 사람 100여 명을 통해 개인 연락처를 수집했다고 밝혔다.

제보자 장 씨는 "어느 정도 오해는 풀렸지만, 선거철마다 이런 식으로 문자를 받는 게 달갑지 않은 건 사실이다. 교인이 선거에 동원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선거철, 교회 내 명함·문서·영상 배포 금지
특정인 지지·비방해선 안 돼
"선거법 위반 계속되면 교회에도 악영향"

지금은 덜한 편이지만, 선거철마다 교회가 유세장이 되던 시절도 있었다. 목사가 특정 후보를 지지·비방하는 설교를 하고, 후보자는 단상 앞에 나와 인사하고 예배당 출입구 앞에서 명함을 돌렸다. 법을 자세히 몰라 그랬다는 변명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최근 몇 년 사이 목사들이 선거법을 위반해 법적 제재를 받은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B 목사는 교회 인터넷 카페에 "이번에 OOO가 교육감 후보로 출마하였습니다. 위하여 관심과 기도를 부탁드립니다"고 알렸다가,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C 목사는 교인에게 문자메시지로 "우리 교회 신실한 일꾼 OOO 집사를 구의원으로 지지해 주십시오. 기호 7번임. OOO 목사"라고 했다가, 역시 유죄를 선고받았다.

D 목사는 선거 당시 특정 정당 유니폼을 입고 있는 후보를 교인들에게 소개했다가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E 목사는 예배 시간 특정 정당을 홍보하는 영상을 상영했다가 법원에서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았다.

F 목사는 예배 시간 "OOO 집사가 국회의원이 되면 국회의 좌익들을 막아 낼 수 있다"고 말했다가, 선관위에서 경고 조치를 받았다.

G 목사는 예비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 예배에 교인과 교역자를 참석하게 하고, 식사와 선물을 제공했다가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공직선거법에는 교회와 관련한 규정이 있다. 교회 내 직무상 행위를 이용하여 그 구성원에게 선거운동을 하거나, 선거운동을 하도록 하는 게 금지돼 있고(제85조 2항), 교회 내에서 명함 등 문서를 배포하는 행위가 금지돼 있으며(제93조), 후보자에게 헌금을 받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제122조). 쉽게 말해, 후보자는 예배당 안에서 선거운동을 하면 안 되고, 교회 구성원 역시 교회 활동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도와서도 안 된다.

선거철을 맞아 교회가 위법의 온상지가 되지 않으려면,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게 우선이다. <교회, 가이사의 법정에 서다>(뉴스앤조이) 저자 강문대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는 "의도와 상관없이 교회가 선거법을 계속 위반할 경우, 국민은 교회의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할 것이다. 동시에 교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도 많아질 것이다. 교회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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