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미국 윌로우크릭교회(Willow Creek Community Church) 설립자 빌 하이벨스(Bill Hybels) 목사가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지 한 달도 안 돼 조기 은퇴를 발표했다. 빌 하이벨스 목사는 2005년 <타임>이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복음주의자 12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가 세운 윌로우크릭교회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대형 교회 중 하나이다. 

시카고 지역 신문 <시카고 트리뷴>은 3월 23일, 4년 전 빌 하이벨스 목사의 성추행 의혹을 보고 받은 교회가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덮었다고 보도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하이벨스 목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 여성들을 인터뷰했다. 

문제가 제기되자 윌로우크릭교회는 반박 성명을 발표했다. 윌로우크릭 장로회 팸 오어(Pam Orr) 장로는 "교회가 자격 있는 변호사를 고용해 문제 제기한 부분을 조사했지만, 하이벨스 목사가 부적절하게 행동했다는 명확한 증거를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이벨스 목사 역시 교인들 앞에서 "지난 4년간 나와 가족, 교회를 향해 지속됐던 공격"이라며 "나를 향한 혐의는 거짓"이라고 말했다.

빌 하이벨스 목사는 4월 10일을 끝으로 42년간 이끌어 온 윌로우크릭교회 담임목사직에서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윌로우크릭 TV 갈무리

42년간 유명 대형 교회를 일군 빌 하이벨스 목사의 성추행 의혹은 그렇게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4월 2일 윌로우크릭교회에서 9년간 사역한 존 오트버그(John Ortberg) 목사가 자신의 블로그에 당시 경험담을 올리면서 의혹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오트버그 목사는 4년 전, 하이벨스 목사의 성추행 의혹을 접했을 때 장로회에 알렸지만 이후 진행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당시 조사 과정에서 피해 여성들이 나서기 힘든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오트버그 목사는 "여성들이 큰 용기를 내 피해 사실을 고발했지만 조사 과정이 부적절해 전혀 보호받지 못했고, 공정한 심리를 보장받지 못했다. 조사 과정의 독립성과 신뢰성에 의문을 갖고 나와 동료들은 교회를 떠났다"고 썼다.

오트버그 목사의 '양심선언' 약 일주일 뒤인 4월 10일(현지 시각), 하이벨스 목사는 '가족 모임'(Family Meetinig)이라 불리는 화요일 정기 모임에서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그는 교인들에게 "나는 2012년부터 65세가 되는 2018년 10월 사임할 것이라 밝혔고, 이를 위해 공동 목회자를 선정하는 등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10월 예정된 은퇴를 오늘 밤으로 앞당기겠다. 이 결정은 나 혼자 내린 것이지만, 윌로우크릭 장로회와 경영진도 만장일치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교인들 사이에서는 "노(No)"라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하이벨스 목사는 매년 열던 글로벌리더십서밋(GLS·Global Leadership Summit)에도 더 이상 관여 않겠다고 했다. GLS는 지역 교회 리더, 사회 각계각층 기독인 리더들이 모여 진행하는 컨퍼런스로 전 세계 1만 5000개 교회가 참가하는 대형 행사다.

하이벨스 목사는 이번 일을 기회로 하나님이 자신에게 뭘 원하는지 살펴보겠다고 했다. 그는 "카운셀러, 신뢰할 수 있는 친구들, 가족들에게 내 삶에 대해 솔직하게 말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 과정에서 내 삶에 대해 아주 작은 것부터 다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과정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며 여러분이 이를 위해 기도해 준다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을 향한 성추행 의혹은 부인했다. 하이벨스 목사는 "최근 나는 내가 하지 않은 일로 고발당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진짜 한 일 세 가지를 얘기하려 한다"며 교회에 사죄한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성추행 의혹이 공개되고 난 뒤 나는 몇 주간 화를 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대화하는 대신 방어적인 방법으로 대응한 점을 교회에 사과한다"고 말했다.

하이벨스 목사는 또 △특정 환경에서 소통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었고, 사람들이 그것을 불편하게 생각했음에도 이를 몰랐고 △피하는 게 현명할 법한 환경에서 피하지 않는 등 순진하고 지혜가 부족했다고 밝혔다.

윌로우크릭교회는 복음주의권 대형 교회 중 처음으로 여성 목회자를 '수석목사'로 선임했다. 헤더 라슨(Heather Larson) 목사가 교회 행정을, '주요설교목사' 스티브 카터(Steve Carter) 목사가 대부분 주일예배에서 설교한다. 하이벨스 목사가 4월 10일 밤 즉시 은퇴한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앞으로 윌로우크릭교회는 두 목사의 공동 목회 체제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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