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중학교 교목이 학생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목회자들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번에는 현직 중학교 교목이 학생들을 상대로 성희롱과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 노원구 ㅇ중학교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4월 8일 페이스북에, '성폭력 목사'를 고발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글을 쓴 학생은 ㅇ학교 교목 류 아무개 목사로부터 피해를 당한 학생만 10명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소속 류 목사는 2009년부터 ㅇ학교 교목으로 재직 중이다. 종교 수업을 가르치고, 채플을 인도해 왔다.

ㅇ학교 학생은 글에서 류 목사가 학생들 엉덩이를 만지고, 기타를 가르쳐 준다는 핑계로 팔과 다리를 쓰다듬었다고 했다. 누워 있는 여학생을 일으켜 세울 때 가슴을 잡았다고도 했다. 학생은 피해자가 여러 명인데도 류 목사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이 글에는 이틀 사이 7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과거 류 목사에게 비슷한 일을 당했다는 글도 있었다.

"수업 때마다 '오늘따라 피부가 더 하얗네'라며 변태같이 웃으면서 쳐다보고. 어느 날 몸 훑어보더니 '살 붙어 보기 좋다' 하고. 다른 애들 방과 후에 기타 수업하면서 다리 사이에 손 집어넣어 의자 잡아당기고 그랬음."

"우리 반 여자애 앉아 있는데 치마 짧다고 말하면서 굳이 몸 숙여 서랍 안에 뭐 있냐고 물어보고."

"맨날 종교 시간에 붕가붕가 거리면서 성적인 얘기 많이 하고."

"1학년 때 자기가 (내) 엉덩이 만져 놓고, '네 엉덩이가 내 손 강간했다' 하고."

"6년 전에도 그랬는데, 진짜 애들이 받은 모든 모욕감과 수치심 배로 돌려받아서 고통스러웠으면 좋겠다."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4월 10일 ㅇ학교를 찾았다. ㅇ학교는 기독교 사학 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건물 내부에 기독교 학교의 정체성을 알리는 '하나님', '할렐루야', '기독교 교육'과 같은 문구가 눈에 띄었다.

류 목사는 만날 수 없었다. ㅇ학교 관계자는 "(류 목사는) 이사회 결의에 따라 정확히 오늘(10일)부로 직무가 정지됐다"고 말했다. 이유를 묻는 말에 그는 "지난해 무기명으로 학생들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이 결과를 교육부에 보냈는데, (교육부가 류 목사를) 고발 조치했다.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상태"라고 했다. 류 목사는 강제 추행 혐의를 받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수사기관 조사 결과에 따라 류 목사 거취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학교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사안인데, 최근 소셜미디어에 글이 올라오면서 시끄러워졌다고 말했다.

류 목사 "부적절한 신체 접촉 없었다"

가해자로 지목된 류 목사는 성폭력 사실을 부인했다. 학교에서 직무 정지 처분을 받은 류 목사는 기도원에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직무 정지' 처분을 받은 류 목사는 기도원에 있다고 했다. 그는 4월 1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가 너무 억울한 상황에 처해 있다. 친절하게 대해 준 것뿐인데 소문이 이상하게 돌았다. 경찰 조사받을 때 (성추행한 적 없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했는데, 안 받아들여졌다. 나는 지금 거의 반죽음 상태"라고 말했다.

기타를 가르쳐 줄 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류 목사는 "10여 명을 동시에 가르쳤다. 2~3명씩 짝지어 하는데, 어떻게 내가 학생들 가슴과 엉덩이를 만지고, 허벅지를 쓰다듬을 수 있단 말인가. 손가락 위치를 조정해 주고 다리 자세를 잡아 준 적은 있어도, 그런 적은 없다"고 말했다.

류 목사는 "오늘 죽더라도 주님 앞에 죽으려, 변호사한테 맡기고 기도원에 기도하러 나왔다. 내가 딸자식만 셋인데,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겠는가. 요즘 중학생들 툭 건드리기만 해도 과민 반응하는데,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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