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청빙을 둘러싼 성지교회 분규가 그동안 교회 중직자 31명의 제명 출교와 교회재산의 총회 불법증여 등 갈수록 악화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성지교회는 주일마다 일부 당회원들과 교인총회측 교인들 간에 교회당 진입을 둘러싸고 치열한 몸싸움의 반복과 이로 인한 쌍방간의 고소가 이어지고 있으며 교회 주보도 양측이 발행하는 2종류가 등장해 이들의 대립이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가를 반증해 주고 있다.

성지교회 사태가 이렇게 파행으로 몸살을 앓게 된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 보면 한국교회의 구조적인 문제점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는 소위 교인들의 민주적인 의사 결정권이 철저히 무시되어진 것을 발견하게 된다.

부임당시 임시목사였던 박 목사의 시무기간 만료가 임박해질 무렵인 지난 2001년 2월 대부분의 교인들은 그동안 박 목사의 목회 스타일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당회에서는 의견이 통일되지 못한 채 오래동안 쌓여온 갈등이 박 목사의 위임에 대해 부정적 의견으로 응집되어 조금 우세한 형편(18명 중 11명)이었다.

위임을 희망하는 지금의 교인총회측에서 "교회의 주권과 모든 권리는 교인에게 있다는 헌법조항을 근거로 공동의회에서 결정하자"는 지극히 상식적인 주장을 폈으나 수적 우위를 점한 반대파 당회원들은 이미 교인들의 의사는 그다지 중요하게 인식하지 않고 이를 계속적으로 거부하게 된 것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 원인 되고 말았다.

현행 예장총회(합동) 헌법으로 볼 때 교인들은 공동의회 소집을 청원할 수 있으나 당회의 결의가 아니면 공동의회는 열릴 수 없는 법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래서 목회 현장에서는 '교인 1백명 보다도 장로 1명이 더 중요한 것이 장로교'라는 비민주적인 말이 나돌 정도이다.

지금 현재 교인총회측은 박목사 위임을 희망하는 문제를 포함하여 교회 기본권 수호를 위한 서명을 600여명 정도 받은 상태이다.

또한 교인총회측 이정호 장로는 '절대 다수의 교인들이 위임을 원하는 상황에서 노회 임원회가 이명온 지 5개월만에 무리하게 무임목사로 만들고 수습위원들도 다수 교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박 목사를 선교사로 파송하려고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고 또 '교회 선교위원회와 제직회의 결의없이 교회 재정인 선교비를 노회로 송금한 것은 불법적일뿐만 아니라 교인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며 순리와 상식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사태의 근본적인 발단은 오히려 전임목사(지금의 원로목사)가 제공한 측면이 없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전임 목회자의 처신이 좀더 신중했었어야 했다는 지적이 공감대를 얻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로는 처음 박 목사를 외국에서 청빙하면서 당회에서 임시목사로 청빙하느냐 아니면 위임목사로 청빙하느냐를 두고 당회원(장로)들 간에 의견이 9대9로 팽팽히 맞섰을 때 당시 임시 당회장이었던 황해영 원로목사가 임시목사로 청빙하자는 측에 1표를 던지면서 불씨를 잉태하게 된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원로목사는 제71회 총회(1986년)에서 '이중국적자의 국내 목회 제한을 해제한다'는 결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부임 6개월 후 '이중국적자는 노회 회원권을 줄 수 없다'고 하며 이 문제가 노회에서 거론되는 등 묘한 뉘앙스를 풍기기도 하였다.

하지만 황해영 목사는 대체로 외형적으로는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오히려 한 교인은 '성지교회에서 20년 넘게 목회한 전임자로서 사태 해결에 너무 편파적이고 미온적이다'라고 말하면서 '성지교회에 대한 애정이 과연 남아 있는지 묻고 싶다'고 실망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차제에 원로목사 제도의 손질이 필요하지는 않을까? 원로목사가 된다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그 교회와 명예적인 관계를 보전하는 것이므로 이는 목회현장에서의 은퇴뿐만 아니라 교권에서도 은퇴해야 명실공히 원로목사로서의 품위와 명예가 보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행 헌법처럼 정년 이전에 원로목사로 추대될 경우 여전히 노회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므로 성지교회처럼 은퇴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교회 당회장을 맡을 수도 있는 일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가운데 교인들의 주권이 철저히 무시된 충격적인 사건이 지난 6월 22일에 이뤄졌다. 이 날 밤 11시에 교인총회측 당회원들을 따돌리고 열린 임시당회(임시당회장 김성무)에서 공동의회를 거쳐야 하는 사안인 성지교회 재산을 총회유지재단에 증여하기로 편법, 결의하였다. 이 날 임시당회는 다음날 새벽 1시 30분에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에서나 볼 수 있는 불법적이고 편법적인 날치기 통과의 전형을 성지교회 임시당회가 보여 준 것이다.

이에 대해 대구 중노회장인 이희만 목사는 교인총회측의 항의를 받자 '성지교회 당회에서 요청이 왔기 때문에 노회는 경유할 수 밖에 없다'고 다소 궁색한 답변을 하다가 항의방문단의 '사고 당회에서 어떻게 교회재산을 총회유지재단에 증여할 수 있는가? 무효이다.'는 끈질긴 추궁(?) 끝에 '성지교회는 사고 당회임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것은 야밤에 열린 임시당회의 결정이 무효라는 답변과 다를 바 없는 언급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한편 반대파 당회와 노회측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교인총회측은 대구지방검찰청에 이 날밤 참석한 당회원들을 상대로 배임죄로 고소한 상태이다.

성지교회 사태를 취재하면서 '교회의 머리(주인)는 예수님이시다'라는 대전제도 '교회의 주권과 권리는 교인에게 있다'는 헌법적 규칙도 더 이상 아무 의미 없는 공허한 메아리일 수밖에 없음을 실감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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