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날. 4월 1일, 어스름한 새벽하늘 아래 세월호 가족과 기독교인 200여 명이 안산 합동 분향소에 모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교회는 부활절을 마냥 기뻐할 수 없게 됐다. 4년 전, 304명의 생명을 앗아 간 세월호 참사가 부활절을 며칠 앞두고 발생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충격과 참담한 심정으로 부활절을 맞아야 했다.

"한국교회는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해서 죽게 했던 세월호 선장이나 다를 바 없었습니다." 부활절 새벽 기도회에서 지성 엄마 안명미 씨가 말했다. 세월호 침몰 이후, 가족들은 정부에 책임자 처벌과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와 언론은 충격과 슬픔을 미처 추스르지도 못한 부모들을 "폭군으로, 몰상식한 가난한 유가족"으로 몰았다. 안 씨는 내 편이라고 생각했던 교회마저 등을 돌렸다고 했다.

"가족들은 그때 정말 도움이 절실했습니다. 교회는 제 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아는 교회는 언제나 의로운 일에 앞장섰으니까요. 지금 생각하면 순진했죠. 주님은 세상에 빛이 되라고 말씀하셨는데, 교회가 과연 빛이 됐습니까?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반대하는 집회에서 기독교인들이 찬양하고 설교하고 기도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같은 기독교인으로서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저는 교회 생활을 다시 되짚어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고 싶습니다. 한국교회가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말씀을 실천하길 소망합니다. 진정 이 세상에서 빛이 되길 부탁드립니다."

지성 엄마 안명미 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자신의 신앙생활을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기도회에서 설교를 맡은 이창갑 목사(서안산시온교회)는 세월호 참사가 한국교회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했다. 한국교회는 아파하는 이웃을 외면했고, 교계 지도자들은 권력자 눈치를 살피기 바빴으며, 고통과 죽음의 의미를 제멋대로 해석하고 왜곡하며 유가족들의 슬픔을 더욱 가중했다고 했다.

이 목사는 세월호 참사 앞에서 취해야 할 감정은 연민이 아닌 수치심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일으키게 만들거나 방조한, 불의한 사회적 구조에 예외 없이 가담해 있습니다. 이 사건에 책임을 통감하는 수치심이야말로 우리가 느껴야 할 감정입니다"고 말했다.

"한 유가족의 말씀처럼, 세월호를 침몰시킨 건 바로 교회입니다. 사회가 옳지 못한 길로 갈 때 옳은 목소리를 내야 할 교회가, 오히려 권세 잡은 자에게 순종하라는 성경 구절을 가지고 시민들 입을 막았습니다. 낮고 비천한 곳으로 오신 예수님을 이야기하지 않고 부당한 권세와 권력을 옹호해 왔습니다. 맛 잃은 소금이 세월호를 침몰에 이르게 한 것입니다."

이 목사는 이러한 자각 없이는 예수의 부활을 경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진정한 부활 신앙은, 생명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생명 운동'이라고 했다. 십자가 고난에 동참하는 것이고, 타인의 고통을 내 고통으로 맞이하는 것이라고 했다.

"예수 그리스도는 이 땅에서 가장 약하고 낮은 이들과 자신을 동일시했습니다. 오늘날 예수 그리스도는 참사에서 사랑하는 이를 잃고 슬픔에 잠긴 유가족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찾아오실 겁니다. 참사에서 살아남긴 했지만 그 고통을 고스란히 짊어지고 있는 생존자의 모습으로 찾아오십니다. 그들 곁에 함께하는 행동이, 진정한 부활 신앙을 가진 그리스도인의 자세입니다."

이창갑 목사는 교회가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통감하고 수치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참가자들은 기도회에서 부활한 예수를 높이는 찬송을 불렀다. 사망 권세와 어둠을 이기셨다는 노랫말이 안산 합동 분향소 앞에 울려퍼졌다. △세월호 참사의 온전한 진상 규명 △4·16생명안전공원 조성 △4·16재단 설립 △4월 16일 합동 영결식 이후 세월호 가족의 새 예배 공간 마련을 위해 기도했다.

참가자들은 세월호 가족을 위해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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