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2001년 10월 미국 현지에서 진행됐던 오정현 목사(사랑의교회) 편목 입학 시험 감독관이었던 김용남 목사가 "당시 시험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고 주장했다.

미국 LA에 거주하는 김용남 목사는 3월 29일, 국제전화로 <뉴스앤조이>에 "입학시험 당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말하겠다"며 연락해 왔다. <뉴스앤조이>는 지난해 3월, 김용남 목사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 잠깐 만난 적이 있었으나, 당시만 해도 그는 오정현 목사 편목 시험에 대해 일절 밝히지 않았다.

왜 17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모든 사실을 말하겠다는 걸까. 김용남 목사는 "최근 총신대 교수협의회가 잘못된 사실을 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터뷰는 3월 30일, 국제전화로 1시간 20분가량 진행했다.

김용남 목사는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시험 장소를 오정현 목사가 담임하던 남가주사랑의교회 당회실로 정한 것은 학교 측이었으며, 시험도 예정 시간보다 늦게 시행됐고, 감독관이었던 자신이 아니라 남가주사랑의교회 수석부목사가 시험지를 배부하고 답안지를 걷어 갔다고 했다. 자신은 그 부목사가 밀봉한 답안지를 건네받아 총신대학교로 보냈다고 진술했다.

오정현 목사가 2001년 미국 남가주사랑의교회에서 치른 '총신대 편목 입학시험'의 감독을 맡았던 김용남 목사가 이를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다음은 김용남 목사와의 일문일답.

- 먼저 본인이 누구인지 소개해 달라.

나는 1988년 총신대를 졸업하고 강도사 시험을 본 후 미국 유학을 왔다. 탈봇신학교와 풀러신학교에서 선교학을 공부했고, LA 충현선교교회, 주님의선교교회, 글로벌하베스트센터처치 등에서 목회했다. 곧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 오정현 목사의 시험 감독관은 어떻게 맡게 됐나. 미국에 있으면서 오정현 목사와 평소 교류가 있었나.

오정현 목사 동생과는 총신대 동기지만, 오정현 목사는 모르는 사이다. 오 목사는 한 번인가 한국 목사들의 미국 교회 탐방 세미나 때 만난 적이 있다. 그 외에는 마주치거나 교제할 기회가 없었다.

나는 당시 총신대 신대원 교무처장이던 김성태 교수와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 김성태 교수가 "신대원에서 후학을 가르치면 어떻겠느냐"고 몇 번 물어보기도 했다. 어느 날 김 교수가 내게 "임시교수 자격으로 시험 감독을 해 달라"고 연락이 왔다. 세 시간 정도 하는 데, 시간당 70달러인지 100달러인지를 준다고 했다. 200달러에서 300달러 사이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 총신대 교수협의회가 발표한 입장문을 보면 "김성태 교수가 당시 위탁받은 감독관이었던 미국의 김용남 목사와 통화한 바에 의하면, 김용남 목사가 팩스가 없었기 때문에 시험 장소를 남가주사랑의교회로 정했고, 정한 시간에 교무처 직원이 남가주사랑의교회 팩스로 시험문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나온다.

이 내용 때문에 내가 17년 전 상황을 말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김성태 교수가 그저께(27일) 아침 7시쯤 나에게 전화를 했다. 1시간 30분 통화했다. 그가 "왜 (남가주사랑의교회) 사무실로 갔느냐"고 묻더라. 그래서 "당신이 '5시까지 가라. (남가주)사랑의교회 당회장실 가서 시험을 봐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당시 총신대에서는 오전 9시에 시험을 시작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16시간 시차가 나는 LA는 오후 5시가 된다 -기자 주)

또 김성태 교수가 "팩스가 없지 않았느냐"고 몇 번 물어보더라. 당시 내 사무실에도 팩스가 있었다. 교수협의회가 나와 관련한 입장을 내기로 했으면 내게도 알려 줬어야지. "김용남 목사 사무실에 팩스가 없어서 남가주사랑의교회에서 시험을 봤다"니. 그게 괘씸한 거다.

- 시험은 어떻게 진행됐나.

당시 "시험지는 어떻게 오느냐"고 물으니 "남가주사랑의교회 팩스로 시험지를 보낼 것"이라 하더라. 장소와 시험 방법을 서울에서 다 정해 준 것이다. 한국에서 시험문제 나가는 시간에 똑같이 팩스로 보내 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시험은 5시에 시작하지도 않았다. 교회에 가니 오정현 목사가 장로들과 회의를 하고 있더라. 회의실이 바깥에서도 다 보이는 구조였다. 속으로 '재밌는 친구네. 공부 안 하고 당회를 하나'라고 생각했다. 오 목사가 5시 30분쯤 당회장실에 들어와서 그 이후에 시험이 시작한 것 같다.

- 5시에 문제지가 온다고 하지 않았나.

김성태 교수는 애초 당회장실에 가 있으면 내 앞으로 5시에 맞춰 팩스가 올 것이라고 했다. 그럼 내가 문제지와 답안지 받아서 확인하고 오정현 목사를 줘야 할 거 아닌가. 그런데 5시 30분이 되도록 아무도 나에게 뭐라고 얘기해 주지 않았다.

당시 박성규 목사(부전교회)가 남가주사랑의교회 수석부목사였다. 그가 5시 30분이 지나서 문제지를 들고 들어왔다. 나는 그때 '이거 짜고 치는 고스톱이구나' 생각했다. 문제지가 감독관이 아닌 다른 사람을 통해 들어온 거다.

시험이 끝났을 때도 그랬다(총신대는 당시 시험을 3과목을 총 3시간에 걸쳐 봤다. -기자 주). 1교시가 끝날 때마다 답안지를 나에게 줘야 하는데, 박성규 목사가 답안지를 들고 나갔다. 박 목사는 시험 도중에도 교회 문제로 상의할 게 있다면서 서너 번 당회장실에 들어오고 그랬다.

당시 팩스로 미국에 송부된 것으로 알려진 시험문제. 문서 상단에서 총신대학교가 보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 감독관으로서 박성규 목사를 제지하거나 답안지를 달라고는 하지 않았나.

애초에 약속대로 된 게 없었다. 총신대와 약속한 시험 시간도 늦어졌고, 문제지와 답안지도 바로 오정현 목사에게로 갔다. 그래서 나는 (오정현 목사와) 서울(총신대)이 그렇게 얘기가 된 줄로 알았다. 박성규 목사가 "아, 이러기로 했습니다"라면서 답안지를 들고 나갔다. 박 목사가 "특별히 보고할 게 있다"고 들어와도, 설마 부정행위를 할까 싶어서 별 제재를 하지는 않았다.

- 시험은 언제 끝났나.

내 기억이 맞으면 9시쯤 끝났을 거다. 오정현 목사가 저녁 먹으러 가자고 하더라. 박성규 목사와 셋이서 먹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 오 목사가 당회장실에서 편입 시험 본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밥 먹기 전에 답안지 세 개가 담긴 노란 봉투를 주더라. 열어 보지 않고 바로 집에 가져가 다음 날 국제우편으로 총신대에 보냈다.

- 답안지가 우편이 아니라 팩스로 전송됐다는 말도 있던데.

총신대에서 언제까지 보내라는 얘기는 없었다. 노란 봉투를 그냥 UPS(미국 우편 회사)에서 보냈던 거 같다. 보통 UPS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직항편으로 보내지 않아서 시간이 좀 더 걸린다. 3일 정도 걸렸을 것이다. 하루 이틀 걸리는 특송으로 보내려 했다면 (특급 우편) 전용 봉투를 썼을 것이다. 김성태 교수에게 "에어메일 보냈다"고 연락도 해 줬다.

그런데 김성태 교수가 엊그제 전화해서는 "팩스로 답안지를 보내지 않았느냐"고 두세 번 묻더라. 그래서 내가 약속한 대로 UPS로 보냈다고 했다. 남가주사랑의교회가 따로 팩스로 보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 총신대 재단이사회가 오정현 목사 편목 과정을 조사하고 있다. 이사회 측에서 이 사안에 대해 물어본 적 있나.

한 번도 없다. 김영우 총장도 풀러신학교에서 잠깐 공부했기 때문에 누군지는 안다. 그러나 관계자들이 연락해 온 적은 없다.

- 왜 17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이 사실을 말하는 건가.

그날 시험을 감독한 후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먼저 한국적 관점에서, 목사가 남의 흠을 얘기하는 사람은 아니다. 허물과 죄를 덮고 좋은 얘기만 하는 사람이라는 부담이 있었다. 또 시험 감독을 부탁했던 김성태 교수와의 인간적 관계를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 이 일을 발설하면 김 교수가 다칠 거라고 생각했다.

세 번째는 오정현 목사 문제가 너무 시끄럽기 때문이었다. 오 목사 문제로 한국교회가 10년간 시끄러웠는데 내가 숟가락 하나 더 얹는다고 무슨 영향이 있겠는가. 나는 정치 문제에 발을 들이기 싫었다. 내가 오정현 목사 시험 감독한 거 아는 사람들은, 나에게 수차례 인터뷰를 요구하고 정보를 알아내려 했다. 그러나 나는 "시험 감독하고 저녁 한 그릇 먹었네"라는 말 외에는 한 적이 없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큰 부담이었다.

오정현 목사는 예장합동 목사가 되기 위해 총신대 편목 과정을 수료했고, 이후 사랑의교회 2대 담임목사로 취임할 수 있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김성태 교수 "팩스 있었다는 말은 거짓,
부정행위 있었다면 왜 지금 말하나"
사랑의교회 "유연한 시험이었다는 점 입증"

<뉴스앤조이>는 김용남 목사 주장에 대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김성태 교수와 박성규 목사, 사랑의교회 측에 연락했다.

김성태 교수는 김용남 목사 주장을 강하게 부인했다. 김 교수는 3월 3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팩스가 있었다는 김용남 목사의 주장은 거짓말이다. 거짓에 대해서는 분명히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용남 목사가 내게 '팩스가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 2001년 당시 김용남 목사는 유학생이었다. 유학생이 팩스를 갖고 있기는 어렵다. 만일 자신에게 팩스가 있었다면 '어디서 하자'고 제안했어야 한다. 그러지 않았으니 남가주사랑의교회에서 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시험이 제대로 치러지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런 게 있었다면 당시 바로 총신대에 보고했어야 했다. 그렇게 했다면 분명히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감독관이 그런 일을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김 교수는 김용남 목사를 풀러신학교에서 공부하며 만났고 믿고 맡길 만한 사람이라 감독관을 제안한 것인데, 왜 이제 와서 이런 주장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사랑의교회 관계자 역시 "김용남 목사가 시험을 감독해야 하는 건데, 이제 와서 시험이 잘못됐다고 문제 삼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김용남 목사의 진술은, 오정현 목사를 대상으로 한 편목 시험 자체가 유연한 것이었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시험 질문 자체가 지식수준을 검증하려는 것이 아니라 신앙에 대한 의견 등을 묻는 취지였다. 합격 무효 처분 무효 확인소송 1심에서 재판부 또한 '편목 입학시험은 유연하게 적용할 만한 사안에 해당한다'고 봤다"고 했다. 엄격한 절차를 필요로 하는 학위 과정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감독관 대신 시험지를 배부하고 답안지를 수거했다는 박성규 목사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뉴스앤조이>는 박 목사에게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그는 답변하지 않았다.

박성규 목사는 기사가 나간 후 30일 오후 6시 30분경,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왔다. 그는 김용남 목사의 주장은 상당 부분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남가주사랑의교회 팩스는 오정현 목사 집무실에 딸린 목회비서실에 있었다. 나는 문제지와 답안지를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 목회비서가 팩스를 받아 김용남 목사에게 전달하는 것을 봤다"고 했다. 

시험 도중, 당회실로 들어와 오정현 목사와 대화를 나눈 적도 없다고 했다. 그는 "오정현 목사 집무실은 밖에서 들여다볼 수 있도록 창이 나 있어서 바깥에서만 봤지 안에 들어간 적은 없다"고 말했다. 

시험 시작 시간이 30분 이상 늦어졌는지에 대해서는 "당시 당회록을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실 김용남 목사도 17년 전 일을 얼마나 정확하게 기억할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고 말했다.

(2018년 3월 30일 19시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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