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3월 26일 개헌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사진 출처 청와대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전문이 3월 22일 공개됐다. 전문前文과 11장 137조 및 부칙으로 구성된 개헌안은 대통령 권한을 분산하는 대신 국민의 기본권·생명권·노동권·안전권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요 내용으로는 △대통령 4년 연임제 △지방분권 국가 지향 △토지 공개념 명시 △선거 연령 18세 이상 명시 △동일노동동일임금 등이 있다.

1987년 9차 개헌 이후 31년 만에 개헌안을 발의할 예정이지만, 국회 동의가 없으면 개헌은 이뤄질 수 없다. 문 대통령은 개헌안을 26일 발의할 예정이다.

강원돈 "민중이 광범위하게 참여해야"
박경신 "개헌보다 민법·형법 개정부터"
장서연 "소수자 외면한 개헌안"

대통령의 개헌안 전문이 공개된 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이홍정 총무)는 서울 종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촛불 혁명의 완성, 삶을 바꾸는 개헌' 시국 토론회를 열었다. 교회협 정의·평화위원회와 언론위원회는 "10차 개헌은 인권이 보장되고 모든 이가 차별 없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나라로 나아가야 한다"며 "참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헌법이 담아야 할 기본 가치를 깊이 성찰하고, 신앙적으로 응답하고자 시국 토론회를 준비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강원돈 교수(한신대)가 발제하고, 박경신 교수(고려대), 최형묵 목사(천안살림교회), 장서연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김춘효 외래교수(외국어대)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들은 문 대통령의 개헌안에 대해, 쌍수 들고 환영할 일이 아니라 찬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한민국 헌법 개정 논의에 관련된 신학적 제언'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한 강원돈 교수는 '촛불 혁명' 이야기부터 꺼냈다. 탄핵 정국 당시 거리로 나온 시민 1700만 명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규탄했다. 이와 함께 노동·교육·문화·인권 문제 등을 바로잡아 달라고 외쳤다. 강 교수는 "헌법 개정은 우리 시대 최대 과제가 됐다. 민중이 광범위하게 참여해 개헌의 방향과 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정부와 국회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특히 사상의 자유, 표현의자유, 집회의자유 등 자율권적인 기본 원리를 국가가 아예 침해할 수 없는 권리로 선언해야 한다. 동시에 사람은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는다는 내용을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학자 박경신 교수도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혔다. 개헌을 통한 작업은 민법·형법을 고치는 일보다 힘든 작업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개헌하려면 국회 2/3 동의가 필요하고, 국민투표도 해야 한다. 매우 소모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개헌 자체도 좋지만, 차라리 국민의 삶을 제약하는 법을 고치거나 법을 새로 만드는 게 더 나을 수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가령 사실을 말해도 처벌받는 명예훼손죄나 국회에서 계류 중인 차별금지법 등이 그렇다. 개헌이 아니더라도 국회 동의만 얻으면 해결 가능한 법이 많다. 개헌이 정말 필요한지 살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소수자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 이번 문 대통령의 개헌안은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개헌안에는 기존의 차별 금지 요소인 '성별, 종교, 사회적 신분'에 '장애·연령·인종·지역' 등이 추가됐다. 장서연 변호사는 "한국 최고 규범으로서 가치를 담는데 편협한 측면이 있다. 국회헌법자문위의 개헌안 차별 금지 사유에는 '성적 지향'이 들어가 있는데, 대통령 개헌안에는 없다. (헌법에)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명시하는 게 세계적 추세다. 가장 차별받는 집단의 차별 해소를 위해 헌법에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개헌안 기본권을 보면 헌법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했다. 다만 직업의 자유, 재산권 보장, 교육권, 국가 안보와 관련한 주체는 '국민'으로 한정했다. 장 변호사는 "이주 노동자 100만 명의 경우 '국민'을 우선하는 헌법 앞에서 배제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소수자가 집단에 대한 폭력과 혐오로부터 안전할 권리가 필요한데도 안전권에는 이러한 내용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교회협이 주최한 시국 토론회에서는 개헌도 좋지만, 시민사회의 여론을 좀 더 수렴했으면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토지 몰수, 고려 연방제 주장 
대응 가치 없어"

문재인 대통령이 전문에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토지 공개념을 명시한 것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악성 루머가 떠돌기도 했다. 특히 극우 개신교인들 사인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토지를 몰수하고, 고려 연방제를 실시하려 한다는 근거 없는 내용이 확산되기도 했다.

박경신 교수는 이에 대해 "토지 공개념을 토지 몰수라고 주장하는 건 '욕설'이라고 보면 된다.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있나 싶다. 지방자치제가 연방제다? 독일·캐나다·호주도 이런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패널들은 개헌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성급하게 진행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장서연 변호사는 "30년 만의 개헌인데, 소수자 인권 관점에서 풍부한 논의가 됐으면 한다. 문재인 정부가 (소수자 문제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최형묵 목사는 "국민적 참여도 없이, 선한 통치자라고 너무 의존하는 게 아닌가 싶다. 시민사회와 국민이 개헌에 관심을 갖는 게 필요하다. 성급하게 가기보다 사회적으로 충분한 논의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춘효 외래교수는 "드라이브 걸 때 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6월 안에 개헌을 처리해,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물꼬를 터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내놓았다.

박경신 교수는 극우 개신교가 주장하는 '토지 몰수', '고려연방제'에 대해 대응할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장서연 변호사는 문 대통령의 개헌안은 사회적 약자 입장에서 봤을 때 아쉬운 점도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교회협은 이날 토론에서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개헌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기로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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