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락교회가 둘로 쪼개진 채 1년째 갈등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김기동 목사가 1969년 개척한 서울성락침례교회(성락교회)는 재적 교인 수만 명에 이르는 대형 교회다. 귀신론(귀신이 불신자의 사후 존재라는 주장 - 기자 주) 등의 이유로 김 목사는 기독교한국침례회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합동에서 이단으로 규정됐지만, 성락교회는 보란 듯이 성장했다.

그 배경에는 김기동 목사의 카리스마와 베뢰아 사상으로 똘똘 뭉친 교인들이 있었다. 베뢰아 사상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 누구에게나 예수 이름의 표적이 따르며 사도적 권능을 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기동 목사가 주창해 온 사상이다.

44년간 성락교회를 이끌어 온 김기동 목사는 2013년 1월, 아들 김성현 목사를 감독으로 세우고 자신은 원로감독이 됐다. 부자 세습을 이룬 교회는 안정을 도모했지만, 4년도 안 돼 잡음이 일었다.

2017년 3월 12일 김기동 목사는 "김성현 목사가 내 말을 듣지 않는다. 내가 그를 후임 감독으로 임명했으니, 감독직도 해임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세습한 지 4년 만에 자기 손으로 세습을 철회한 것이다. 김성현 목사는 순순히 물러났다. 그는 "사임을 권고한 원로감독님의 뜻을 따르겠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김성현 목사가 추진해 온 '이단 특별사면'이 해임의 발단이 됐다고 봤다. 예장통합은 2016년 9월, 김기동 목사를 포함해 변승우 목사(사랑하는교회), 고 박윤식 목사(평강제일교회), 이명범 목사(레마선교회)를 특별사면하려 했다. 그러나 교단 안팎에서 거센 반발이 일었고, 결국 특별사면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일로 성락교회 안에서 김성현 목사 입지가 좁아졌다. 김성현 목사의 자질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교회 내부에서 꾸준히 제기됐고, 김기동 목사는 사임이라는 강수를 뒀다. 하지만 이것이 성락교회가 내홍에 휩싸인 결정적 이유는 아니었다. 비슷한 시기, 김기동 목사의 성폭력 의혹이 제기되며 교회는 격랑으로 빠져들었다.

윤 아무개 교수, 'X파일' 폭로
"김기동 목사 성폭력 피해자 100명"
김 목사 측, 명예훼손 고소
검찰, '무혐의' 처분

교개협 소속 교인들이 김기동 목사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교개협

김성현 목사가 사임하기 직전 2017년 1월 초. 성락교회 일부 교인 사이에서 '밧세바-X파일'(X파일) 이야기가 떠돌기 시작했다. X파일에는 김기동 목사가 여교인 수십 명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X파일을 만든 이는 베뢰아국제대학원대학교 윤 아무개 교수로, 30년간 성락교회에 몸담은 인물이었다.

윤 교수는 김기동 목사에게 성폭력을 당한 이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자료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부터 X파일을 공개할 생각은 없었다. 윤 교수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김기동 목사 측에 먼저 문서를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보고를 받은 김기동 목사가 설교에서 윤 교수 자신을 '사탄'이라고 비난했다고 했다. 김 목사의 태도를 본 윤 교수는 X파일을 공개하기로 마음먹었다.

윤 교수는 2017년 3월 8일, 교인 25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김기동) 어르신은 성폭행, 혼인 빙자, 간음, 성추행 다 합쳐서 100건이 넘는다. 1970년대부터 2010년 이후까지도 있다"고 주장했다. 3월 25일 각 예배당 대표 40여 명이 모인 성락부천교회에서 "시무언(김기동 목사의 호)의 성적 타락에 대한 모든 것들만, 일부러 초점이 흔들리지 않게 20여 명에 대해 모은 게 X파일이다. 여기에 이름이 오르지 않은 피해자와 추행당한 사람만 100명이 훨씬 넘는다"고 말했다.

성락교회 교인을 상대로 한 윤 교수의 폭로는 계속됐고, 교회는 발칵 뒤집혔다. 김기동 목사 측은 '음해'라고 주장했다. X파일에 나오는 내용은 2001년경 '성락교회바로세우기협의회'(성바협)가 제기한 것으로,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당시 성락교회 탈퇴자들로 구성된 성바협은, 김기동 목사 안수 문제와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김기동 목사 측은 윤 교수가 강연에서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그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X파일에 등장하는 내용을 하나하나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교수의 불기소처분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X파일에 등장하는 주OO은 김기동 목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사실에 대해 1시간 5분 분량의 피해 진술을 직접 증언했다. 진정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3년도 여신도 사건 피해자 이OO은 김기동 목사가 본인의 허벅지를 만지는 강제 추행을 당한 사실이 있다고 했다."
"박OO은 김기동 목사로부터 성적 수치심을 당했다는 사실 확인서를 제출했다."
"최OO 목사는 본인의 가족이 김기동 목사로부터 피해를 당했다고 말했다. 누나의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가 김기동 목사에게 찾아가 직접 따졌다. 당시 김기동 목사는 '잘못했다.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 냈다고 했다."

검찰은 피해자들 주장을 종합한 결과, 윤 교수가 X파일 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김기동 목사는 성락교회 최고직위에 있는 공인으로 볼 만한 사정이 있고, 발언의 내용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28일 "명예훼손의 범의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윤 교수를 불기소처분했다.

'성락교회교회개혁협의회' 출범
배임·횡령으로 부자 목사 고발
아들에게 빌딩 증여 문제로 재판 중

분쟁이 시작된 후 김기동 목사 측은 '신천지는 물러가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성폭력 의혹만 있는 게 아니다. X파일 파동과 함께 출범한 '성락교회교회개혁협의회'(교개협)는 올해 3월 김기동 목사 일가 재정 비리 의혹도 제기했다. 이들은 현재 김기동 목사를 지지하는 세력보다 많은 교인 6000명이 교개협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교개협에서 활동 중인 김 아무개 목사는 "30년 가까이 교회에 다녔는데, 사무처리회(교인 총회)가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연히 예·결산 보고도 이뤄지지 않았고, 대다수 교역자와 교인은 재정 상태를 알지 못한다고 했다.

재정 의혹을 제기할 수 있었던 데는 교회 사무처 교인들 도움이 컸다. 그동안 김기동 목사는 교회에서 사례비를 받지 않는다고 교인들에게 말해 왔다. 그러나 사무처에서 일한 교인들은 김기동 목사가 매달 사례비를 받아 왔다며 교개협에 자료를 제공했다. 교개협은 자료를 근거로 1994년부터 2016년까지 김 목사가 매달 5400만 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2000년 이전 성락교회 연 예산이 540억 정도 됐다며 전체 예산의 1%가 김 목사 사례비로 책정됐다고 했다.

사례비 의혹이 터지자 김기동 목사는 해명에 나섰다. 그는 2017년 4월 2일 주보 목회 서신에서 "사례비를 안 받았다고 한 것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한다. 사례를 한 푼도 안 받았다는 말의 의미는 '목회비'를 공금으로 생각해 왔다는 뜻에서 한 말이다. 목회비는 교인들 경조사, 구제, 교회 건축비 등 공적으로만 쓰고, 사적으로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자신이 받은 건 '사례비'가 아니라 공적 용도를 위한 '목회비'라는 것이다.

김기동 목사가 교회를 상대로 '이자 놀이'를 했다는 의혹도 있다. 교개협에 따르면, 김 목사는 2003년 5월부터 2017년 3월까지 교회에 60억 원을 빌려주고, 연 7.2% 이자를 받았다. 매달 3600만 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교개협은 "시중에서 7.2%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데도, 고율의 이자를 책정해 교회에 금전적 손실을 끼쳤다"고 했다.

교회 명의로 된 빌딩을 아들 김성현 목사에게 넘긴 사실도 드러났다. 성락교회는 1988년 부산에 있는 한 빌딩을 사들였다. 당시 수익 사업을 하기 위해 등기명의는 김기동 목사 이름으로 했다. 이후 매달 임대 수익금 1200만 원이 교회 통장으로 들어왔다.

김기동 목사는 2007년경 빌딩을 아들 김성현 목사에게 증여했다. 교개협은 "증여 이후 매달 교회로 들어오던 1200만 원이 김성현 목사 통장으로 입금됐다. 이 돈은 김성현 목사가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5억 정도 된다"며 횡령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교개협은 김기동·김성현 부자 목사와 서 아무개 전 사무처장을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부산 빌딩 증여 건만 문제가 있다고 보고, 세 사람 중 김기동 목사만 불구속 기소했다. 올해 1월과 3월 공판 준비 기일이 있었지만, 김기동 목사는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김 목사는 대형 로펌을 고용했다. 담당 변호사만 12명에 이른다.

상황에 따라서는 부자 목사가 동시에 재판을 받을 수도 있어 보인다. 서울고등검찰청은 올해 3월 15일, 남부지검이 무혐의 처리한 나머지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에 대해 재기 수사를 지시했다.

김기동 목사 측은 교개협의 소송에 불순한 의도가 깔려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목사 측 한 관계자는 "교개협은 교회 재산을 소유하고, 자신들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음해를 벌이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X파일과 재정 의혹 등을 무분별하게 제기하고 있다. 실체가 드러난 사안은 하나도 없다. 교개협이 김기동 목사님 직무 집행 정지 가처분까지 제기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가져간 것 없으니, 하나님도 찾지 못해"
김성현 목사는 '감독보'로 복귀
교개협 설립 1년 "관심 가져 달라"

김기동 목사 측은 성폭력, 재정 전횡 의혹을 부인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지난해 3월 해임된 김성현 목사는 올해 1월 감독보로 복귀했다. 김기동 목사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배임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된 김기동 목사는 올해 1월 13일 교인들에게 입장을 밝혔다. 그는 오히려 "검찰에서 6개월 이상 조사해도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내가 가져간 게 없으니 하나님도 찾지 못할 것이다. 목사를 의심하지 말라 내가 무엇을 탐하겠느냐"고 했다.

이날 김기동 목사는 김성현 목사를 다시 교회로 불러들였다. 김성현 목사는 감독이 아닌 '감독보'로 재취임했다. 김기동 목사는 감독보가 감독을 대신하는 부목사라고 했다. 그는 "행정·재정·관리·인사 모든 걸 맡길 것이다. 나는 앞으로 기도와 말씀만 전하겠다. (김성현 목사가) 변했다고 확신한다. 여러분이 혹시 걱정해도 이제 나를 믿고 지지해 달라"고 했다.

둘로 쪼개진 성락교회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교개협은 적극적인 언론 제보를 통해 김기동 목사와 관련한 의혹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이미 SBS '그것이알고싶다'와 JTBC뉴스룸 등 중앙 언론에서 성락교회 사건을 다뤘다. 청와대 게시판에 김기동 목사에 대한 조사와 처벌을 청원하는 글도 올렸다. 청원 마감일은 4월 15일로, 현재(3월 21일 기준)까지 2800여 명이 참여했다. 매주 김기동 목사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도 벌이고 있다. 3월 25일 일요일, 성락교회 개혁 1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도 개최한다.

교개협 김 아무개 목사는 "기성 교회가 우리 교회 문제에 관심을 가져 주길 부탁한다. 세습, 재정 전횡 등 모든 문제가 집결해 있는 게 성락교회다. 한국교회 문제의 축소판이다. 교회가 안정화하면 6000여 교인과 함께 열심히 신앙생활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 신길동 성락교회 전경. 성락교회 지역 예배당은 40개가 넘는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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