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이사들이 경찰에 '감금' 신고를 하고 교정을 빠져나가려 하자 학생들이 막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경비 용역 업체 직원들을 대동하고 총신대 종합관에 진입했던 재단이사들이 주일예배를 앞두고 학교를 떠나려 하지만, 학생들이나 동료 재단이사회 목회자들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박재선 재단이사장은 "철수시켜 달라"는 박노섭 목사(삼광교회)의 요청도 묵살했다.

박노섭 목사는 3시 전부터 학교를 빠져나가려 했다. "주일이라 교회 가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학생들도 "우리는 사역지 없고 교인들 없는 줄 아느냐. 우리도 교회 가야 한다"고 맞섰다. 이에 박 목사가 "다 같이 교회 가면 되지 않느냐"고 되묻고, 학생들은 "용역을 빼 줘야 갈 수 있지 않느냐"고 되받는 상황이 반복됐다. 박노섭 목사가 "나에게 그럴 권한이 없다"고 하면 "그럼 왜 앞세워서 왔느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학생들은 재단이사들과 세 시간 넘게 입씨름했다.

총신대 재단이사 박노섭 목사와 김남웅 목사(우리교회)는 학생들이 계속 막아서자, 경찰에 '감금' 신고를 하고 빠져나가려 했다. 흥분한 학생들이 교정을 따라 걸으며 그냥 가서는 안 된다고 외쳤다.

이 와중에 한 학생이 잠시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일이 발생했다. 구급차가 와서 학생을 실어 갔으며 박노섭 목사와 김남웅 목사는 학생들과 계속해서 대치했다.

고용 책임자가 누군지 알려달라는 질문과, 책임자에게 용역 철수를 요청해 달라는 질문에 박노섭 목사는 "나는 그럴 권한이 없다. 누군지 알려줄 수 없다. 남 피해 주는 일은 못 한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총신대 학생들은 "우리도 주일 지켜야 한다. 목사님만 교회 다니느냐. 학생들 생각한다면 어떻게 용역 놔두고 혼자 나갈 수 있느냐"면서 재단이사들이 남아 있어야 한다고 외쳤다.

대치가 길어지자 박노섭 목사는 6시 20분, 재단이사장 박재선 목사에게 전화를 걸어 "10분 내로 용역을 철수시켜 달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 재단이사직을 사퇴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6시 30분이 넘어서도 용역은 철수하지 않았다. <뉴스앤조이>는 6시 30분부터 서로 다른 세 개의 전화로 박재선 재단이사장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전원이 꺼져 있다"는 메시지만 되돌아왔다.

박노섭 목사는 재단이사회에 배신감을 느낀다며 서운한 감정을 토로했다. 박 목사는 학생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사퇴 의사를 밝혔고, 사퇴서는 월요일이 되는 대로 법인국에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 학생들이 대치를 풀면서 박 목사는 7시께 차량에 탑승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박노섭 목사는 떠나면서 "주 동원자는 밝힐 수 없다. 그러나 나는 끝까지 용역 동원에 반대했다"고 말했다. 용역 동원에 대해 재단이사회 내 논의가 있었고, 결정은 '윗선'에서 이뤄졌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오전 7시 20분 현재 총신대 교정에는 또 다른 재단이사 김남웅 목사가 남아 학생들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김 목사도 자신에게 용역을 철수시킬 권한은 없다면서 버티고 있는 상태다.

동료 목사의 'SOS'마저 외면한 재단이사회는 경비 용역 업체를 철수시킬 의사가 없어 보인다. 용역은 월요일까지 배치 신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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