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1980년 3월 28일 <동아일보> '김 총신대 학장 사퇴, 정원 외 입학 등 학생들이 규탄'이라는 제목의 기사에는 이런 내용이 실렸다.

"총신대학 김희보 학장이 학생들의 퇴임 요구를 받아들여 28일 재단이사회(이사장 백남조)에 사표를 제출, 재단 측은 이를 수리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정원 외 입학 허용과 경영 난맥 등을 들어 학장실을 점거하고 교내 기물을 부수는 등 소란을 벌이며 등교를 거부해 온 학생들은 오는 31일까지 등록을 모두 마치고 등교키로 했다. 학생들은 정원 외 무더기 입학 허용과 재단 경영 난맥 등에 항의, 학장 및 재단이사 등의 퇴진을 요구하며 지난 18일부터 무기한 등교를 거부한 채 문교부 등 관계 당국에 학원 감사를 해 줄 것을 진정했었다."

38년 전 총신대 학생들은 수업을 거부하고 학교를 점거해 총장을 몰아냈다. 2018년 현재 총신대는 학내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메인 건물 3동 중 2동(종합관·신관)이 폐쇄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학생들은 김영우 총장이 물러나지 않을 경우, 운동장과 제2종합관까지 폐쇄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김영우 총장은 그만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김 총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학교 인근 모처에서 보직교수들과 직원들의 결재 서류를 받으며 직무를 수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신대 보직교수는 "김영우 총장은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누가 끌어낸다고 해서 물러날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김영우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교육부 '임시이사 파견' 부정적
박경양 목사 "정부 개입 어려워
학생 대다수 수업 거부해야"

학생들은 교육부가 학내 문제에 개입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시위 중인 학생들은 사당·양지캠퍼스에서 '임시이사 파견 청원서' 서명운동을 벌였고, 교육부 앞 1인 시위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3월 16일 여의도에서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주최 세미나에 참석해 지원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날 학생들은 한 국회의원보좌관과 별도로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가 개입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교육부는 3월 12일, 총신대 한 학생이 제기한 국민신문고 민원에 대해 답변을 보내왔다. 임시이사 파견 가능성을 묻는 민원에, 교육부는 부정적 입장을 내놓았다.

교육부는 "헌법 31조에 따라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보장되며, 사립학교법 제16조에 따라 총장 선임과 정관 변경은 이사회 고유 권한"이라고 답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전계헌 총회장)과 총신대 간 관계를 교육부에서 강제로 조정할 수 있는 법적 권한도 없다고 했다.

재단이사회 입장도 교육부 답변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재단이사는 "임시이사는 이사회가 비위 등으로 제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때 교육부가 파견하는 것이다. 우리가 비리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교체될 이유가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학교가 학내 사태를 겪고 있지만, 재단이사회는 자체적으로 고유 권한을 잘 수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교육부 파송 임시이사로 2006년 동덕여자대학교 이사장직무대행을 지낸 박경양 목사(평화의교회·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공동회장)는 3월 14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임시이사는 교육부가 학교의 경영권을 가져오는 것이므로,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임시이사가 파송되려면, 실질적으로 학생 대다수가 수업을 거부해야 한다"고 했다.

박 목사는 "학사 진행의 핵심은 수업이다. 수업이 진행되지 않으면 교육부가 실태 조사를 나온다. 이후 학교에 학사를 정상화하라고 두세 차례 경고장을 보내게 되고, 그래도 정상화하지 않으면 임원 승인을 취소하는 등의 조치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일단 수업이 진행된다고 하면, 일부 학생이 농성한다 해도 교육부에서 문제로 보지 않는다. 또 강의실을 폐쇄한다 해도, 감신대 사례처럼 교회를 빌려서 수업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대다수 학생이 수업을 거부해야 한다. 임시이사 파송을 원한다면 그게 가장 빠른 길"이라고 말했다.

총신대 학교 측도 이런 사정을 잘 알기에, 어떻게든 수업을 진행하려고 운동장에 천막을 설치해 강의실을 만들었다. 악천후로 수업에 지장이 생겨도 강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만규 교무입학팀장은 "어떻게든 수업을 진행하지 않으면 안 되기에 고육책으로 천막을 설치했다"고 했다. 총신대는 다음 주간에도 야외 수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총신대 한 학생이 국회 교문위와 사립대학총장협의회가 주관한 세미나에 참석해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비대위

보직교수들 "총회장, 총장, 이사장이 해결해야"
전계헌 총회장 "강경해야 대화도 가능"

총신대 사정을 잘 아는 교단 목회자들은 "위에서 풀어야 한다"는 말을 반복한다. 전계헌 총회장과 김영우 총장, 박재선 재단이사장이 만나 '대타협'을 이루지 않는 한 언제까지고 대립이 격화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전계헌 총회장은 3월 17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총신대 해법은 대화와 대타협"이라면서도 "역설적으로, 서로가 강경한 상태여야 대화도 순조로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도 싸우고 나면 화해하고 친해지지 않는가. 정반합의 원리대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총회장은 현재 총신대 측과는 접촉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당장 만나고 싶지만, 의도치 않은 숱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신대 내부 구성원들은 김영우 총장이 총회장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김영우 총장 측근으로 구성돼 있는 보직교수들까지도 3월 2일 "총장께서는 총회장과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하셔서 조속히 학교 정상화를 실현해 주시기를 요청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보직교수들로 구성된 총신대 교무위원회는 16일 한층 더 강도 높은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총회장·재단이사장과 총장은 현 총신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3월 23일까지 해결책을 제시하고 속히 수습해 달라"고 했다. 3월 22일 재단이사회가 예정돼 있으니, 이사회에서 해결 방안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교무위원회가 '디데이'까지 제시하며 해결책을 요구한 것은 이례적인 처사다.

<뉴스앤조이>는 박재선 재단이사장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역시 <뉴스앤조이>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있는 김영우 총장은 15일 한 언론에 "정관 개정과 총장직 사퇴 건은 총장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 이사회 소관"이라고만 말했다.

총신대 교무위원들이 16일 김영우 총장과 재단이사회의 결단을 요구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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