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해서 왔습니다. 교회에서 공동의회 열어, 교인 75%가 담임목사는 사임해야 한다고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목사는 설교하면서 '나를 따르는 교인 한 명만 있어도 이 교회에 남겠다'고 했습니다. 노회에 기소도 했고 노회장이 목사에게 사임하라고 했는데도, 목사는 버티는 중입니다. 요즘은 '내가 교회에 뭐하러 가지. 교회가 있을 이유가 있을까'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뉴스앤조이-하민지 기자]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공동대표 박종운·방인성·윤경아)가 개최한 '교인은 목사를 해임할 수 없는가' 포럼에 참석한 한 교인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한 절박함이 느껴졌지만, 문제를 풀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담임목사 한 사람 잘못으로 교회가 엉망이 되는 경우가 계속돼 왔다. <뉴스앤조이>가 18년째 교회 분쟁을 보도하고 있지만, 그 사례는 결코 줄지 않는다. '목사를 해임할 수 없을까'라는 질문은 다소 과격해 보이지만 냉혹하게 현실적이다. 개혁연대는 오래된 질문에 대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3월 15일 서울 합정동 100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에서 포럼을 열었다.

왼쪽부터 구권효 편집국장, 백종국 교수.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발제를 맡은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이사장 백종국 교수(경상대 정치외교학)는 개혁교회 정신에 따라 "교인은 목사를 해임할 권리가 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백 교수는 지금 한국교회 목회자가 사제주의화했다며, 이는 종교개혁 정신과 정반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종국 교수는 2003년 <바벨론에 사로잡힌 교회>(뉴스앤조이)를 펴내며, 민주적 의사 결정 구조를 골자로 한 '모범 정관' 제정 운동을 벌여 왔다. 그는 "목회자들이 민주주의는 교회와 맞지 않다며, 교회는 '신본주의'라고 말한다. 용어 자체가 잘못됐다. 민주주의 반대말은 독재고, 신본주의 반대말은 인본주의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논리로 목사가 교회 내 권한을 독차지했다"고 비판했다.

다른 발제자 정재훈 변호사(기독법률가회)는 담임목사 해임의 법적 절차를 따졌다. 현재 대부분 교단법상 목사는 개교회가 아닌 상회 소속이다. 목사를 해임하려면 상회에서 권징 재판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는 쉽지 않다. 당회부터 제직회, 공동의회까지 소집과 사회 권한이 담임목사에게 있기 때문이다.

사회 법 도움을 받을 수는 있다. 교인들이 법원에 공동의회(교인 총회) 소집을 청구해 공동의회를 연 다음 목사를 해임하는 것이다. 이후 담임목사 지위(부존재) 확인소송으로 담임목사 해임을 법적으로 결정지을 수 있다. 교단법에 저촉한다면, 교단을 탈퇴한 후 교인 총회를 열어 목사 해임 결의를 하면 된다.

그러나 목사 해임은 교회법으로나 사회 법으로나 지난한 과정이다. 정 변호사는 "사법적 해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그 과정에서 교회는 만신창이가 된다. 사법적인 판단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대부분 분쟁 중심에 담임목사가 있는 현실 때문에, 교회는 두 편으로 갈라지는 것이 다반사다. 교단, 지교회, 교인들 모두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백종국 교수, 오세택 목사, 정재훈 변호사.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백종국 교수와 정재훈 변호사 발제 후 토론이 이어졌다. 두 발제자와 오세택 목사(두레교회), 구권효 편집국장(<뉴스앤조이>)이 토론에 참여했다.

오세택 목사가 담임하는 두레교회는 모범 정관을 도입해 목회자 임기제를 만들었다. 임기가 끝나면 교인들에게 재신임을 묻는다. 교인 2/3 이상이 목사 임기 연장에 찬성해야 계속 목회할 수 있다. 오 목사는 임기제 혹은 신임제가 교회 분쟁을 막고, 교인과 목사 모두를 보호하는 제도라고 했다.

"목사에게 불만 가지는 교인 많다. 불만이 교회 분쟁으로 치달을 경우, 상처받는 사람은 교인이다. 교인 사이에서 패가 나뉘는 등 손해가 일어난다. 임기제·신임제를 도입하면 목사에게 불만 가지고 있는 교인도 신임 물을 때까지 기다린다. 목사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확인할 수 있으니 목사도 긴장하고 교인들도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최근 우리 교단 한 교회에서, 장로들이 목사 없이 당회를 개최해 목사를 사임시키기로 결정했다. 목사가 헌금 많이 하는 장로의 태도를 몇 번 지적했다는 이유다. 임기제·신임제가 있으면 목사들도 보호받을 수 있다. 정해진 기간까지 임기를 보장받고, 임기 끝날 때 신임을 물으니 장로 몇 명이 담합해 목사를 쫓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백종국 교수도 이에 동의했다. 백 교수는 목회자 임기제를 명시한 모범 정관이 교회 분쟁을 막고 민주적 교회를 만들 수 있는 장치라고 했다. 모호하고 목사에게만 유리한 각 교단법 대신 모범 정관을 채택하는 교회가 늘어난다면, 진정한 종교개혁 정신을 공유하는 '교회의 일치'를 노려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분쟁을 겪고 있는 교회 중 제대로 된 정관을 구비한 교회는 거의 없다. 일단 갈등이 시작되면 정관을 정비하기가 힘들다. 담임목사가 자신에게 불리한 조항을 넣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구권효 편집국장은 "교회 분쟁은 대부분 담임목사 때문에 일어난다. 그런데 교회 내에서 의사를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도 담임목사다"고 말했다.

교회 정관과 교단법이 되레 목사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되는 현실도 지적했다. 그는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는 재정 장부를 교인 3/100이 동의해야 열람할 수 있게 정관을 개정했다. 사회 법정에서 교단법보다 개교회 정관을 우선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목사 권한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관을 개정하고 있다. 예장합동은 몇 년째 헌법전면개정위원회를 가동하는데, 매번 목사 권한을 강화하는 쪽으로 개정안이 나온다. 이런 일을 하는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다 목사이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했다.

담임목사 한 사람 때문에 교회가 망가지는 현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교단이 좀 더 전향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정재훈 변호사는 담임목사 청빙을 승인하는 것은 노회 권한으로, 담임목사 해임은 지교회 권한으로 분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교단이 일정 부분 권한을 양보하고 교회에 그 권한을 위임하지 않으면, 교단과 교회가 공멸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구권효 편집국장은 "오랜 분쟁 중에 교회를 떠날 수도, 아니면 남아서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 볼 수도 있다. 둘 다 의미 있는 행동이라고 본다. 다만 교회를 떠나거나 분립한 다음, 혹은 목사를 해임한 다음 교회를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또 다른 목회자에게 의존하지 말고, 교인들이 자기 권리를 알고 이를 관철할 수 있는 교회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택 목사는 목회자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회 분쟁 90% 이상은 목사 때문이다. 목사가 성경적 관점에서 자기 자신을 성찰하고 반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목사가 왜 교회 재정을 주무르는가. 성경에 그렇게 나와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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