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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입양은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한 거네요"
[인터뷰] <너라는 우주를 만나>(IVP) 저자 김경아 씨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8.03.10 10:20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입양 기관 복지사 선생님이 희은이를 안고 나타나자 온 세계가 아이를 비추는 것 같았다. 선생님 품에 안겨 새근새근 자고 있는 아이는 하나의 "우주"였다. 모든 사람이 아이의 숨소리에 귀 기울였다. 아직은 말도 할 줄 모르고 혼자 몸도 가눌 수 없는 아기지만, 엄연히 "자기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 자기만의 빛깔, 자기만의 아픔과 기쁨"을 품고 있었다. 김경아 씨는 조용히 희은이를 끌어안았다.

김경아 씨는 2004년 희은이를 입양했다. 어느 날, 남편이 셋째를 갖고 싶다고 말했을 때, 김 씨는 철없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육아가 장난인 줄 아나. 아이들이 저절로 자란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더군다나 두 딸을 출산한 후로 고질적인 류머티즘관절염이 심해져 더 이상 출산이 어려운 상태였다. 김 씨가 계속 흘려듣자 남편이 다시 말했다. "그렇다면 입양은 어때?"

김 씨는 희은이에게 입양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입양은 가족이 되는 또 다른 방법이었기에 숨길 일도 부끄러운 일도 아니었다. 어린이집에서 성교육을 받고 온 희은이가 자기도 엄마 배 속에서 나온 거냐고 물었을 때, 김 씨는 드디어 올 날이 왔다고 생각했다. "모든 아이는 엄마 배에서 태어나지. 그런데 희은이를 낳아 주신 엄마, 아빠는 희은이를 돌볼 수 없었대. 그래서 우리가 희은이의 새로운 가족이 되었어. 그걸 '입양'이라고 불러."

희은이는 한때 모든 아이가 입양이라는 방법을 통해 '태어난다'고 잘못 이해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입양'이 무엇인지 경험으로 알고 있다. "즐거운 시간을 많이 보내고 추억을 나누는"(희은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쓴 글) 좋은 가족을 얻는 일이라는 것을.

김경아 씨는 최근 희은이의 입양기를 담은 책 <너라는 우주를 만나>(IVP)를 펴냈다. 희은이를 키우면서 들었던 생각, 희은이와 나눈 대화 등을 그때그때 적어 두었다가 책으로 엮었다. 3월 7일, 김경아 씨를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입양을 결심한 계기와 희은이를 만난 뒤로 변화한 그의 삶을 들을 수 있었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가 있다. 시인의 표현처럼 '사람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희은이는 자기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 자기만의 빛깔, 자기만의 아픔과 기쁨을 가지고 우리 집에 왔다. 희은이라는 우주가 입양을 통해 우리에게 찾아왔다. 바라건대, 희은이를 포함한 세 딸 가운데 '바람'으로 존재하며 늘 '환대'하는 부모로 살고 싶다." (<너라는 우주를 만나>, 13쪽)

이해할 수 없는 제자의 죽음
셋째 입양하기로 결심
한 해 요보호 아동 수 4592명

<너라는 우주를 만나> / 김경아 지음 / IVP 펴냄 / 208쪽 / 1만 2000원 

셋째를 갖고 싶다는 남편의 투정은 무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남편이 '입양'이라는 말을 꺼냈을 때, 계속 외면할 수 없었다. 대학생 때 기독교 동아리에서 입양을 고민한 적이 있었다. 동아리 선배들은 기독교인의 사회 책임을 강조했다. 기독교인이라면 돌봄이 필요한 아이를 마땅히 책임져야 하지 않을까. 친구 중 한 명이 입양 부모가 되면 다른 친구들이 양육비를 보조하자는 말을 서로 진지하게 나누기도 했다.

막상 현실적으로 고려해 보니 입양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입양이 필요한 일이라는 사실은 잘 알았지만, 제게는 제가 입양을 하지 않아도 되는 정당한 이유가 차고 넘쳤어요." 그는 책에서 이렇게 썼다.

"나보다 돈도 많고 건강하고 성품도 좋은 사람이 보육원의 아이들을 입양하는 게 좋지 않을까? (중략) 나는 환자야. 이미 두 아이를 키우고 있잖아. 외벌이로 두 아이 키우기도 쉽지 않고, 선교 단체에서 일하는 남편 월급으로는 턱도 없어. 입양은 필요한 일이지만 우리에게는 무리야." (36~37쪽)

몇 날 며칠 고민하던 중,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선교 단체에서 가르쳤던 친한 제자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병원 침상에 누워 있는 그를 보며 김 씨는 '삶이 참 허무하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소중한 누군가를 잃은 그날, 새로운 생명을 받아들이는 결정을 내렸다.

"사고로 목숨을 잃은 후배를 보면서 입양을 결심했어요. 그 아이의 모습을 보며, 살고 죽는 건 별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 때문에 저는 그렇게 마음 졸이고 밤을 지새우며 고민했던지…. 어차피 한 번만 사는 인생인데, 살면서 한 아이의 부모가 되어 주는 것만큼 내 인생에 값진 일이 없겠구나 생각했죠."

절차는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됐다. 입양 기관을 방문해 신청서를 작성하고 상담을 받았다. 입양 기관 직원은 김 씨 부부에게 각각 어떤 성장 과정을 거쳤고, 어떤 환경에서 지내고 있는지, 왜 입양하려고 하는지 상세하게 물었다. 기관을 방문하고 한 달 후, 태어난 지 30일도 안 된 희은이를 만날 수 있었다(입양특례법이 개정되어 지금은 법원의 허가를 거쳐야 한다 – 기자 주).

(사진 왼쪽부터) 아빠 김종호, 막내 희은, 엄마 김경아, 둘째 희수, 첫째 희연. 사진 제공 김경아

김 씨는 입양 기관을 처음 방문했을 때 오랫동안 입양을 놓고 고민했던 것을 후회했다. 그날 담당자는 입양 기관이 운영하던 일시 보호소를 보여 줬는데, 그곳에는 신생아부터 유아까지 수십 명이 생활하고 있었다.

"일시 보호소는 부모가 사정이 있어 아이를 돌볼 수 없을 때 단기간 아이들을 보호해 주는 곳이에요. 지금은 대다수 기관이 외부인 출입을 엄격히 금하고 있지만, 그때 당시에는 입양 신청을 하러 온 이들에게 내부를 보여 주기도 했어요.

입양하려는 부모보다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2016년 기준으로 요보호 아동이 4592명이라고 해요. 오랫동안 따지고 재고 계산했던 게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했어요. 지금도 그때 경험이 기억에 강하게 남아 있어요. 책에도 썼는데, 그때 같이 갔던 11살 큰딸은 보호소에서 나오자마자 눈물을 쏟았어요."

"일시 보호소 방문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는 적막이 감돌았다. 애정을 갈구하던 아이들의 눈빛이 자꾸만 떠올랐다. 천하보다 귀한 생명들인데, 한 명 한 명 너무나 예쁜데…. 무거운 침묵을 가장 먼저 깬 건 첫째였다. '나는 커서 다섯 명 입양할 거야!' 큰딸은 이렇게 말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내 눈에도 그렁그렁 눈물이 고였다." (40쪽)

비밀 아닌 '공개 입양' 선택
딸 질문에 솔직히 대답하려 노력

김경아 씨는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입양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희은이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언젠가 자신의 출생을 물으면 아는 만큼 솔직하게, 자연스럽게 얘기하리라 다짐했다. 지금도 한국 사회에는 비밀 입양이 공개 입양보다 많지만, 김 씨는 입양을 비밀로 하는 건 불가능할 뿐더러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고 생각했다.

"비밀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교회나 선교 단체 사람들도 모두 아는데 어떻게 숨겨요. 결정적으로 두 딸에게 거짓말을 해야 하잖아요. 비밀을 유지하려면 너무 큰 에너지가 들어요. 저마다 사정이 있긴 하겠지만, 저는 차라리 그 에너지를 입양을 잘 알리는 데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행히 앞서 공개 입양을 선택한 부모들이 후배 부모를 위해 남긴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한국입양홍보회 홈페이지에는 공개 입양 가정의 생생한 경험담이 실려 있었다. 아이가 몇 살 때 어떤 질문을 했는지, 부모는 어떤 대답을 해 줬는지, 아이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등 교재로 삼을 만한 이야기가 넘쳤다.

아이에게 입양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정립해 주는 건 중요한 일이었다. 가끔 당혹스런 질문을 받아도 김 씨는 최대한 솔직하게 말하려고 애썼다. 책에는 희은이와 김 씨가 입양을 놓고 나눈 대화가 자주 등장한다. 아래는 희은이가 7세 때 엄마와 나눈 문답이다.

희은이 / 자기가 낳은 아기를 남한테 주면 얼마나 슬플까요?
김경아 / 그래, 얼마나 슬플까, 많이 슬플 것 같아…. 그렇게 슬픈데 낳아 준 엄마는 희은이를 왜 입양 보냈을까?
희은이 / 음….
김경아 / 엄마 생각에는, 낳아 준 엄마가 희은이를 사랑해서 가장 좋은 선택을 한 걸 거야. 희은이가 더 많이 사랑 받으라고.
희은이 / 내 생일을 (낳아 준) 엄마가 기억할까요?
김경아 / 희은아, 희은이 생일에 낳아 준 엄마도 당연히 희은이 생각을 하실 거야. 자기가 낳은 아기는 절대 잊을 수 없거든.
희은이 / (큰딸이 희은이에게 "그래서 너도 슬퍼?"라고 묻자) 아니, 난 그냥 궁금할 뿐이야. (한참 후) 엄마, 입양은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한 거네요.
김경아 / 왜 그렇게 생각해?
희은이 / 낳아 준 엄마는 자기 아이를 보내서 슬프지만 우리는 입양 때문에 기쁘잖아요. (87쪽)

희은이는 자신이 입양됐다는 사실을 학교 친한 친구에게만 알리고 모두에게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영락없이 소문이 퍼지면, 아이들은 별별 질문을 쏟아 냈다.

"아이들이 희은이에게 다양한 질문을 많이 했어요. '엄마가 너를 사랑해 주냐', '너 진짜 아무렇지도 않냐', '낳아 준 엄마랑 살고 싶지 않냐' 등. 하지만 그럴 때마다 희은이는 의연하게 대응해요. 오히려 질문한 아이들이 민망해할 정도예요. 이런 과정을 거치며 희은이는 입양이 알려져도 자신에게 불이익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아가 입양을 적극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힘을 기른 거 같아요."

입양 모르는 사람들
편견과 차별 재생산
많은 입양 부모, 전문 강사로 활동

김경아 씨(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세 딸들. 사진 제공 김경아

김경아 씨는 현재 한 연구소 소속의 전문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입양과 이성 교제, 성을 주제로 강의한다. 그는 사람들이 입양 가정을 가까이에서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입양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편견과 차별을 재생산한다고 말했다.

강의에서 만난 사람들은 김 씨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고칠 수 있었다. 입양 가정이나 비입양 가정이나, 입양아나 비입양아나 사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김 씨처럼 많은 입양 부모가 입양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하기 위해 전문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 입양 문제는 생각보다 복잡해요. 가끔 입양 가정에서 아동 학대 범죄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입양 자체를 죄악시해요. 입양을 원가정 파괴이며 아동의 선택권을 무시한 아동 학대라고도 하죠.

2012년 법이 개정되면서 현재는 정부가 입양 과정을 관리·감독하고 있어요. 기관이 엄격하게 심사해서 아이를 정말로 사랑하고 건강하게 양육할 수 있는 가정에 입양을 허락하거든요. 이전에는 국가가 전혀 책임지지 않았어요. 입양을 민간에 완전히 일임해 버렸거든요. 국가가 책임지고 돌봐야 할 아이들을 방기한 거죠. 한국은 앞으로 그 후유증을 심각하게 겪을 거예요. 지금도 입양인이 성인이 된 후 친생부모를 찾으려 해도, 당시 기록이 허위로 작성돼 있거나 남아 있지 않아 못 찾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요."

김경아 씨는 가끔씩 입양과 관련한 현안을 생각하면 무력감을 느낀다고 했다. 자신은 희은이 한 명을 입양했을 뿐이다. 해외 입양 문제, 요보호 아동 증가, 미혼모·부 문제, 퇴소 청소년 지원 부족 등 복잡하게 엉킨 실타래는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할 수 있는 일은 끝까지 해 보려고 해요. 입양 부모로 오래 살아 봤잖아요. 부모가 자녀를 시설에 보내는 일이 사라지고, 입양 가정이 편견 때문에 상처받는 일이 없어지기 위해서라면, 체력이 허락하는 대로 강의와 상담 활동을 계속할 생각이에요."

고유한 개성과 인격 가진 아이들
"입양은 헌신·희생 아냐
하나님나라 통로"

김경아 씨는 입양을 둘러싼 편견을 깨뜨리기 위해 강의·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희은이는 올해로 중학교 2학년이다. "북한이 한국에 쳐들어오지 못하는 이유가 '중2' 때문이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세상 무서울 게 없는 나이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고민도 많다. 특히 '양궁 특기생'인 희은이는 요즘 운동을 계속할지 고민이다. 김경아 씨는 부모로서 아이에게 어떤 조언이 장래에 유익할지 고민할 때가 많다고 했다.

"아이를 셋이나 키우고 있지만 육아는 여전히 어려운 영역이에요. 자신할 수 없어요. 첫째에게 통했던 방식이 둘째·셋째에게 안 통할 때가 많아요. 아이들은 저마다 고유의 개성과 인격이 있기 때문에, 꼭 이렇게 키워야 한다는 정답이 없는 것 같아요. 그냥 뚜벅뚜벅 하루하루 함께 살아가는 거죠. 한 가지 확신하는 것은, 희은이가 앞으로 어떤 일을 겪더라도 가족 없이 그 일을 겪는 것보다 가족과 함께 겪는 것이 낫다는 거예요."

세심하고 조심성이 많은 아이였던 희은이가 지금은 능글맞고 씩씩한 사춘기 소녀로 자랐다. 그러는 사이 김경아 씨 부부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초창기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역시 입양아니까'라는 말이 안 나오게 잘 키우려 했던 욕심도 이제는 사라졌다.

"처음에는 주변 시선이 신경 쓰였어요.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이 컸죠. 그때는 저희 부부가 희은이에게 가정을 제공해 준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저희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어요. 오히려 고마워할 사람은 저였더라고요. 희은이가 오면서 우리 가정이 더 풍요롭고 행복해졌으니까요. 경계를 허물고 사랑할 때 누릴 수 있는 하나님나라를 희은이가 경험하게 해 줬어요.

이전에 저는 입양 전도사로 살았어요. 입양은 모든 기독교인의 의무라고 외치고 다녔죠. 지금은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기독교인들에 꼭 전하고 싶은 게 있다면, '천국은 침노하는 이들의 것'이라는 말씀이 정말 맞다는 거예요. 입양은 헌신과 희생이 아니에요. 하나님나라를 경험하는 통로예요. 침노해서 용기 있게 쟁취하는 이들에게만 허락되는 것과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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