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을 겪은 김원철 목사는 재발 방지를 위해 통일 운동에 뛰어들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해상에서 천안함이 침몰했다. 이 사고로 장병 40명이 죽고, 6명이 실종됐다. 실종자 중에는 김원철 목사(여의도순복음소하교회)의 조카 손자도 있었다. 황망한 소식을 접한 김 목사는 한동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로부터 6개월 뒤 "천안함 침몰은 북한의 소행"이라는 정부 발표가 나왔다. 김 목사는 조카 손자 장례식을 치르면서 한 가지를 결심했다.

'제2의 천안함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작은 일이라도 해 보자.'

아끼던 조카 손자를 잃었지만, 북한을 향한 적개심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한반도에 반목과 갈등보다 화해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김 목사는 절차를 밟아 2014년 3월 (사)한반도평화통일재단(이영훈 총재)을 세웠다. 무력·흡수 통일이 아닌 화해와 협력을 통해 궁극적으로 평화통일을 이루자는 기치를 내걸었다. 한반도평화통일재단은 매주 월요일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회를 해 오고 있다.

김원철 목사는 최근 한반도에 화해 무드가 조성되고 있어 마냥 반갑기만 하다. 3월 7일 여의도순복음소하교회에서 만난 김 목사는, 가장 먼저 "남북 관계가 잘 풀려서 다행이다. 문재인 정부가 잘해 낼 거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3월 4일 주일예배 설교에 앞서, 교인들에게 "대북특사를 보내는 걸 보니까 4월 중 남북 정상회담이, 5월 중 북미 대화가 이뤄질 것 같다. 이후에는 금강산 관광도 재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 예상은 적중했다. 그는 4월 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게 돼 기쁘다고 했다.

김원철 목사는 여의도순복음교회 부목사와 오산리기도원장을 지냈다. 현재 한반도평화통일재단 이사장과 여의도순복음소하교회 담임목사를 맡고 있다. 초대형 순복음 교회 소속인데다가 천안함 사고로 조카 손자까지 잃은 만큼, 정치적으로 보수일 줄 알았다. 김 목사는 "나는 11시(좌)도 아니고, 1시(우)도 아니다. 나는 12시(중도)다"고 웃으며 말했다.

"천안함,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안 돼
자유한국당, 나라 위한다면 재조사해야"

김 목사의 조카 손자는 천안함 침몰 당시 실종됐다. 사진 출처 민·군합동조사단

올해는 천안함 침몰 8주기가 되는 해다. 장병 46명 목숨을 앗아 간 안타까운 사건은 지금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민·군합동조사단은 2010년 9월 "천안함은 북한에서 제조한 감응 어뢰의 강력한 수중 폭발에 의해 선체가 절단돼 침몰했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조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온다.

어쨌든 정부의 결론은 천안함 사건의 주범이 북한이라는 것이다. 김원철 목사도 한때 그렇게 믿었지만, 지금은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김 목사는 "지금도 '어뢰 때문이다', '잠수함과 충돌했다', '좌초했다'는 등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유족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기회에 진실을 밝혔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천안함 사건은 어느 사안보다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데, 특정 정당이 천안함을 의도적으로 이용한다고 지적했다. 김 목사가 말한 정당은 자유한국당이다. 자유한국당은 2월 24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방남을 막기 위해 파주 통일대교를 점거한 채 농성을 벌였다.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천안함 폭침 주범 김영철 방한 철회하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일부 천안함 유족도 김영철 부위원장 방남을 반대하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김원철 목사는 천안함 사건이 정쟁에 이용되는 게 안타까웠다. 그는 조카에게, 정치에 휘말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우리 교회에도 탈북자들이 있다. 군, 보위부 출신에 김일성대학을 나온 이들이 있다. 그들에게 김영철이 천안함 폭침 주범인지 물었다. 한결같이 하는 이야기가 '북한을 몰라서 하는 이야기다. 북한에는 주범이 없다. 오로지 당의 명령을 따를 뿐'이라고 했다. 심지어 이 사람들도 북한이 천안함을 피격했는지 모른다고 했다.

과연 그 정당 의원들이 천안함 유족과 국가를 생각해서 대교에 드러누웠을까. 천안함을 이용해서 자신들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게 아닐까. 나는 그 정당이 정말로 유족과 나라를 생각한다면, 도로를 점거하는 것보다 사건의 진상을 재조사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려 연방제', '토지 몰수' 주장은 "상식 이하"
"MB, 장로라서 지지했는데 지금은 후회"

김 목사는, 현 정부가 어렵게 탄생했다며 기도로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최근 보수 개신교인 사이에서는 개헌 관련 유언비어가 확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고려 연방제를 실시하고 토지를 몰수하려 한다는 것이다. 김원철 목사는 "말도 안 되는 상식 이하의 소리다. 정말 그렇다면 이 땅의 학생·노동자·지성인·군인이 가만히 있겠는가.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안타깝게도 상식 이하의 주장에 들썩이는 개신교인이 적지 않다. 수만 명이 참가한 삼일절 구국 기도회는 '아무 말 대잔치'였다. 김 목사는 "목회자로서 안타깝다. 기도회가 아니라 현 정부를 깨부수려는 시위처럼 보였다. 어렵게 탄생한 정부가 잘될 수 있게 기도해 주지는 못할망정 '빨갱이 정부'라고 매도나 하고, 여기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지지했던 개신교인들이 두 대통령의 몰락을 지켜보며 큰 충격을 받았고, 그에 따른 반발심으로 문재인 정부를 비난·왜곡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김 목사도 한때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고 고백했다.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당선되기 전 교회에 초청해 간증하게 한 적도 있다. 그러나 갈수록 터져 나오는 각종 비리 의혹을 지켜보면서 지지를 철회했다.

"아직도 예수가 아니라 이명박·박근혜가 중심인 교인도 있다. 탄핵 정국 당시 '멀쩡한 사람을 잡아 가뒀겠느냐'고 말하니까, 예배 도중 나간 교인도 있었다. 전직 대통령의 죄를 언급하는 걸 아주 싫어하더라. 얼마 전 MBC PD수첩이 MB 때문에 포스코가 2000억 원 손해를 입었다고 보도했다. 교회 장로여서 밀어줬는데 후회스럽다."

김원철 목사는 현 정부가 대북 관계를 잘 풀어 나가면, 사회와 교회에 만연한 반공 사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정부가 잘 노력해 평화 분위기가 지속되면 남북의 왕래가 지속될 것이다. 서로에 대한 오해가 풀리게 될 거고, 반공 사상도 줄어들 걸로 본다. 개인적으로 지금 한반도에 감도는 평화의 기운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셨다고 믿는다. 그러니 이제 좌와 우를 떠나, 색깔론에서 벗어나,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제대로 기도해 보자."

한반도평화통일재단은 한반도의 화해와 협력, 평화통일을 추구한다. 한반도평화통일재단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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