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총신대학교 학내 사태, 단순히 '정권 교체'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총신대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에서 가장 차별받는 존재를 꼽으라면 단연 '여성'이다. 여성 안수를 허용하지 않는 교단에서, '여성이 신학을 한다'는 이유로 차별을 겪어 온 총신대 신대원 여동문회가 학생들을 지지하기 위해 3월 5일 학교를 방문했다.

여동문회는 종합관 앞에서 김영우 총장과 재단이사들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김 총장 개인 비리와 정관 변경, 용역 동원과 학생에 대한 폭언‧폭행으로 얼룩진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모두 물러나라고 했다. 여동문회는 "총신을 지금 바로 세우지 못하면 더욱 세상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총신대학교 여동문회가 총신대 학생들을 지지 방문했다. 이들은 김영우 총장과 재단이사들 전원 사퇴를 촉구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여동문회 박유미 회장은, 총신을 '바로 세우는 것'의 의미를 조금 더 자세히 설명했다. 박유미 회장은 성명서 발표 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총장이 물러간다 하더라도 여성에 대해 닫혀 있고 차별적 시선, 남성 우월적 시각이 유지된다면 개혁은 아무 의미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신대 신대원 출신 박유미 회장과 강호숙 박사는 '여성 안수를 주장한다'는 이유로 2016년 학교 강의에서 배제됐다. 강의가 갑자기 없어진 이유가 두 사람이 여성 안수를 주장했기 때문이라는 증언과 정황이 있었고, 해고가 부당하다는 노동 당국의 판결까지 나왔지만, 김영우 총장은 "나는 시간강사의 일까지는 잘 모른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박 회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본인이 원하는 바를 꼭 해야 하는 제왕적 모습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많은 여성 학생이 종합관을 지키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자, 박유미 회장은 "이번 기회에 여성을 '돕는 자'가 아닌 '동역자'로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 회장은 "사회에서는 미투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데, 총신이 (김영우 총장이 물러난 후에도) 여전히 '여성은 잠잠하라'고 한다면, 이 모든 운동은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총신은 '남성 꼰대 집단'이라고 또다시 욕먹을 것이다. 그러면 학생들의 이 수고와 고생이 퇴색될 것 같다"고 했다.

지성인을 키우는 대학이 여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깨뜨려야 한다고 했다. 박 회장은 "학교에서 이 문제를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는 게 문제다. (교육이) 전혀 안 되는 구조다. 대학이란 누군가 가르치고 학생들은 가르침을 받는 곳이다. 사회나 교회에서 성차별적 발언을 하면 안 되는데, (남성 중심적) 얘기만 들으면서 교육받으니 인식이 고착화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교회가 사회에 설 자리가 없다. 어느 여성이 여성 차별하는 교회에 나가겠나. 그런 점에서 이번 개혁의 방향에 '여성'이 꼭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에서는 여성 인권이 어느 때보다도 많이 논의되고 있지만, 예장합동은 공기가 다르다. '여성 전도사'는 여전히 '남성 목사'들에게 무시당하기 일쑤다. 총신대 여동문회는 매년 9월 예장합동 총회 장소 앞에서 '여성 안수를 허용하라'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총회에서 이야기해 달라며 유인물을 나눠 준다. 그러나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예장합동은 헌법 중 '목사의 자격'을 '만 30세 된 이'에서 '만 30세 된 남자'로 개정하려 했다. 여동문회는 이를 막기 위해 1900통에 이르는 편지를 전국 교회에 발송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 개정을 막았다고 했다.

박유미 회장은, 단순히 총장만 바꾸는 것을 넘어 학교 내 문화까지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박유미 회장은 "우리 여동문들이 얼마나 많은 아픔과 차별을 겪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처한 상황이 안타까워 발 벗고 나서서 여기까지 쫓아왔다. 학생들은 지금 약자다. 약자의 입장에서 이번 아픔을 겪으면서,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으면 좋겠다. 오늘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고통받는 사람에 대한 연민과 연대까지 나아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총신 여동문회 성명 전문.

총신 사태에 대한 우리의 입장

총신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 소속 직영 신학교로서 믿음의 선배들과 노회와 개교회, 성도들의 헌신과 눈물의 기도로 성장했다. 그러기에 총신은 합동 교단에 속한 모든 이들의 공동 자산이며, 역사성 있는 공동체이다.

그러나 김영우 총장은 총신을 무너뜨렸다.

첫째, 학교 정관을 변경하여 총회 직영 신학교를 개인의 사유물로 전락시켰다.

총신을 총회에서 이탈시킴으로 이제 총신은 합동 교단과 무관한 학교가 되었고, 합동 교단의 신학을 계승하고 합동 교단의 목회자들을 양성하는 본질적인 목적에서 벗어났다.

둘째, 학교의 학생들을 짓밟았다.

김영우 총장의 2000만 원 배임증재에 대한 해명과 함께 성찬식 집례 중단을 요구한 학생에 대해 불법 징계하였다. 처벌을 받고 자중해야 할 사람이 오히려 학생을 징계하는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학교 직원들은 학생에게 욕설을 하고 상해를 가하였고 학교 지도자들은 학생들이 있는 종합관에 외부 용역을 불러들이는 경악할 만한 사건으로 학교와 교단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진정한 스승은 어떠한 상황에도 학생들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 이렇게 학생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김영우 목사는 총장 자격이 없다.

셋째, 기독교 학교인 총신을 세간의 조롱거리로 만들었다.

현재 총신은 세상의 빛과 소금이 아닌 걱정거리와 조롱거리로 전락하였다. 학교를 이렇게 만든 것은 학교를 책임진 총장과 재단이사들과 일부 교수들이다. 학생들이 이렇게 만든 것이 아니다. 총장의 비리가 드러나고 외부 용역까지 부르는 악행을 저지른 지금 총신을 바로 세우지 못하면 총신은 더욱더 세상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다.

현재 학생들은 학교를 회복시키겠다고 딱딱한 바닥에 밤을 지새우며 새우잠을 자고 있다. 학생들은 지금 자신들의 권리이자 의무인 공부를 포기하며 헌신하고 있다. 이런 후배들을 우리 총신 신대원 여동문회는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또한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합동 교단에 속한 모든 교회와 목회자들은 학교의 회복을 위해 관심을 갖고 일어나 학생들과 연대하기를 촉구한다.

우리의 요구

하나. 정관을 원상 복구하고 불의를 저지른 김영우 총장과 재단이사회는 자진 사퇴하라.

하나. 총신과 총회 구성원은 총신을 하나님의 학교로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하라.

하나. 김영우 총장의 불의로 인해 총신에서 피해 입은 이들에게 회복의 기회를 제공하라.

하나. 총신과 합동의 구성원들은 학교를 바로 세우기 위한 미래 지향적 계획을 마련하라.

"다윗이 이르되 여호와여 원하건대 아히도벨의 모략을 어리석게 하옵소서" (삼하 15:31b)

2018년 3월 5일

총신신대원여동문회 회장 박유미 및 여동문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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