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은 여성의 촛불 혁명이다. 지난겨울, 광화문광장에서 많은 시민이 민주주의를 위해 촛불을 들었다. 그러나 촛불 광장에서도 성희롱이 난무했다. 민주주의를 외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성평등이 무엇인지 충분히 소통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가 미투 운동의 목소리를 잘 듣고 성평등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기를 바란다."

[뉴스앤조이-하민지 기자] 미투 운동으로 연일 성폭력 피해 고발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공동대표 백미순·김영순·최은순)이 2월 26일 서울시 종로구 마이크임팩트에서 '우리는 아직도 외친다. 이게 나라냐!'는 제목으로 미투 운동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사회자 김영순 공동대표(한국여성단체연합)는 촛불 혁명 때도 성폭력이 존재했다며, 여성계에는 아직 민주주의가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토론회에는 이나영 교수(중앙대학교 사회학), 권김현영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신희주 감독(여성문화예술연합), 오성화 예술기획자(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김명숙 노동정책국장(한국여성노동자회), 송란희 사무처장(한국여성의전화)이 패널로 참여해, 미투 운동의 의미를 짚고 성폭력의 구조적 원인을 진단했다. 200여 명의 참가자는 패널들 발언에 경청하고 적극 질문했다. 미투 운동이 시작된 후 처음 열린 토론회라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미투 운동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뉴스앤조이 하민지

권김현영 여성주의 연구활동가는 "미투 운동으로 일어난 변화는 혁명적인 일"이라고 했다. 그는 "서지현 검사가 성폭력 피해를 폭로했을 때 '여성은 검사 정도의 권력을 갖고 있어도 아무것도 안 된다는 말이야?'라는 생각이 들어 충격받았다. 서 검사는 JTBC뉴스룸에서 '피해자들에게 네 잘못이 아니라는 말을 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했다. 이후 여성이 자신의 피해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변화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미투 운동이 커질수록 이를 폄하하는 목소리도 계속되고 있다. 그중 하나는, 성폭력을 권력자 개인의 일탈로 보는 것이다. 이나영 교수는 "성폭력은 구조적 문제"라고 단언했다. 이 교수는 "성별에 이미 권력관계가 형성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성폭력이 성별과 무관하다는 개념은 애초에 성립이 불가능하다. 가해자 개인의 도덕적 흠결로 문제를 축소하는 것은 위장된 안도감을 제공한다. 구조적 원인을 심화할 뿐이다"고 말했다.

신희주 감독도 성폭력은 구조적 문제라고 진단했다. 신 감독은 "이윤택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괴물이 아니다. 이윤택과 같은 남성이 여성을 손쉽게 착취하는 강간 문화가 한국 사회에 공고히 자리 잡았다. 미투 운동의 목소리는 거대한 강간 문화를 타파하고 한국이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동력이 될 것이다"고 했다.

토론회에는 취재진 포함 200여 명이 참석했다. 자리가 없어 바닥에 앉은 이도 있었다. 뉴스앤조이 하민지

미투 운동이 힘을 받아 한국 사회 변화를 만들어 내려면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 송란희 사무처장(한국여성의전화)은 △공소시효 지난 후 대책 마련 △무고·명예훼손 등 역고소에 대한 조사 유예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이윤택 연출가는 형사처벌하기 어렵다.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이다. 송 사무처장은 "공소시효가 다 된 성폭력은 성폭력이라 불리지 못한다. 우리 사회가 이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피해자가 무고나 명예훼손으로 역고소를 당할 경우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역고소를 당하면 피해자는 모든 권리를 박탈당한다. 피해자가 고소한 사건의 절차가 끝나기 전까지는 피해자를 조사·기소하는 것을 유예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현재 가장 큰 논란이 일고 있는 연극계 성폭력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오성화 예술기획자는 2월 22일 연극계 성폭력 피해 신고 센터를 만들어 성폭력에 대처하고 있다. 그는 연극계에 성폭력과 위계로 인한 폭력이 오랜 시간 관행으로 굳어져 왔다고 말했다.

그는 "연극계는 극단 내 구조를 봐야 한다. '남성 연출자'라는, 성별·극단 권력이 집중된 사람 밑에서 여성이 당했던 일들은 익숙한 '문화'였다. 이러한 연극계 특수성을 고려한 정책이나 법적 지원이 필요하다. 관련 법이 없으면 연극인들은 피해 시각지대에 남을 것"이라 했다.

여성문화예술연합은 문화체육관광부에 대책위원회를 만들 것을 제안한 상태다. 신희주 감독은 "작년 2월부터 문체부에 예술계 전 분야에 걸친 성폭력 실태를 조사하는 기구를 만들어 달라고 제안했다. 문체부는 문화·예술계 성폭력 대책을 책임질 소관 부처인데, 미투 운동이 일어나서야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수사기관과 별개로 철저하게 진상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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