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초·중·고등학교에서 페미니즘 교육을 의무화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에 21만 명 이상이 서명했다. 이에 '포괄적성교육권리보장을위한네트워크', '페미니즘교육실현을위한네트워크'(가칭)는 2월 27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페미니즘 교육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교조 여성위원회 김성애 위원장은 "학교와 사회에서의 성평등 교육 부재가 지금의 '미투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두 시간 배우고 끝나는 게 아닌 제대로 된 성교육이 있었다면 지금 사회 모습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성평등 교육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2월 27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은 "학교에서 페미니즘 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기자회견 자리에는 왜 학교 현장에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한지 10대, 20대 페미니스트들이 나와 설명했다. 이들은 학교에서 겪은 다양한 성차별적 발언과 행동, 그 안에서 좌절했던 경험들을 털어놓았다.

현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육샛별 씨는 "남학생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얼굴과 몸매 평가, 웃음과 함께 내뱉는 일본 야동 속 말들, 일상적이고 익숙하게 내뱉는 낄낄거림과 행동 속에서 문득 두려워졌다"고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변예진 씨는 학교에서 학생들뿐만 아니라 선생님들도 페미니즘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변 씨는 "그동안 지나온 학교에서 성차별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하는 선생님들을 만났다. 머리를 머리고 꾸미면 엄청 예쁠 거다, 예쁘다며 엉덩이를 툭 치시던 선생님 등이 있었다. 학교 현장 전반에서 인권 감수성을 기르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대 페미니스트 안나 씨는 학교에 성폭력 '피해' 예방 교육만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생 때 만난 한 선생님은 여자는 폭력적이지 않은 남자를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 선생님은 남학생들에게 가서 왜 여성에게 폭력을 휘두르면 안 되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학교에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그동안 학교가 지나친 성별 이분법으로 학생들을 억압해 왔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현직 선생님들도 페미니스트 교육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선생님들은 학교는 민주주의가 배제되고, 가부장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참석자들은 20대 비혼 여성 선생님은 학교 권력 피라미드에서 최하위라고 설명하며 학생들 사이에도 차별과 혐오가 일상이 됐다고 했다. 학생들의 문제를 통제하고 벌 주기에 급급한 현실에서 벗어나 문제 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페미니스트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페미니즘 교육을 교육과정에 의무화해 달라는 청원이 20만 명을 돌파함에 따라, 페미니즘 교육을 연구하는 여성 단체들이 모여 '페미니즘교육실현을위한네트워크'(가칭)을 출범했다. 이 단체는 기자회견이 끝난 후 청와대에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를 위한 정책 제안서'를 전달했다.

이 제안서에는 △성평등 교육 내용 강화 △온오프라인 젠더 폭력 예방 △교육부·교육청에 성평등 정책 담당 부서 마련 △여성가족부 여성정책국 내 '성평등교육지원정책과' 신설 △학교 성교육 표준안 폐기 및 포괄적 성교육 지침서 마련 △어린이·청소년 관련 기관 종사자의 성평등 교육 필수화 △'성평등 교육 진흥 법률' 제정 등의 내용이 담겼다.

기자회견 주최 측은 페미니즘 교육을 위한 정책 제안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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