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 세습을 철회한 순복음부평교회가 징검다리 세습을 추진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인천 부평구의 대형 교회 중 하나인 순복음부평교회는 1992년 장희열 목사(80)가 부임한 이후 크게 성장했다. 현재 출석 교인은 2000~3000명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때 1만 명 넘게 다니기도 했다.

장희열 목사는 일찍이 자신의 후임으로 사위 이 아무개 목사를 낙점했다. 2015년 4월, 사위를 공동 담임목사로 앉혔다. 3년간 공동 목회를 한 뒤 자신은 원로로 물러날 예정이었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3월 25일 최종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교계 한 언론을 통해 사위 이 목사에 대한 신사도 운동 의혹과 세습 문제가 제기된 것.

순복음부평교회는 즉각 대응했다. 이 목사에 대한 신사도 운동 의혹을 부인하고 세습을 전격 철회했다. 교회는 1월 12일, 담임목사 청빙을 취소하고 3월 중 외부 목사를 청빙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교회가 세습 논쟁으로 분란을 겪지 않도록 한 것이다. 여기서 그쳤다면, 교계와 사회의 비판을 받아들이고 세습을 철회한 모범적 교회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위 세습은 물밑에서 계속 진행 중이었다. 순복음부평교회는 장로교 당회에 해당하는 목회협력위원회를 개최해, 현재 필리핀에서 목회 중인 조 아무개 목사를 청빙하기로 했다. 조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이다. 교단이 다른 목사를 청빙하는 데는 장희열 목사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 장 목사는, 조 목사를 임시로 세운 뒤 다시 사위 목사를 데려오겠다는 생각이다.

<뉴스앤조이>가 입수한 순복음부평교회 내부 자료를 보면, 장희열 목사는 2월 11일 목회협력위원회 모임에서 "이OO 목사(사위) 복귀를 전제로 조OO 목사를 세워 달라"고 청원했다. 장 목사의 최측근 송 아무개 협동목사도 적극 지지했다. 송 목사는 "이 목사를 무조건 교회로 데려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 목사를 한시적인 담임으로 청빙해야 한다. 자녀에게 세습하면 교회는 평안하게 간다. (세습하지 않아) 깨지는 교회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목회협력위원회는 안건을 표결에 부쳤다. 찬성 14표, 반대 7표로, 사위 이 목사 복귀를 전제로 조 목사를 청빙하기로 했다. 복수의 교회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장 목사가 사위 목사의 명예를 회복해 주기 다시 데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조 목사를 (한시적으로) 세우는데, 재정과 인사, 교회 운영은 장희열 목사 본인이 계속 유지하려 한다"고 말했다.

장희열 목사(사진 오른쪽)는 타 교단 소속 목사를 임시로 세운 다음 사위 목사를 데려올 예정이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정작 담임목사로 청빙된 필리핀 선교사 조 목사는 자리를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목사는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담임을 맡기 어려우니 청빙을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목회협력위원회는 2월 18일 조 목사를 데려오기로 한 번 더 결의했다. 23일 공동의회를 열어 청빙안을 최종 통과시키기로 했다.

몇몇 장로는 목회협력위원회 결정에 반대하며 순복음부평교회가 속한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이영훈 총회장)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타 교단 소속 송 아무개 목사가 적극 개입·주도한 목회협력위원회 결정은 원천 무효다"고 주장하면서 23일 공동의회가 열리지 않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하성 총회 엄진용 총무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짧게 말했다.

기자는 장희열 목사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교회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목사님은 이번 일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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