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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은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가
[서평] 제프리 그린먼 <주의 기도>(비아)
  • 김홍일 (newsnjoy@newsnjoy.or.kr)
  • 승인 2018.02.1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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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는 어떻게 드려야 하나요?" 제가 교회 현장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어떤 면에서 이런 질문을 받는 것은 신기한 일입니다. 한국의 그리스도교인들만큼 기도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열심히 하는 사람도 없어 보이니 말이지요. 통성기도, 방언 기도, 관상기도, 묵주기도 등 우리는 수많은 기도에 대해 이미 배웠고 일상에서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어떻게 기도드려야 하는가, 어떤 기도가 참된 기도인가'라는 질문은 끊이질 않습니다. 이를 설명하는 책들은 서점 매대를 가득 채웁니다. 일정한 주기로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합니다.

다른 한편 이러한 기도에 관해 물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 기이해 보이는 이유는 그리스도교 전통이 이에 대한 분명한 해답을 이미 갖고 있어서입니다. 꼭 우리처럼 예수님의 제자들은 질문했습니다. "주님, 저희에게 기도를 가르쳐 주십시오." 그리고 그분은 외면하지 않으시고 온전한 기도의 모범을 제시하셨습니다. 이 기도, '그리스도교 기도의 처음과 끝'이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근본적인 기도를 우리는 '주의 기도'라 부릅니다.

하나의 답, 모범, 길이 제시되었어도 질문이 끊이질 않는다는 것은 우리가 질문을 던지는 행위 자체를 성찰해 보게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기도를 어떻게 드려야 하는지를 물으며, 참된 기도가 무엇인지를 묻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기도를 드릴 수 없는 우리 자신, 제시된 길과는 다른 길을 걸어가고 싶은 우리 자신을 합리화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성육신한 주님을 거부하고 외면하듯, 심지어 십자가에 매달았듯, 그분은 기도의 길을 이미 제시하셨지만 우리는 그 제안을 끊임없이 외면하고 심지어는 부정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기도는 하느님의 영광, 나라, 뜻을 삶의 중심에 두려는 열망의 소산이기보다는 '나'의 영광, '나'의 안위, '나'의 뜻이 관철되기를 바라는 열망의 소산일 때가 많습니다. 기도를 둘러싼 수많은 질문은 여기서 나옵니다. 왜 하느님은 '내'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는가, '내' 성공을 이루어 주시지 않는가, '내'가 중시하는 문제를 중시하시지 않는가. 이 질문들은 하나 같이 '나'를 둘러싸고 있으며, '나'를 중심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나' 자신을 근본적으로 돌이켜 예수께서 전하신 기도에, 그분이 제시하는 삶에 자신을 맞추려는 열망과 결단은 결여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사실상 질문을 통해 답을 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통해 회피하고 있는 셈입니다. 너무나 잘 알려진 주의 기도를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하는 이유, 수많은 책이 이미 있음에도 이 기도에 담긴 근본적인 도전을 분명하게 전하는 이 책이 가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주의 기도 - 그리스도교 기도의 처음과 끝> / 제프리 그린먼 지음 / 한문덕 옮김 / 비아 펴냄 / 116쪽 / 8000원

<주의 기도 – 그리스도교 기도의 처음과 끝>(비아)는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를 본격적으로 설명하기에 앞서 '욕망'에 대해 말합니다. 쉬운 말로 풀자면 '바람'이겠습니다. 인간의 모든 기도는 '바라는 무언가, 원하는 무언가'에서 시작합니다. 그래서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는 기도를 "욕망의 해석자"라고 불렀습니다. 기도를 살피면 기도하는 이의 깊은 바람, 욕망을 알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욕망'의 방향에 있습니다. 사람들은 기도하면서 자신의 안위, 자신의 풍족함만을 구하고는 합니다. 다른 이들을 위한 기도를 드린다지만, 자신의 삶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조건 안에서만, 자신의 만족감을 채운다는 조건 아래에서만 받아들여질 뿐입니다.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자립하는 삶, 스스로가 삶의 주인이 되어 어떤 사안을 결정하고 그에 책임지는 자기 주도적 삶을 미덕으로 여기는 이 시대는 일신상의 안전과 만족을 구하는 기도를 부추깁니다. 이러한 기도는 사실상 누구나 할 수 있으며, 그 자체로는 나쁘다 할 수 없을지라도 '그리스도교가 제시하는 기도'는 아닙니다.

호모 오란스(기도하는 인간)인 우리가, 진실로 예수를 그리스도로 주님으로 고백한다면 그분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를 따라 우리 기도의 방향을 바꾸어야 합니다. <주의 기도>의 저자 제프리 그린먼은 주님께서 가르치신 기도가 자기 자신에게 경도된 우리의 기도와 맞선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욕망을 하느님께 맞추어 재조정하도록 이끈다는 것입니다.

<주의 기도>는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에서는 성서, 특히 마태오와 루가의 복음서에 담긴 주의 기도를 살핍니다. 주의 기도가 마태오 복음서의 산상설교 한복판(마태 6:9-13)에, 그리고 루가의 복음서의 참된 제자도에 대한 가르침의 정점(루가 11:2-4)에서 나타난다는 것을 언급하면서 그리스도인의 사명이 주의 기도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합니다.

2장에서는 주의 기도가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대해 설명합니다. 아우구스티누스, 토마스 아퀴나스, 이들에 잇댄 제임스 패커(James Packer)의 설명을 덧붙이며 교회의 삶 가운데 주의 기도가 얼마나 중요하게 여겨져 왔는지를 되짚습니다.

3장부터는 주의 기도를 본격적으로 설명합니다. 세 가지 '하느님-청원'과 네 가지 '우리-청원'을 씨줄과 날줄로 삼아 주의 기도가 제시하는 그리스도인의 참된 삶을 엮어 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성서, 전통, 상황이라는 측면에서 주의 기도를 살피고 있습니다. 자칫 한 요소를 향해 기울어질 수 있는 신앙의 방향을 조율하는 것입니다.

많은 교인에게 이 기도는 그렇게 새롭지도, 참신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예배에 참석할 때마다, 교회의 모임을 마무리하면서 이 기도를 되풀이해 드리니 말이지요.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기도에 담긴 폭발력을 손쉽게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기도는 우리의 욕망을 거스르라는 요구, 급격한 전환을 요구를 담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이름과 영광, 나라로 시작하는 이 기도는 우리가 드리는 모든 기도의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주의 기도>는 이 소중한 기도를 깊이 헤아리지 않고 반복하는 일을 멈추고 새롭게 몸에 익히도록 돕는 책입니다. 이전까지 자기 자신을 향해있던 기도를 하느님을 향하도록 돌이킵니다. 두려움과 억압, 간절한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유와 기쁨 가운데 기도를 드리도록 이끕니다. 하느님의 뜻이 우리 안에서, 그리고 이 땅 위에서 이루어지기를 갈망하게 합니다. 하느님의 나라와 뜻을 구하는 것이 항상 먼저라던 예수님의 말씀이 이 기도를 통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것입니다.

"주의 기도는 하느님께서 가치 있다고 여기시는 것을 우리 또한 가치 있게 여기도록 훈련시킵니다. 이 기도는 우리의 마음을 하느님의 목적에 맞춤으로써, 우리가 진정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하느님께 깊이 의존하고 있다는 표시입니다." (79쪽)

이 책은 얇으며 이해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 담긴 도전은 실로 거대하고 무거우며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근본적인 대답을 담고 있습니다. 누군가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가", "참된 기도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저는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신 유일한 기도인 주의 기도를 말할 것이며 그 기도에 대한 충실한 안내서로 이 책을 추천할 것입니다. 주의 기도를 설명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심화된 독서로 나아갈 수 있는 읽을거리들을 제공한다는 점은 이 책이 지닌 또 하나의 미덕입니다.

'기도의 성녀'라 불리던 아빌라의 데레사를 기억합니다. 그녀는 참된 기도를 드리기 위한 방법을 수도자들에게 안내했습니다. 먼저 기도하는 사람은 기도 안에 자신의 진심을 담아야 합니다. 그리고 하느님 안에서, 하느님 앞에서 기도드려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드리는 기도 자체에 온 마음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의 욕망이 아닌, 하느님의 바람에 온전히 동참하는 것입니다. 기도에 자신을 담고, 자신 안에 그 기도를 충만하게 하는 것입니다.

데레사는 기도에 관한 가르침을 마치면서,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며 기도의 완성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을 남겨 둡니다. 그것은 주의 기도를 바치는 일이었습니다. <주의 기도>를 디딤돌 삼아 주의 기도가 담고 있는 참된 도전, 하느님의 목적에 우리 자신을 맞추는 험난한 여정에 동참하시기를 바랍니다. 쉬운 일은 아닐 테지만, 그것이 신앙의 전부일 수도 있으니까요.

김홍일 /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성공회 사제 서품을 받았다. 미국 샬렘영성훈련원(Shalem Institute for Spiritual Formation)에서 과정을 이수했으며 현재 성공회 서울교구 희년교회 관할사제, 한국샬렘영성훈련원 운영위원장, 성공회 브랜든선교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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