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의 일격, 마르틴 루터> / 염창선·황진훈 지음 / 컨콜디아사 펴냄 / 234쪽 / 1만 3000원

이 책을 받아 들고 강한 힘을 느꼈다.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에게서 개혁의 힘을 느꼈고, 부가적으로 책 제목이 또 그 힘을 뒷받침했다. '반전의 일격'은 하나님께서 루터를 통해 중세 유럽을 정신적으로 결박하던 가톨릭에 일격을 가해 반전을 일으킨 것을 말한다. 루터는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주님이 교황청에 '일격'을 가하셨다"(12쪽)고 했다. 물론 겸양지사謙讓之辭다.

종교개혁의 시발始發 마르틴 루터! 루터는 내 앞에 늘 큰 산으로 우뚝 서 있다. 그런 연유인가. 루터에 대한 글은 읽을수록 새롭다. 그의 신학과 신앙이 그만큼 크다는 증거일 것이다. 지난 1월 중순 저자 염창선 박사로부터 선물로 받은 책이 <반전의 일격, 마르틴 루터>(컨콜디아사)다. 그날이 박사 학위 논문을 제출한 날이기도 해서 내게는 의미 있는 기념 선물이 됐다.

표지 안쪽 제목 밑에 "이 책자는 예수를 그리스도로 영접하여 거듭난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엮은 것"(3쪽)이라고 했지만, 비기독교인이 교양서적으로 읽어도 좋은 책이다. 중세 유럽의 역사 안목을 넓혀 줄 것이기 때문이다. 중세유럽사는 기독교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신학자 루터가 끼친 영향은 다방면을 포괄한다.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독서 욕구를 충족할 책이다.

저자도 말하고 있지만 루터의 종교개혁은 신앙뿐 아니라 정치·경제·문화 등 사회 전반에 끼친 영향이 적지 않다. 광범위하고 전방위적이다. 그의 개혁 정신은 16세기에 일어나고 끝난 사건이 아니다. 지금도 계속 진행돼야 할 테제이다. 신앙뿐 아니라 개혁해야 할 것이 우리 주위에 너무 많다.

그 점에서 이 책의 출판이 의미하는 것은 명확하다. 독자를 과거로 데려가는 작업이라기보다 과거의 마르틴 루터를 오늘로 불러오는 작업이라고 해도 좋겠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한 글자 한 글자 읽어 간다면, 나 자신으로부터 출발해 지역사회, 나아가 국가에 이르기까지 개혁 요소가 너무 많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부피가 그렇게 크지 않다. 234쪽이다. 그렇지만 루터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거의 빠짐없이 담고 있다. 면죄부 반박 95개조 논제, 성상 파괴에 대한 입장, 농민운동에 반대한 이유, 성례 개혁 등 루터의 진수眞髓를 농축해서 정리해 놓은 책이라고 보면 된다.

책은 모두 6장으로 구성됐다. 머리말과 추천사, '들어가며'가 본문 앞에 배치됐고 본문 뒤에 '마무리하며'와 참고문헌, 별첨이 붙었다. 별첨도 예사로 보면 안 된다. 마르틴 루터 연표, 마르틴 루터 관련 주요 유적지(주소 및 관리소 연락처)가 별첨의 내용이다.

책은 일반적으로 한 마리 토끼를 잡는 데 목적을 두는 경우가 많다. 학술 서적은 연구를 위해 필요하고 실용 서적은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 교양서적은 마음의 양식을 쌓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반전의 일격, 마르틴 루터>는 여러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쓰였다.

각주가 꼼꼼하게 붙어 있고 참고문헌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으니 학술 서적으로도 손색없다. 책을 읽으면 바로 알 수 있지만 쉬운 문장으로 돼 있다. 밑줄을 치면서 꼼꼼히 읽어도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어렵게 생각할 수 있는 학술 서적도 쉽게 서술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 주고 있다.

게다가 마르틴 루터의 전기문 성격도 지녔다. 별첨의 '마르틴 루터의 연표'는 그의 생애를 요약해 놓은 것이다. 1483년 11월 10일 출생에서부터 1546년 2월 22일 비텐베르크 궁정교회에 묻힐 때까지, 전 생애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됐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루터 관련 독일 유적지 여행의 가이드 역할도 한다. 별첨의 '마르틴 루터 관련 주요 유적지'에는 스물다섯 군데의 유적지 주소와 전화번호가 병기됐다.

중세 교회는 타락의 극점을 달리고 있었다. 9차에 걸친 십자군 출전도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도리어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만 감당하기 벅찰 정도로 입고 말았다. 면죄부 판매는 이 무마책으로 짜낸 교황청의 아이디어이기도 했다. 십자군 전쟁 전사자들 영혼 구원을 위해서는 죄(벌)를 사함 받는 면죄부 매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사해 연옥에 가 있는 영혼을 천국으로 들어 올리기 위해 면죄부를 사야 한다는 것인데, 실제로 많은 사람이 그것을 믿었다. 여기에 재미를 본 교황 권력은 베드로성당을 신축하면서 드는 거액의 재정을 면죄부 판매로 보전補塡하려 했다. 루터는 면죄부가 성경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루터가 이 문제를 항의하려고 비텐베르크궁정교회 정문에 붙인 것이 95개조 논제(Die 95 Thesen)다.

이 책은 여러 용도로 읽힐 수 있다고 했다. 그 용도를 종합해 말하면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사'로 명명할 수 있겠다. 루터의 출생에서부터 그의 개혁이 다른 나라에 끼친 영향까지 짧지 않은 기간의 다양한 내용을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개혁 핵심을 다 기술하고 있다고 봐도 좋다. 저자가 "마르틴 루터의 주요 서적과 그 배경, 핵심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정리했다"(13쪽)고 언급한 것에서도 내용을 알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목차 중 각 장 제목만 순서대로 소개하면 이렇다. △무대가 준비되다 △일격을 가하다 △주어진 역할에 집중하다 △새로운 교회가 세워지다 △일상 속에서 실천하다 △개혁의 영향은 계속되고 있다.

책의 대강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책 특징이기도 한데, 설명이 더 필요한 부분을 '심층 이해'와 '표'로 보충해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공자라면 손수 찾아 공부할 부분이지만 일반인을 위한 장치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학술 서적이면서 동시에 교양서적이라고 언급한 이유도 여기 있다.

<반전의 일격, 마르틴 루터>는 두 사람이 썼다. 독일에서 역사신학으로 학위를 받은 염창선 박사는 대학교수다. 다른 한 사람은 산업은행 프랑크푸르트사무소장으로 일하는 황진훈 박사(북한학)이다. 즉 학자와 일반 신도가 함께 만든 책이다. 학술 서적 겸 교양서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여기서도 찾을 수 있다.

이 책 요소요소에 삽입된 루터와 관련 있는 흑백사진은 눈의 피로를 풀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게 선명하게 인쇄된 흑백사진을 나는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이건 오로지 독일 현지에 근무하는 황진훈 박사의 공이다. 염창선 교수가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듯이, 어떤 때는 사진 3장을 다시 찍기 위해 프랑크푸르트에서 아이스레벤까지 500Km 거리를 다녀오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열정이 녹아 선명한 사진이 적재적소에 삽입된 책을 만들 수 있었다.

루터의 95개조 논제는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은 95개조를 8개 항으로 나눠서 정확하게 번역했다. 루터의 종교개혁 횃불이 여기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는데, 95개조를 온전히 알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 부분을 세밀히 살펴보기 바란다.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루터와 더 가까워졌다. 오직 믿음, 오직 은총, 오직 성서는 루터 종교개혁의 모토였다. 추천사를 쓴 종교교회 최이우 목사가 지적했듯이, 루터가 현재진행형이라는 말은 이 종교개혁의 구호가 500년 후인 오늘까지 그대로 유효하다는 것을 뜻한다. 루터를 읽으며 교계를 되돌아봤다. 세속화가 그 도를 더하여 교회를 어지럽히는 지금, 제2의 종교개혁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강하게 일었다. 제현諸賢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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