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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교회 세습 1호' 지켜본 목사가 본 명성교회 사태
<목회 세습, 하늘의 법정에 세우라> 북 토크 "공평한 세습은 없다"
  • 하민지 (jghamin@newsnjoy.or.kr)
  • 승인 2018.02.0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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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하민지 기자] 신학적·목회적 관점에서 목회 세습을 조명한 책이 나왔다. 민종기 목사(LA충현선교교회)가 쓴 <목회 세습, 하늘의 법정에 세우라>(대장간)다.

저자 민종기 목사는 자신이 시무하는 교회가 커지자, 세습을 피하기 위해 교회를 분립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저자 민종기 목사는 충현교회 부목사였다. 충현교회는 1997년, 고 김창인 목사가 아들 김성관 목사에게 세습했다. 이후 대형 교회들이 줄줄이 세습해, 충현교회는 '대형 교회 세습 1호'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세습을 기점으로 충현교회는 길고긴 분쟁에 휩싸였다. 15년 후, 김창인 목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준 것을 후회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민종기 목사는 충현교회 세습과 김창인 목사의 후회를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했다. 민 목사는 "영적 아버지였던 김창인 목사가 '세습이 내 인생 최대 실수다. 준비되지 않은 아들에게 물려줬고, 교인이 상처받았다'고 말하며 울었다. 나도 울면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이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그때는 신학적으로나 사회 분위기로나 목회 세습이 나쁘다는 논의가 되지 않았던 때였다"고 했다. 충현교회는 세습 당시 불법 투표, 담임목사 구타, 장로 제명 등 위기를 겪으며 교인 수가 3만 명에서 6000명까지 떨어졌다. 민 목사는 "목회자와 교인이 (세습 문제로) 교회를 떠나는 슬픔을 가까이에서 봤다. 그게 내게 아픔이 됐다. 그래서 이 책을 썼다"고 말했다.

민종기 목사는 "책을 쓰는 동안 명성교회 세습이 완료됐다.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하민지

책에는 신학자로서의 연구와 세습을 목격하고 교회를 운영하고 있는 목회자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목회 세습을 반대하는 95개조 반박문이 실려 있다. 마르틴 루터 95개조 반박문을 모티프로 한 이 책은 교회사, 조직신학, 공공신학, 목회 윤리, 철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세습을 조명한다. 교회를 세습하지 않고, 전임 목사와 후임 목사가 잘 교체할 수 있게 돕는 매뉴얼도 실려 있다.

민종기 목사는 고전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 근대 철학자 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을 읽고, 교회를 운영할 때 민주적 절차를 통한 합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걸 배웠다.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에서는 좋은 목회자의 자세를 배웠다고 했다.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지방에 파송된 관리가 해야 할 일들과 지녀야 할 올바른 태도를 설명했다. 민 목사는 정약용의 설명이 목회자의 자세와 다르지 않다고 했다.

"작은 교회 세습은 괜찮지 않나?"
"투표로 뽑으면 문제없지 않나?"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공동대표 김동호·백종국·오세택)와 도서출판 대장간이 2월 6일 기독연구원느헤미야에서 북 토크를 열고, 목회 세습이 왜 비성경적·비윤리적인지 토론했다. 저자 민종기 목사가 강연한 후 이어진 토론에는 김정태 목사(사랑누리교회)와 남오성 목사(주날개그늘교회)가 참여했다. 토론은 김신일 목사(가까운교회)가 이끌었다.

왼쪽부터 김신일 목사, 민종기 목사, 남오성 목사, 김정태 목사. 뉴스앤조이 하민지

이날 토론자로 나온 목사들도 교회를 물려받을 수 있었다. 남오성 목사는 아버지가 교회를 물려주려는 것을 끝까지 반대해, 아버지와 한동안 의절하기도 했다. 이처럼 목사들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세습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말했다.

청중 가운데 교회 개척을 준비 중이라는 한 목사가 세습을 무조건 나쁘다고 치부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소형 교회는 재정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는 세습해도 문제없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교인이 선한 양심과 상식으로 투표해, 후임 목사로 현 목사의 자녀를 선택했다면 그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민종기 목사는 "작은 교회라 하더라도 요즘은 목회지가 없는 상황이라 (목사들의)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자녀에게 교회를 물려주는 것은 문제가 된다. 교회를 물려준다는 것 자체가 기득권을 추구하는 것이다"고 했다.

남오성 목사는 "세습하지 않으면 새로 부임한 목사와 교인 사이에 갈등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 아픔도 성숙해지는 과정이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하민지

남오성 목사는 "시골에 교인 20~30명밖에 안 되는 교회도 청빙 공고를 내면 교인 수만큼 이력서가 온다고 한다. 한국교회 상황이 어렵다 보니, 자녀에게 교회 물려주는 게 기득권이 됐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소형 교회더라도 세습은 안 된다고 못 박았다.

김정태 목사는 "투표가 공정하게 이뤄졌다 해도, 목회자 자녀가 후보로 올라오는 것은 이미 90도 이상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다름없다. 교인들은 담임목사 입에서 목사 자녀의 칭찬을 자주 듣는다. 김하나 목사도 세습 전, 명성교회에서 자주 소개되고 통역을 담당하는 등 교인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것은 불공정한 사전 선거운동이나 마찬가지다. 공정한 게임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명성교회 세습 용인하면
교회 세습 도미노처럼 일어날 것
구원 독점주의와 선민의식 회개해야"

이들은 명성교회 불법 세습이 도미노처럼 다른 교회들의 세습을 불러올까 우려했다. 명성교회 세습 반대 1인 시위에 참여했던 김정태 목사는 "명성교회가 세습의 물꼬를 텄다. 도미노처럼 세습이 일어날 수도 있다. 교회가 다 같은 죄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명성교회 세습 문제는 심각하다"고 했다.

민종기 목사는 결국 이런 현상이 교회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고 봤다. 공멸한다는 얘기다. 민 목사는 "세습이 관행이 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목회 생태계가 무너져 내렸다. 다들 이게 범죄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태 목사는 "1인 시위 나갔을 때, 대형 교회와 돈이 공적인 총회·노회를 무력화하는 것을 보고 절망을 느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하민지

토론자들은 세습을 일삼는 대형 교회를 날카롭게 비판했다. 김정태 목사는 "세습을 결의할 때, 목사들은 교인이 자신에게 순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형 교회는 '자기 교회 말고는 구원을 받을 수 없다'는 구원 독점주의와 선민의식을 가지고 교인에게 강요하듯 분위기를 잡는다. 나는 이게 '구원의 갑질'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를 선도하겠다면서, 선교비로 목사들을 위협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남오성 목사는 "세습한 교회들은 공교회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다. '내가 개척한 교회고, 나 좋아서 교인이 모인 거고, 그래서 내 거니까 내 아들에게 주겠다는데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교회 사유화는 심각한 문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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