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제대로 된 '저널리즘'이 한 사회를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 우리는 국정 농단 사태를 지나며 경험했다. 혁명의 주인공은 촛불 시민이지만, 언론이 그 거대한 물결에 마중물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교계에서는 저널리즘을 논하기 어렵다. 지면이나 온라인 신문도 그렇지만,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방송사는 대형 교회 후원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설교를 '사고팔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어렵다. 대부분 기독교 방송사 편성에 설교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언론이라고 부르기도 어색한 수준으로 '시사'를 논하는 프로그램이 없다.

그중 CGNTV는 '광고하지 않는 언론사'를 표방했다. 설교를 사고팔지 않는, 광고가 없다는 것을 내세울 때 이들이 강조하고 싶었던 건 무엇이었을까. 광고주에 휘둘리지 않는 펜대를 예상한 시청자들과 달리, CGNTV는 첨예한 이슈를 피해 갔고 논쟁적인 사건을 보도하지 않았다.

CGNTV 뉴스 채널 CGN투데이에서 외압 때문에 기사를 삭제한 사실이 확인됐다. 다음 로드뷰 갈무리

세월호 보도, 본부장 지시로 삭제

노란 리본은 블러 처리

노란 리본 달겠다고 하자 출연 무산

CGNTV 뉴스 채널 CGN투데이는 2014년 6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보도를 삭제했다. 유가족들이 기독교대한감리회를 찾아 진상 규명에 힘을 보태 달라고 호소하는 뉴스였다. 1분 남짓한 짧은 현장 보도 때문에, 보도팀 기자들이 CGNTV 김경훈 총괄본부장에게 불려 갔다. 김 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이건 다 정부 비판하는 것, 부정적인 것"이라며 보도팀을 질책했고 기사 삭제를 지시했다.

CGNTV 지도급 인사들이 세월호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2014년 7월부터 3년 1개월간 CGN투데이 보도팀장을 지낸 권 아무개 씨는 최근 온누리교회가 안태근 간증 영상으로 문제가 된 것을 계기로, 자신이 CGNTV에서 당한 일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입사 후 세월호와 '위안부' 문제를 다루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는 이유로 수습 1개월이 연장되는 징계성 조치를 받았다고 했다.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 배지를 일부러 피해서 찍거나 블러 처리해야 했다며, 자괴감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조금이라도 정치적으로 보일 만한 기사가 올라가면, 시말서와 경위서를 써야 했다고도 주장했다.

노란 리본 배지를 달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자 CGNTV 방송 출연이 거부된 사례도 있다. 노숙인을 위한 식당 바하밥집을 운영하는 김현일 대표는 2016년, CGNTV '나침반'이라는 프로그램에 세월호 배지를 달고 출연했다. 김 대표의 분량은 총 2회에 걸쳐 방송될 예정이었는데, 1편이 방송된 후 갑자기 온라인에서 삭제됐다. 2편은 방송조차 되지 않았다.

김현일 대표는 2월 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는데 누군가 내가 나온 방송이 삭제됐다고 알려 줬다. 이후 CGNTV에서 한 PD가 찾아와 '죄송하다'고 하더라. 정확하게 노란 리본 때문이라고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뉘앙스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17년에도 CGNTV 출연 제의를 받았다. 김 대표는 "1년 전 사건을 겪어서 분명하게 이야기했다. '이번에도 세월호 배지 달았다고 방송 안 하면 출연하지 않겠다'고. 그랬더니 다음 날 전화가 와서 죄송하다며 나오지 말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방송국이 하나님 운운하는 게 구역질 난다"며 강하게 불쾌감을 드러냈다.

바하밥집 김현일 대표는 CGNTV 출연이 취소된 사실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페이스북 갈무리

온누리교회 눈치 보는 뉴스

본부장 "어른들이 기사 지적,

당회 불려 가 해명해야 하는 입장"

복수의 전직 CGNTV 종사자가 이야기하는 CGN투데이 실상의 핵심은, 간부들이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의 눈치를 본다는 것이었다. CGNTV는 운영상 온누리교회와 교인들의 후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상태고, 특히 고액 후원자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뉴스앤조이>가 입수한 녹음 파일에 따르면, 김경훈 본부장은 3년여 전 보도팀을 불러 모았을 때, 세월호 보도와 함께 서울시교육감 선거, 시국 성명 등을 다룬 보도를 문제 삼으며 "그 어른들이 얘기하는 게 뭐냐면, 왜 CGN이 (서울시교육감 후보자에 대한) 평가 같은 걸 도입해서 한쪽에 치우치게 생각하게끔 만드느냐(는 것이다)"고 말했다. "어른들이 '왜 그렇게 고리타분하게 생각할까'라고 치부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도 했다.

김 본부장이 문제 삼은 보도는 편향적이지도 않았다. 성명서와 행사를 단순 기사화한 보도였다. 그러나 그는 항의 전화를 많이 받았다며 "(온누리교회) 당회 차원에서 다뤄질 수 있는 문제다. 내가 불려 가서 분명히 대답을 해야 하는 입장이고. CGN이 왜 이런 정치적인 일에 관여하는지"라고 말했다. 결국 그는 문제 삼은 기사를 모두 내리라고 지시했다.

전 보도팀장 권 씨도 "게이트키핑할 때, 뉴스의 중요도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후원자의 전화 때문에 눈치를 보는 것이 옳은 걸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그는 "하나님 눈치만 보고 살고 싶다며 CGN을 선택했건만, 정작 눈치 볼 대상은 온누리교회였다. 하나님이 아닌 온누리 내의 돈 많은 혹은 권력과 가까운 장로·권사의 눈치를 봐야 했다"고 했다.

한 전직 기자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CGNTV는 온누리교회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특히 고액 후원자는 따로 관리를 한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고액 후원자들이 정치적으로 보수적 입장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기득권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고액 후원자들이) 온누리교회 장로·권사분들이기 때문에"라고 답했다.

세월호 사건을 왜 정치적인 일로 바라볼까.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김경훈·함태경 본부장 "외압 없었다

다른 언론과 달리 '순수 복음 방송' 추구"
이재훈 목사 "결코 있을 수 없는 일"

CGNTV 실무를 총괄하는 김경훈 총괄본부장과 함태경 경영전략본부장은, 전 보도팀장 권 씨와 전직 CGNTV 종사자들이 이야기한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함 본부장은 "CGNTV는 상업 광고 없이 후원으로만 운영되는 청정 방송, 하나님나라를 고려한 교회 방송, 정치 사회적 이슈 등에 휘둘리지 않는 순수 복음 방송을 추구하고 있으며, 보도팀 또한 이 대원칙에 따라 기사를 취사선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후원자와 시청자들은 따뜻한 격려와 건강한 비평을 하지, 외압이라고 느낄 만큼 콘텐츠에 일일이 간섭하지 않는다고 했다. 따라서 세월호와 '위안부' 보도를 막은 적도 없으며, 단지 정치 사회적 이슈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순수 복음 방송 정체성에 따라 다른 기독 언론처럼 다루지 않았을 뿐이라고 했다.

김 본부장 역시 2월 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사를 내리라고 지시한 적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총괄본부장이지만, 기사 하나하나에 일일이 간섭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여러 국장과 함께 회의하며 프로그램이나 보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기자 개인을 불러서 '기사를 내리라'고 지시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된다"고 말했다.

CGNTV 이사장이자 온누리교회 담임 이재훈 목사도 외압을 부인했다. 이 목사는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팩트는, 온누리교회에서 CGNTV에 고액 후원하는 분들이 경영, 편성, 프로그램, 보도 등 일체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묵묵히 후원만 하는 분들이다. 불특정 다수의 격려 및 항의가 빈번하게 있을 뿐, 온누리교회 후원자들의 보도 개입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했다.

CGNTV의 방향성을 인정하더라도, 이런 식의 외압이 합당한 걸까. CGN투데이 갈무리

"우리는 뉴스 방송 아니다"

"저널리즘을 버려라"

"저널리즘은 우리와 맞지 않다"

"CGN 가치에 동참하기 어려우면 그만둬라"

<뉴스앤조이>가 입수한 김경훈 본부장의 녹음 파일과 전 종사자들의 진술을 종합해 보면, CGNTV 운영진과 이재훈 목사의 해명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물론 CGNTV가 해외 선교에 중점을 두고 있고, 선교 방송으로서 역할을 감당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CGN투데이라는 뉴스 채널을 두고 있고 보도팀을 운영하면서, 기자들의 취재와 보도를 억압하는 게 합당한 일일까.

김경훈 본부장은 3년여 전 보도팀을 불러 모았을 때, CGNTV 방향성을 감안하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쏟아냈다. 그는 "보도팀 왜 이렇게 정치 색깔을 띠고 있나? 시사에 왜 이렇게 관심이 많아? 선거 관련해서 우리가 왜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추궁했다. 이외에도 "우리는 뉴스 방송이 아니다", "기획부터가 선정되면 안 되는 것이었다", "저널리즘은 우리와 맞지 않는다", "CGN의 가치에 동참하기 어려우면 그만둬도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가 그 자리에서 문제 삼은 기사는 모두 삭제됐다. 함태경 본부장은 CGN투데이가 세월호 관련 38개, '위안부' 관련 5개를 보도했다고 해명했지만, 김경훈 본부장이 지적한 그 세월호 기사는 찾을 수 없는 상태다.

전 보도팀장 권 씨는 "입사하자마자 세월호와 '위안부' 문제를 다루려는 내게 떨어진 명령은 '저널리즘을 버려라'였다"고 썼다. 권 씨는 2월 5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CGNTV가 선교적 사명을 잘 감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뉴스'를 하려면 선지자적 사명도 감당해야 한다. 저널리즘을 버리라는 기조로 간다면 뉴스는 포기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직 CGN투데이 기자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외압이 없었다는 해명은 말이 안 된다. 분명히 외압은 존재했고, 그것 때문에 CGN을 떠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전 보도팀장 권 씨는 "폭로가 아니라 회복을 원한다. 이제라도 CGNTV가 하나님 눈치만 보는 방송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