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하민지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1월 30일 정기총회를 열고 새 대표회장을 선출할 예정이었으나, "선거를 실시해서는 안 된다"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무산됐다. 법원 결정이 전날 밤 나오는 바람에 대의원들은 선거하러 왔다가 소식을 접했다. 대표회장 선거로 모인 사람들은 고성을 지르며 책임 소재를 찾았다.

선거 금지 가처분은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출마한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가 제기했다. 한기총 선거관리위원회(최성규 위원장)가 전 목사의 입후보를 막았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전 목사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예장대신)이 한기총 소속 교단이 아니라는 점과 신원 조회 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그의 입후보를 제한했다.

그러나 전광훈 목사는 예장대신 목회자 자격이 아닌 한기총 소속 단체 '청교도영성훈련원' 대표 자격으로 입후보한 것이라며 법원에 선거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규정을 보면, 한기총 소속 교단 목회자가 아니더라도 한기총 소속 단체장 자격으로 대표회장에 출마할 수 있다. 이를 근거로 전 목사가 선거 금지 가처분을 제기한 것이다.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가 무산됐다. 전광훈 목사가 자신의 입후보를 막는 것은 문제라며 법원에 낸 가처분이 인용됐기 때문이다. 이날 정기총회는 책임 소재를 가리자며 공방만 하다 끝났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1민사부(이제정 재판장)는 1월 29일 밤늦게 "소속 단체도 대표회장 후보자를 낼 수 있다"면서 전광훈 목사의 피선거권을 박탈한 것은 문제라고 판단했다. 결정문이 1월 30일 한기총 앞으로 전해지면서, 김노아 목사(세광중앙교회)를 단독 후보로 찬반을 가릴 예정이었던 이날 선거는 아예 무산됐다.

선거 무산 책임 묻자
"여러분을 사랑한다"
임시대표회장 선출 공방도

한기총 대의원들은 선거가 무산된 책임을 선관위에 물어야 한다고 했다. 전 대표회장 이용규 목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선관위원장) 최성규 목사가 나와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한 대의원은 "한기총 선거도 양심 있는 사람들이 한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성규 목사는 단상에 나와 사과 대신 "여러분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한기총 대표회장을 유치원 교사보다는 잘 뽑아야 하지 않느냐. 교사도 전과 있으면 안 뽑는다. 그런 부분 처리하면서 좀 더 제대로 한다고 여기까지 왔다. 선관위원들을 염치없는 사람으로 보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한기총이 더 건강해지기 원한다"고 말했다.

선거를 다시 열 때까지 임시대표회장을 맡은 사람을 세우려는 중에 임원들 간 고성이 오갔다. 엄기호 대표회장이 임기가 4개월로 짧았으니 임기를 연장하자는 의견과 임시총회를 열자는 의견이 부딪쳤다. 엄 대표회장이 "4개월도 너무 힘들었다. 40년 한 것 같다"고 토로하자, 공동회장들은 "법대로 하자"며 목소리를 높였다. "법대로, 정관대로 하자"는 의견이 나올 때마다 공동회장들은 박수를 치며 "옳소!"를 외쳤다.

정관에는 공동회장 중 최연장자가 임시대표회장을 맡게 돼 있다. 엄 대표회장이 김창수 목사(전 대한예수교장로회 보수합동 총회장·80)를 임시대표회장으로 지목하자, 어디선가 "김창수 목사보다 더 연장자가 있을 수도 있다"는 소리가 들렸다. 한기총 관계자는 김 목사에게서 신분증을 받아 엄기호 대표회장에게 전달했다. 엄 대표회장은 주민등록증을 확인한 후 "39년생입니다"고 말하니 장내가 조용해졌다. 김 목사는 한 달간 임시대표회장을 맡게 됐다.

한기총은 조만간 선관위를 재구성해 2월 내로 재선거를 실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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