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영화 '코퍼스 크리스티' 개봉을 막아 달라는 청원이 진행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앤조이-하민지 기자]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 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예수를 동성애자로 묘사하는 영화 개봉을 막아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1월 23일 올라온 청원에 서명한 사람은 4301명(1월 29일 오후 8시 현재)이다.

청원인은 "6, 7월에 개봉 예정인 '코퍼스 크리스티' 영화 개봉을 막아 주시기를 청원합니다. 본 영화는 예수님과 제자를 동성애자로 전락시켜 대한민국의 일천만 크리스천 신앙을 모독할 뿐만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알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영화입니다"고 주장했다.

'코퍼스 크리스티' 개봉을 반대하는 메시지가 퍼지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최근 일부 보수 개신교인이 이용하는 채팅방이나 블로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코퍼스 크리스티' 개봉을 막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돌았다. 메시지에는 "영화가 6~8월에 개봉 예정입니다. 우리 주님에 대한 공격을 예방해야 합니다. 이 영화에 대해 거부 운동을 하십시오. 그리고 당신의 모든 주위 사람들에게 이 내용을 퍼뜨려 주세요"라고 적혀 있다.

퍼지고 있는 메시지는 미국에서 도는 유언비어의 번역본이었다. 댓츠난센스닷컴 갈무리

확인 결과, 온라인에 퍼지고 있는 메시지는 미국에서 돌고 있는 유언비어의 번역본으로 드러났다. 가짜 뉴스의 진위를 확인해 알려 주는 1인 누리집 '댓츠난센스닷컴'에는 지난해 5월 "예수를 동성애자로 묘사한 '코퍼스 크리스티'라는 영화가 개봉될 예정이라고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찰스 크레이그는 "예수와 그의 제자들을 동성애자로 묘사한 영화가 곧 개봉될 예정이라는 소문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고 있습니다"며 떠돌고 있는 메시지를 공개했다. 크레이그는 "'코퍼스 크리스티'라는 1998년 연극과 2012년 다큐멘터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메시지의 설명과 일치하는 영화는 없습니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코퍼스 크리스티' 포스터. IMDb 갈무리

'코퍼스 크리스티'는 1998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연극이다. 예수와 제자들을 오늘날 미국 텍사스주의 항구도시, 코퍼스 크리스티에 살고 있는 동성애자로 그리고 있다. 예수는 제자들 간 동성혼을 주관하고, 유다는 성적性的 질투로 예수를 배반한다는 내용이다.

2012년에는 이 연극배우와 상연을 반대하는 기독교인 사이의 마찰을 담은 다큐멘터리 '코퍼스 크리스티 Corpus Christi: Playing with Redemption'가 공개됐다.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이 다큐의 트레일러가 나온다.

팩트 체크 누리집으로 유명한 '스놉스닷컴'에도 영화 '코퍼스 크리스티' 제작에 관한 소문이 거짓이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스놉스닷컴은 2017년 1월 업데이트한 글에서 "다큐멘터리가 연극의 영화 버전으로 잘못 인용되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연극 제작을 둘러싼 논란에 관한 다큐멘터리입니다. 연극 자체의 영화 버전이 아닙니다"고 했다.

스놉스닷컴에 게재된 이 글은 2000년 4월 처음 발행됐다. 연극 '코퍼스 크리스티'에 대한 논란을 다큐로 만든다는 소식이 처음 알려졌을 때부터 이런 루머가 반복해서 돈 것으로 보인다. 이 루머는 최근 개신교 반동성애 진영 채팅방 등에서도 등장했지만, 그곳에서도 이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