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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토착화의 상징
[그림으로 만나는 한국교회] 성공회 강화읍성당
  • 이근복 (newsnjoy@newsnjoy.or.kr)
  • 승인 2018.01.26 11:54

강화도는 산과 들, 바다가 어우러지고, 유적이 많아 매력적인 섬입니다. 이전에는 한양에서 가까워 관리와 감시가 용이한 까닭에 안평대군·연산군 등의 왕족과 다른 중죄인들의 유배지가 되었으며, 근대로 와서는 조선을 넘보는 미국 등 서구 열강에 침탈당하기도 했습니다. 1876년에는 군사력을 동원한 일본의 강압으로 불평등한 강화도조약을 체결한 소외와 핍박의 섬이었습니다.

고려궁지와 철종 생가 용흥궁 등 역사 유적지에서 가까운 곳에 한국교회 토착화 시도의 상징 성공회 강화읍성당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나지막한 언덕 위 고풍스럽게 서 있는 한옥 성당은 순전한 전통 한식 건물은 아니지만, 교회 건축이 그 땅 사람들의 신앙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선인의 삶과 마음을 담으려 애쓴 흔적이 보입니다. 강화도민 심성에 다가서려고 전통문화와 융합을 시도한 것이지요. 신앙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각국의 고유성을 존중하기 위해 노력한 성공회의 특성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강화읍성당은 1900년 11월 15일 축성했습니다. 조마가(Mark Trollope, 1862~1930) 주교가 설계하고 감독했는데, 그는 직접 신의주에 가서 백두산 적송을 골라 뗏목을 서해에 띄워 강화까지 운반했습니다. 공사는 경복궁을 지은 궁궐도편수가 주도했다고 합니다. 이런 정성 때문인지 현존하는 대한성공회 최고最古의 성당은 아침 햇살에 아름답게 빛났습니다.

강화읍성당. 이근복 그림

성당은 입구 계단, 외삼문, 내삼문, 성당, 사제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언덕과 함께 보면, 범선처럼 보입니다. 세상을 구원하는 '방주'가 되고자 이런 형태로 건축했다고 합니다. 중앙에 있는 성당 건물은 넓이 4칸 길이 10칸의 장방형이고, 성당 정면에는 '天主聖殿'(천주성전)이라고 적힌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수려한 지붕 꼭대기에 있는 십자가는 특이하게 연꽃 모양을 담아 동서양 조화를 찾고자 한 의도를 읽을 수 있습니다. 앞마당에 서 있는 큰 보리수나무 두 그루에서도, 전통적 민족 신앙과의 충돌을 피하고자 했던 외래 종교 성공회의 깊은 뜻을 알 수 있습니다.

전통 가옥이나 사찰에서 볼 수 있는 주련(기둥이나 벽에 세로로 써 붙이는 글귀)도 다섯 개 있습니다. 주련 맨 위에는 연꽃 문양이 있고, 글귀는 성경의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그중 '神化周流囿庶物同胞之樂'(하느님의 가르침이 두루 흐르는 것은 만물과 동포의 즐거움이다)이라는 글귀에서 주눅 들어 살아가는 민중을 말씀으로 위로하고자 한 의도를 헤아려 보았습니다. 내부 공간은 서양식 바실리카양식을 응용해 소박하고 아름다웠으며, 잠시 관할사제를 만났던 사제관은 깔끔한 한옥이었습니다.

지난해 목회자 인문학 아카데미에서 정인재 서강대 명예교수님을 모시고 양명학을 공부했는데, 하곡 정재두 선생(1649~1736)의 강화학파가 중심이 되어 양명학을 발전시켰다는 사실을 알고 강화도가 더 소중하게 여겨졌습니다. 성공회대학교 이정구 총장은 강화읍성당이 양명학과 성공회 신학의 융합이라고 밝힙니다.

"성공회의 포용주의는 강화에서 꽃피운 하곡학(양명학)의 포용성과 조우함으로써 국내의 다른 지역 한옥식 성당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유교와 불교와 무속이 상호 융합된 토착화 양식으로 강화라는 지역에서 자연스럽게 태동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정구, <한국교회 건축과 기독교 미술 탐사>, 137쪽)

앞으로 우리 신학이 다른 학문과 적극 대화해, 이 대화가 한국교회 건축과 기독교 미술 등 기독교 문화로 아름답게 표현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림으로 만나는 한국교회'는 매월 2차례 업데이트됩니다.

이근복 / 목사, 성균관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 새민족교회 담임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육훈련원장을 거쳐 현재 크리스챤아카데미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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