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ACTS·총장 고세진)의 전 이사장 김삼환 목사가 목회하는 명성교회가 강당 건축 과정에 깊게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 목사는 ACTS 이사장으로 취임한 2005년 12월 학교를 방문해 강당 보강 공사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지난해 3월 건축 업무가 이사회 법인에서 대학 기획실로 이관되었다. 이와 동시에 당초 800석 규모(343평)로 지을 예정이었지만, 1400석 규모(470평)로 변경했고, 학내 분규로 시끄러웠던 지난해 9월에는 1440석 규모(551평)로 다시 확대하면서 시공업체도 교체했다.

공사 금액도 처음에는 8억 9000만 원이던 것이 19억 5360만 원으로 변경되고, 마지막에는 24억 1800만 원으로 뛰었다.

교수들, "강당 늘릴 이유 없었다"

ACTS정상화추진위원회는 "두 번이나 설계를 변경해 강당을 늘리고 업체까지 바꾼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우선 800석으로도 충분한데 굳이 1400석으로 늘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ACTS는 대학생이 900명, 신대원생이 180명 정도인데, 전체 학생들이 모이는 경우는 거의 없고 최대로 모여 봐야 800명이 채 안 된다는 게 교수들의 설명이다.
 
학교 측은 대학 특성상 채플의 중요도 높고 강당이 주로 채플 때 사용되는 공간이기에 실내 인테리어를 대폭 수정해야 하는 필요성을 제기했다며, 인테리어 전문업체에 공사를 맡긴 것은 타당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인터리어를 맡은 업체는 종교 시설 공사 경험이 풍부하고, 내부 인테리어 부분에 탁월하다고 학교 측은 밝혔다. 학교 측은 "저가로 공사 계약하여 최대의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삼환 목사, 이사장 취임하자마자 공사에 문제 제기

학교 측이 입이 마르도록 이 인테리어 업체를 칭찬하고 있지만, 업체 선정 과정을 보면 김삼환 목사와 명성교회가 깊게 개입한 걸 확인할 수 있다.

김삼환 목사가 강당 공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고세진 총장에 의해 이 사안이 검토되었다. 김 목사는 사장이 명성교회를 출석하는 인테리어 업체를 학교에 추천했고, 학교 측에서는 명성교회에 강당 건축 금액과 설계에 관한 검토를 의뢰했다.

명성교회 재단사무국은 지난해 8월 고 총장에게 서류를 검토한 결과를 보냈다. 이 공문에서 명성교회는 "내부 인테리어 디자인이 향상되었고, 시중 견적가 대비 약 90%로 적정 비용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학교 측이 올해 1월 31일 발표한 '강당 건축 관련 보고서'는 "(이 인테리어 업체와 맺은) 계약 금액(13억 원)은 명성교회 재단부, 대학 시설관리팀, 법인 담당자 등이 면밀히 검토한 적정 금액"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13억 원짜리 공사 검토 결과가 A4 한 장?

그렇지만 과연 명성교회와 시설관리팀이 강당 건축을 검토할 위치에 있는지, 제대로 검토했는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정상화추진위는 "과연 명성교회 담임목사가 추천하고 명성교회에 출석하는 교인이 운영하는 회사를 명성교회 재단사무국이 제대로 검토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명성교회 재단사무국이 고 총장 앞으로 보낸 공문도 A4용지 한 장으로 된 짤막한 보고서에 불과했다.

정상화추진위는 "외부의 전문 업체에 의뢰해야 하는 일을 전문성도 없고 제대로 평가하기도 어려운 명성교회에 의뢰했느냐"며 "바로 이것이 ACTS가 명성교회에 예속한 증거다"고 주장했다.

또 실무가 법인에서 대학 기획실로 넘어갔는데, 업체선정사유서는 시설관리팀에서 작성했다. 정상화추진위는 "수십억 원이 들어가는 강당의 인테리어 공사에 보일러와 전기를 관리하는 시설관리자들이 업체 선정 사유서를 작성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이사장이 강당 건축에 문제를 제기한 뒤 공사 업체가 교체되자 자신이 담임하는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이 운영하는 회사를 추천하고, 학교는 이사장이 담임하는 교회의 검토를 받아 이 업체를 선정했다. 게다가 이 학교의 총장도 이사장이 목회하는 교회의 협동목사다. 이렇듯 ACTS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명성교회 교인들이 얽혀 있는 것을 두고, 정상화추진위는 "ACTS 사태의 진정한 해법은 명성교회 예속화 의혹을 푸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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