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지난해 10월부터 계속된 궁중족발 강제집행이 신학생과 활동가들의 저지로 무산됐다. 이번에만 4번째. 1월 25일, 임차 상인을 내쫓기 위해 궁중족발을 찾은 박 아무개 집행관은 집행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철수했다.

서울 서촌에 있는 궁중족발 김우식·윤경자 사장은 2016년 새로 바뀐 건물주 이 아무개 씨가 월세를 네 배로 올리면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임대료가 폭등하자 건물 2층과 지하 1층에서 가게를 운영하던 임차인들은 모두 떠나야 했다. 1층에서 8년 가까이 가게를 운영한 김우식·윤경자 부부만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궁중족발 소식이 알려지면서, 여러 시민단체가 힘을 보탰다. 신학생들이 만든 옥바라지선교센터, 건물주 때문에 가게를 잃거나 잃을 위기에 처한 상인들이 만든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 등이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강제집행이 있을 때마다 가게로 달려와 집행을 막았다.

여러 시민단체가 궁중족발을 지키기 위해 연대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4차 강제집행 소식을 들은 신학생·활동가 50여 명은 1월 25일 오전 8시부터 궁중족발에 모였다. 체감온도가 영하 20℃를 밑도는 날씨였다. 사람들은 불을 피우고 장갑과 방한대 등으로 바람을 피했지만, 맹추위에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이날 집행관은 오전 9시 20분께 법원 용역 10여 명을 데리고 궁중족발을 찾았다. 박 아무개 집행관은 "건물주가 신청한 인도 단행 가처분에 따라 강제집행을 시작하겠다"고 알렸다.

신학생과 활동가들은 강제집행을 적극 저지했다. 이들은 집행관과 법원 용역을 향해 "궁중족발 쫓겨나면 우리가 쫓겨난다", "강제집행 중단하라"고 외쳤다. 한 맘상모 회원은 "이렇게 혹독한 날씨에 강제집행을 강행한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이 일은 우리 모두의 일이다. 궁중족발이 쫓겨나면 다른 상인들도 쫓겨날 위기에 놓인다.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집행관이 김우식 사장에게 강제집행의 근거 서류를 보여 주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이날 집행관 측은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대치는 30분 넘게 계속됐다. 건물주 측과 활동가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집행관은 강제집행이 어려워 보이자, 집행 중단을 선언하고 철수했다. 그는 "사람들이 이렇게 막고 있으니 더 이상 집행이 어려워 보인다. 완전히 중단한 건 아니다. 가까운 시일 안에 다시 올 수 있다"고 했다.

궁중족발 김우식 사장은 "강제집행을 계속하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이다. 건물주와 절충안을 마련하고 싶은데, 건물주는 완강하다. 가게를 비우라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신학생과 활동가들은 궁중족발에 계속 남아 강제집행에 대비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