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 분쟁이 발생했다. 수십 년 함께 신앙생활하던 교인들은 친분 관계를 기준으로 편이 갈린다. 편이 갈리면 상대방 교인들은 악마가 된다. 악마가 눈앞에 있으니, 이제부터는 성전聖戰이다. 악마들을 내보내는 것이 곧 교회를 지키는 것이리라. 찬송가 348장 '마귀들과 싸울지라'를 상대의 면전에 목청껏 부르지만, 분이 삭이지 못한다. 멱살도 잡고 조심스레 때려 보기도 하지만 성전은 점점 치열해진다.

지옥 같은 성전을 끝내고 싶은 마음이 가득 차면 법률 분쟁이 시작된다. 교회 대표권을 둘러싼 소송이 본격화하고, 명예훼손·폭행·횡령 등 고소·고발이 남발된다. 평소에 관심 없었던 회계장부도 이제는 열람하고 싶다. 불의한 교단도 탈퇴하고 싶다. 목사도 해임하고 싶다. 이에 맞서 목사들은 권징의 칼날을 휘두른다. 이 모든 것이 성전을 끝내고 싶은 충정이리라. 그러나 성전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 이 성전을 영전靈前이라 부르고 싶다. 죽음이 목전에 이르러야 비로소 끝나는 싸움….

필자가 바라본 교회 분쟁의 풍경입니다. 이 승자 없는 싸움은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요. 그 이유는 다양합니다. 교회의 세속화일 수도 있고, 목회자의 전횡과 부패일 수도 있으며, 장로들의 주도권 싸움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기억하십시오, 교회 분쟁의 출발점은 각기 다를지라도 한 번 열린 지옥의 문은 쉬이 닫히지 않는다는 것을.

그러므로 교회 분쟁의 가장 좋은 해결책은 예방입니다. 필자는 이 지면을 빌어 교회에서 발생될 수 있는 다양한 법률 문제들을 살피려 합니다. 교회 관련 법률 문제에 관한 지식을 익혀 분쟁을 예방하고, 혹여 이미 분쟁이 발생한 경우라면 공의로운 해결 방법을 모색하려 합니다. 필자가 다루는 주제는 다양할 것입니다. 교회 대표권을 둘러싼 법률 문제, 교회 재산의 처분・수익 행위, 불법 권징 재판, 목사의 해임 가부, 교단 탈퇴의 요건 및 절차, 교회 회계장부 열람, 예배방해죄의 성립 요건, 설교 표절, 목회자 성추행, 공직 선거 개입 등 시의적절한 주제를 선택하여 관련 판례를 중심으로 설명하겠습니다. - 필자 주

첫 번째 글은 2018년 6월 13일 제7회 지방선거와 관련하여, 목사님들의 선거운동에 관한 법률 문제입니다.

담임목사님이 예배 시간에 신도들을 상대로 소속 교인(시장 후보자)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발언하면서 지지를 호소하고 선거운동을 부탁하였다면 유죄일까요.

"특별히 우리 지역에 이번에 선거가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 지역에 십 년 동안 우리 교회 권사로서 세 번 떨어진 분이 있어요. 갑 권사인데, 우리 1부 예배 오신 분들에게 담임목사로서 특별히 부탁을 드려요. 우리 교회에서 지역의 일꾼을 좀 배출하고, 기독교의 일꾼을 배출해서, 교회를 위해서 일할 수 있도록, 지역을 위해서 일할 수 있도록 좀 우리가 기도해 주고 도와야겠다는 부탁을 드리면서, 여러분들이 기도해 주시고 한 사람이 다섯 명 정도 좀 부탁을…. 이제 10일 남았는데 도와주십사 하는 마음을 가지고 부탁을 드립니다."

법원은 담임목사의 위 발언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하였습니다(인천지법 2015고합428호). 왜 유죄일까요. 공직선거법은 "누구든지 종교적 기관 등의 조직 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하여 그 구성원에 대하여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제85조 제3항 참조), 이를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제255조 제1항 제9호).

그렇다면 어떤 행위가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에 해당될까요. 대법원은 "선거운동이란 특정 선거에서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한다는 목적 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그리고 위와 같은 목적 의사가 있는지 여부는 행위자의 의사가 아니라 외부에 표시된 행위를 대상으로, 문제된 행위를 경험한 선거인의 관점에 기초하여, 행위의 시기, 장소, 명시적인 방법을 사용하였는지 여부 등을 관찰합니다. 나아가 선거운동은 대상인 선거가 특정되는 것이 중요한 개념 표지이므로 문제된 행위가 특정 선거를 위한 것임이 인정되어야만 선거운동에 해당하는데, 행위 당시의 상황에서 특정 선거의 실시에 대한 예측이나 확정 여부, 행위의 시기와 특정 선거일 간의 시간적 간격, 행위자와 후보자의 관계 등 여러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선거인의 관점에서 문제된 행위가 특정 선거를 대상으로 하였는지를 판단합니다(대법원 2016. 8. 26. 선고 2015도1181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위와 같이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위와 같은 요소들을 고려하여 규범적으로 판단하므로, 어떤 행위가 금지되는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단정적으로 판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위 사례의 경우처럼 담임목사가 특정 선거일에 임박하여 예배 중 명시적으로 소속 교인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선거운동을 부탁하는 행위는 명백히 부정한 선거운동에 해당될 것입니다.

올해 지방선거가 시행됩니다. 선거는 공정하여야 하며, 이는 선거인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에 기초합니다. 소속 교인(공직선거 후보자)의 당선을 바라는 담임목사의 마음은 알겠으나, 설교 등 직무상 행위를 이용하여 소속 교인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행위는 공직선거법상 부정 선거운동에 해당될 수 있음을 유의하여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 소속 교인에 대한 지지 여부는 그를 교회에서 오랫동안 지켜본 교인들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불필요한 오해를 예방하고 민의를 정직하게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성현 / <뉴스앤조이> 자문위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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