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부산 A신학대학교 교수들이 무더기로 입건되는 일이 벌어졌다. 수업일수를 제대로 채우지 않은 학생들에게 학점을 부여한 게 발단이 됐다. 경찰은 고발된 A신학대 교수 5명을 지난 12월,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3월, A신학대 신대원생 이 아무개 씨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 씨는, 교수들이 2014년 2학기 당시 수업일수를 제대로 채우지 않은 몇몇 학생에게 특혜성 학점을 부여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한 학생은 15주 중 5주를 결석하고도 학점을 받았다. 9주를 빠지고도 점수를 받은 학생도 있다. 심지어 또 다른 학생은 한 학기 내내 수업에 참여하지 않았는데도 학점을 받았다. 이는 명백히 A신학대 학칙에 위배되는 사안이다. 학칙에는 "학생은 매학기 수업 일수의 4/5 이상 출석"(제3장 10조)해야 한다고 나온다. 질병이나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4/5 이상 수강할 수 없을 때, 휴학원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고발된 교수들은 이구동성으로 학점을 부여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ㄱ 교수는 1월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5주를 빠진 학생에게 C학점을 줬다. 우리 학교 원칙대로라면 4주만 빠져도 F다. 그러나 이 학생은 아파서 수업에 못 나왔다.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해 학점을 준 것이지, 편애해서 학점을 준 게 아니다"고 말했다.

ㄴ 교수도 비슷한 말을 꺼냈다. 그는 "나도 이 학생에게 C-를 줬다. 4~5번 결석했는데, 4번 빠지면 F다. 하지만 결석 중 2번은 병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요소가 있다. 이 학생이 평소 학교 일에 헌신적이었고, 졸업은 시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학점을 줬다"고 말했다.

학점을 주는 건 교수의 재량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ㄷ 교수는 15주 수업 중 9주를 결석한 한 학생에게 D학점을 줬다. 그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야간에 일을 하는 친구였는데, 수업에 잘 나오지 못했다. 성적 처리할 때 그 학생이 찾아와서 도와 달라고 요청해 학점을 줬다. 사정이 딱해서 교수 재량으로 학점을 줬는데, 이걸 가지고 문제 삼으니 답답하다"고 했다.

수업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은 학생에게 학점을 준 ㄹ 교수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교수들은 신대원에서 받은 C·D 학점은 변별력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없고, 학생들의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교수들의 주장대로 할 경우 학교가 무질서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 교수는 "신학대 특성상 가정주의와 온정주의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무질서한 측면이 있다. 어떤 학생은 다쳐서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학교에서 휴학을 권고했다. 누구는 형편을 봐주고, 누구에게는 휴학을 권고하고, 이래도 되는 건가. 세상에 사정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나. 학칙에 따라 처리하면 될 일을 임의로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사회는 미온적이다. A신학대 이사회는 조사위원회를 꾸려 자체 조사를 진행했고, 문제를 삼지 않기로 결정했다. 조사위원장 임 아무개 이사는 "학점을 주는 건 교수들 재량권이라고 판단했다. 이미 지나간 일이라서 문제 삼기도 어렵다. 이건 조사위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이 문제로 학교가 시끄럽지 않길 바란다. 자세한 내용은 노코멘트하겠다"고 말했다.

고발인 이 씨는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는데도 교수들은 지금도 자기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각성하면 좋겠는데, 자신들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말하고 다닌다. 안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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