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미국에서 동성 결혼, 트랜스젠더 등 성 관련 이슈는 사람들이 새로운 교회를 선택할 때 고려하는 기준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2015년 6월 미국 50개 주 전역에서 동성 결혼을 인정해야 한다는 연방대법원 판결 뒤, 미국 개신교는 동성 결혼과 관련해 교단·교회마다 다양한 입장을 보여 왔다.

미국장로교회·미국성공회·연합그리스도교회 등은 LGBT에게 목회자 안수를 허용하고, 교단 소속 성직자가 LGBT 커플 결혼식에서 주례까지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연합감리교회 경우, LGBT 목회자 안수 허용 여부를 논의 중이다. LGBT 정체성을 밝히지 않고 목사가 된 사람이 교단에 많지만, 교단은 이들을 내쫓지도 않고 드러내고 포용하지도 않는 상황이다.

남침례교회·하나님의성회 등 남부 지역에 기반을 둔 교단으로 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존 파이퍼, 웨인 그루뎀, 제임스 패커, 존 맥아더 등 보수 복음주의자들은 지난해 9월 발표한 '내슈빌 선언'(Nashville Statement)에서 "동성 결혼은 비성경적"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주요 교단들이 공식 입장을 발표한 것과 다르게, 초교파 교회들은 성 이슈에 있어 명확한 입장이 없거나 숨기는 경우가 많다. '교회명확성'(Church Clarity)이라는 단체는 개교회가 얼마나 명확하게 LGBT를 받아들이는지 조사해 평점을 매겨 왔다.

'교회명확성' 홈페이지에 올라온 각 교회 상황들. 교회들이 LGBT 이슈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설명하고 있다. 교회명확성 홈페이지 갈무리

LGBT 그리스도인들이 만든 이 단체는 "보수적인 교회를 공격하거나, 그들에게 무조건 LGBT를 받아들이라고 강요하기 위해 설립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교회 생활을 하는 LGBT가 많아지는 추세이기에, 당사자 혹은 반대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 성향과 맞는 교회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교회명확성은 이 같은 취지로 미국 내 대형 교회 100곳을 조사한 결과를 1월 초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아웃리치매거진>과 라이프웨이연구소가 공동 조사한 '미국에서 가장 큰 100개 교회'를 대상으로 삼았다. 윌로우크릭교회(빌 하이벨스)·새들백교회(릭 워렌)·노스포인트미니스트리(앤디 스탠리)·세컨드침례교회(에드 영) 등이 명단에 포함됐다. 교회명확성은 이 명단에서 각 대형 교회가 LGBT를 어디까지 받아들이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형 교회 100개 중 LGBT 존재를 '긍정하는 교회'는 한 곳도 없었다. 교회명확성이 말하는 '긍정하는 교회'는 단순히 LGBT를 인정하거나 혹은 환영하는 교회 차원이 아니다. 그들에게 목사 안수를 허락하고 교회에서 직분을 맡을 수 있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100교회 중 LGBT에 대한 입장을 명확하게 밝힌 곳은 휴스턴제일침례교회, 벨뷰침례교회, 그레이스교회 등 35개다. 이들은 교회 홈페이지에 분명하게 "LGBT를 긍정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이외 54곳은 입장이 분명하지 않지만 설교 등에서 LGBT를 긍정하지 않는다고 했고, 11개 교회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교회명확성을 설립한 팀 슈레이더(Tim Shraeder)는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교회가 두려움 때문에 공개적으로 입장을 발표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형 교회가 LGBT와 관련한 정책을 투명하게 밝히지 않는 건 치명적이다. LGBT 크리스천들을 위해서라도 교회들이 명확한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다. 모호함은 더 해롭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대형 교회 엘리베이션교회(Elevation Church)에 다니던 한 게이 크리스천은, 섬기던 워십 리더에게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한 뒤 교회를 떠나야 했다.

한편, 100교회 중 남성 목회자가 아닌 여성 목사가 리더십으로 있는 교회는 한 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마저 남편 목사와 공동으로 목회하는 곳이었다. 또 100개 교회 대부분이 백인 목사가 이끄는 곳이었다. 교회명확성은 100개 중 유색인종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곳은 7곳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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