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대표회장 선거를 놓고, 최성규 목사(사진 왼쪽)와 전광훈 목사(사진 오른쪽)가 충돌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24대 대표회장 선거가 시작부터 파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표회장 후보에 출마한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를 한기총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최성규 위원장)가 "자격 없다"고 판단한 게 발단이 됐다. 공방을 넘어 법정 싸움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대표회장 선거에는 현 대표회장 엄기호 목사(성령교회), 김노아 목사(세광중앙교회),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가 출사표를 던졌다. 후보 심사를 진행한 선관위가 엄기호·김노아 목사만 출마 가능하다고 통보하자, 전 목사가 반발했다.

한기총 선관위는 서류 미비를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전 목사가 낸 교단 추천서는 인정할 수 없고, 신원 조회 증명서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했다. 선관위원장 최성규 목사는 1월 1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광훈 목사는 예장대신 소속이다. 예장대신은 한기총을 탈퇴해 한교연(현 한기연)에 가입했다. 한기총 소속이 아니다. 다른 후보와 달리 전 목사만 신원 조회 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후보 자격이 없다고 했다.

선관위는 후보자의 도덕성을 확인하기 위해 등록할 때 신원 조회 증명서를 받기로 올해 1월 결의했다. 엄기호·김노아 목사는 증명서를 제출했지만, 전광훈 목사는 단체와 기관에 증명서를 제출하는 건 불법이라며 내지 않았다. 전 목사는 "신원 조회 증명서 제출 금지에 관한 설명서와 경고문을 따로 제출했다. 오히려 다른 두 후보가 서류를 제출함으로써 불법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전 목사 말이 사실인지 따져 볼 필요는 있다. 일부 사단법인은 내규에 따라 임원에게 신원 조회 증명서를 요구하기도 한다. 기독교대한감리회도 감독회장 출마자에게 범죄 경력 확인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전광훈 목사는 선관위가 의도적으로 자신을 배제했다고 주장했다. 전 목사는 "나는 예장대신이 아니라 한기총 소속 단체 청교도영성훈련원 대표 자격으로 대표회장에 출마했다. 한기총과 한국기독교연합, 한국교회총연합을 하나로 통합하려 출마했는데, 선관위가 나한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엄밀히 따지면 엄기호 목사도 교단 추천을 못 받았다. 최성규·엄기호 목사가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 이대로 가면 김노아 목사가 당선될 수밖에 없다. 선거 중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규 목사는 전 목사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최 목사는 "정관이 변경돼 한기총 소속 단체장은 대표회장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엄기호 목사는 기하성 여의도 이영훈 총회장에게서 추천서를 받았다. 신원 조회 증명서를 내는 것 자체가 불법이고, 벌금을 내야 한다고 계속 주장하는데 사실과 다르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내가 대신 2000만 원, 아니 2억이라도 내겠다. 국회의원 후보자와 고위 공직자도 신원 조회 증명서를 내는 데 무슨 불법이란 말인가. 내가 국민대통합위원장을 해 봐서 잘 안다"고 말했다.

한기총 선관위는 예정대로 선거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대표회장 선거는 1월 30일 오전 11시, 한국기독교연합회관 3층 대강당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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